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오스카
마지막 날 일정은 몽블랑 트레킹 중 마지막 숙소인 봉옴므 산장에서 8시에 하산을 시작하여 오후 2시경 버스와 택시가 다니는 Notre Dame de la George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로 내리막길이나 초반에 좁고 급한 경사가 나올 때 오스카 등에서 짐을 몇 개 내려서 지고 가야 한다고 산악 길잡이 세바스티앙이 두 번이나 이야기한다.
난구간은 일찌감치 나타났다. 급경사 계곡인데 문제는 널찍한 바위가 급하게 서있는데 다른 곳은 디딜곳이 없고 경사진 바위 위를 딛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위 표면은 계곡의 물이 튀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사람이야 최대한 자세를 낮추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으나, 자세를 낮추기가 불가능한 노새에게는 상당히 주저할 수밖에 없는 난구간이다.
오스카 사진을 눈여겨봤으면 알겠지만 고삐 끝에 카라비너가 달려있다. 여기에 왜 달아 놓았을까 궁금하던 차 슬픈 용도가 있음을 산행 중에 알게 되었다. 등짐 한가득 지고 산길 오르내리는 일이 어찌 힘들지 않으리오. 어떤 날은 괜스레 우울하고 맘이 편치 않을 때도 노새에게 있으리.. 쉬어 가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풀무더기를 트레일 옆에서 발견할 수도 있으리.
편안한 길에서 오스카가 버티고 섰으면 마들렌이 ‘알레 오스카 알레 알레(가자 오스카, 가자 가)’ 이렇게 외친다. 두어 번 톤이 올라가도 꿈쩍하지 않으면 그때 고삐를 흔들어 사정없이 카라비나로 오스카의 입술 주위를 내리친다. 그제야 오스카는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곳은 사정이 다르다. 가이드 둘 모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경사 바위 앞에서 오스카도 겁먹었다. 완강히 버틴다. 달래고 격려하고 우리도 응원하고 그러다가 용케 위험한 구간을 빠져나간다. 모두들 환호!!
오늘의 사족 1. 같은 자리에 서서 여러 장을 찍었다.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좀 더 실감할 것 같으나 무슨 이유인지 잘 안된다. 이건 다음에 기회 되면..
2. 너도 사는 게 쉽지 않구나!! 헤어질 무렵이 되니 쉴 때마다 오스카를 쓰다듬는다.
3. 트레킹 마지막 고개인 col de bonhomme에서 조금 전 같이 난 코스를 통과한 옆 팀의 친구를 만난 오스카.. 왠지 그들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