#MontBlanc 9

빙하와 초원을 사이에 두고

by 무위

3일 차 마무리 16km 24000보를 걸었다.
점심때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어제 10시 되기 잠들어 네시에 눈이 떠졌다. 산에 오니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마드모아젤들 깰까 봐 40분을 가만히 있었다. 벙커 베드에서 부스럭거리더니 멜버른에서 친구가 나갔다 온다. 조심스레 일어나 비니만 쓰고 나왔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니 해가 뜨면서 어제저녁 맥주 마시며 보았던 바위벽이 붉게 빛난다.


오늘 숙소인 해발 2062 Rifugio Elena 도착하기 스위스와 이탈리아 경계를 넘었다. 프랑스까지 세 나라의 국경을 나누는 분기점이 되는 봉우리 Monte Dolent 알현하듯 넘은 고개는 Grands col Ferret 2537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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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결하니 졸음이 쏟아진다. 풀밭에 누워 잠시 붙이고 깨니 날아갈 듯 몸상태가 좋아 이리저리 쏘다니다 금세 헥헥거린다. 2200 고지에서 뛰어다녔으니 심장이 감당할 수가 있나… 이런 미련한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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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게 좋은가 보다. 마드모아젤들은 나시에 핫팬츠 입고 2500 고지 col du grand ferret 고개에서 돌렌트 그레시어 빙하에서 불어오는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닌다. 윈드브레이커 벗고 사진 찍다 아이구 나는 이제 이럴 때가 아니구나 하고 다시 껴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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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CGV 극장 뒷건물 옥상에서 해 질 녘 마시는 맥주가 풍경으로는 최고인 줄 알았다. 인왕산으로 떨어지는 햇살과 낙산이 비스듬히 보이는 한성의 좌청룡과 우백호를 감상할 있는 안 되는 곳이리라.
오늘 으뜸을 바꾼다. 우빙좌초로.. 오른쪽은 빙하, 왼쪽은 초원을 바라보며 이탈리안 맥주로 하루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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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맥주는 큰 잔 400cc 5.5유로다. 한잔으로 마무리. 앞으로는 모든 술자리에서 한잔으로 마무리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수많은 꼼수와 편법이 난무할 것이다.
2. 글레시아 아래로 빙하 녹은 흐르는 계곡이 있어 내려가 물맛을 보고(물맛이 좋지는 않다), 빙하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20여 쓰다 손이 곱아 올라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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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시 한 잔만 마시기로 생각은 생각으로 끝났다. 이탈리아로 것이 확실하다. 식당에 모인 사람들 모두 왁자지껄 소란하고, 파스타 엄청 많이 주고, 돌아가며 마시는 grolles이라는 독주를 거저 가지고 와서는 마지막 방울을 마실 때까지 잔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 룰이라며 한자리에 앉은 사람끼리 정말 마지막 방물을 마셔 없애버리기 전까지 돌린다... 이런 우리랑 비슷한 녀석들이란!! 이젠 벙커 베드 위칸은 오르락내리락하기 힘들어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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