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du Mont Blanc 트레킹을 마치며
빠리로 돌아오는 떼제베 안에서 마무리 글을 쓴다.
트레킹 끝나는 지점에서 산악가이드 회사가 예약한 버스로 인근 마을 SNCF(우리나라 코레일) 역으로 이동한다. 나머지 동행들은 출발지인 샤모니까지 간단다. 버스 안에서도 진하게 이별 의식을 치르고.. 기차 시간이 한 시간가량 남아 역 앞을 둘러보고 카페에 앉았다. 프랑스 산촌에 있는 마을이 정갈하고 단정하다. 강국의 풍모는 시골로 내려가 보아야 알 수 있다. 보도블록, 가로수 배치, 청결도 등 모두 하나 같이 섬세하고 품위 있다. 배낭 매고 온 여행자에 가족단위 투어객들도 꽤 있는데도 북적인다는 느낌이 없다.. 빠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역전 노천카페 테이블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으니 “비어?” 하며 웃으면서 서빙하러 온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IPA 맛이 좋단다. 그리하여 추천받아 주문한 IPA 잔에 ‘Proper Job’이라 적혀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시원한 맥주 뒤로 몽블랑 산자락이 보인다.
맥주 마시며 산행 정리하며 쓰다만 글들 손보고 있는데 옆자리 백발에 백수염 할아버지가 말을 청해 온다. 하와이 출신인데 은퇴하고 프랑스에 정착하기로 해서 지금은 이 동네 머무르며 둘러보고 있다고.. 자기네 나라 대통령 선거 겪고는 정나미가 떨어졌단다. 아비뇽과 샤모니 둘 중에서 인생 2막 정착지를 고를 것이라 한다. 림팩,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시사에도 환하다. 어찌 되었건 남북, 북미 관계가 잘 되길 바란다고 한다.
트레킹 와서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하였다. 물론 파리에서도 그랬다. 자기네 나라 정치 사회 문제에도 모두 관심 가지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륙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남북관계가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는 어려우리라. 역지사지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세바스티앙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여러 번 같은 내용을 진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많은 순간들을 살면서 맞이할 것이다. 숙명 같은 게 아닐까 한다. 피해나가거나 선택할 수 없는..
은퇴하고 평생 살던 곳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자유, 그 의지가 빛난다. 흰 수염 사이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생생하다. 기차 시간 다가와서 악수하며 헤어지는데 젊은 기운이 손에서도 넘친다. 맥주값 치르고 배낭을 메고 돌아보니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다. 뛰어가서 같이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했다. 다시 만날 일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사족 1. 花無(동기를 아웃도어 모임 명칭)에 늘 빚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트레킹 떠나던 기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오산이고 내 주제를 모르는 과분한 짓을 한 것 같다.
그래도 댓글로 응원해주고 관심 가져준 친구들 모두 겁나게 땡큐!! 너네들 덕분에 기록의 즐거움도 같이 누리게 되었어!!
2. 8월에 트레킹 계획이 한번 더 있는데 실시간 중계 비슷한 이번 글과 같은 무모하고 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으련다.
3. 모든 건 빛이다. 빛이 처음이자 끝이다.
휴~~ 이제 기운 다 썼다.. 집에 가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자야겠다..
모두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