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Blanc 14

아이벡스와 마못

by 무위

마못이나 아이벡스를 만나게 되리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왔다. 우리 안에서나 보는 동물인 줄 알았다. 밝고 노련한 산악 전문 가이드 세바스티앙이 트레일 중간중간 초원을 돌아다니는 아이벡스와 마못을 알아보고 그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다섯째 날에 묵었던 엘리자베사 산장에선 글레시어 초원에서 보일 듯 말듯한 아이벡스를 망원경으로 찾았다.

오늘 2400 고지 십자가 산장에서는 새벽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농부들이 가져다 놓은 소금을 먹으러 가까이 아이벡스 식구들을 한참이나 보았다. 천천히 다가갔다. 발자국 움직이면 소금을 먹다 말고 금세 돌아본다. 예민한 놈은 금세 멀리 가버리고.. 한참 기다리다 발자국 다가가곤 했다. 그래도 그들과 사이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신뢰가 엄연하고 극복하지 못할 간극과 지켜야 할 거리가 있나 보다.

마못은 작기도 하고 트레일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 찾기 쉽지 않다. 그러고 보니 트레킹 코스 중간중간 조그만 토끼굴 같은 것들이 보였는데 마못들이 놓은 것이란다.

어제 col de four 넘으며 눈물이 흐를 것 같아 하늘을 쳐다보니 높은 곳에선 이글들이 선회 비행하며 유유하더라. 잠시 멈춰서 그들의 유려한 비행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연에서 가장 허약한 인간이야..
덤덤히 노새 잡이 마들렌이 이야기한다. 베르토네 산장에서도 밤에 비가 세차게 내려 어찌 밤을 지냈나 하는 생각에 아침 산책길에 오스카를 찾아갔더니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오늘 좋은사람십자가 산장에서 몽블랑 트레킹 마지막 밤, 2400미터 고지에서 구름이 순식간에 일어나 밀려오고 사라진다. 높이에서 치는 번개는 아랫동네 저지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밝기다.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번개와 세찬 비가 밤새 쏟아지는 와중에 마시는 와인은 그로테스크하다. 와인을 마시다 말고 오스카 비를 피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했더니 생글 웃으며 말한다.

“니 걱정이나 해~ 쟤들은 눈폭풍이 몰아치지 않는 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지 않아!”

새벽 아이벡스 가족들 만나러 가기 전에 찾아간 오스카는 여전히 평온하다..



오늘의 사족 1. 글 읽는 분들이 대부분 눈이 침침할 연배이실 텐데 숨은 그림 찾기 시켜서 미안합니다.. 사진에 아이벡스는 다섯 이 글은 넷입니다.
2. 마못 사진도 있는데 찍어 놓고도 사진 속 마못을 끝내 찾지 못해 올리는 패스..
3. 사람 사이 거리의 적절함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오늘 트레킹 마치며 헤어지는데 비쥬(볼뽀뽀) 하는 친구, 악수하는 사람, 포옹하며 안타까워하는 사이 그리고 하이파이브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