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젊다고.. 천만의 말씀.. 2018년 8월 9일
7월 몽블랑 트레킹 기록을 마치며 이어 8월에 돌로미테 트레킹에 대해 예고하였다. 하지만 돌로미테 트레킹에 대해 글 쓰는 건 몇 번이고 주저하다가 트레킹 시작하는 날 아침 숙소 근처에서 산책하는 중에 마음이 움직여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보고 배운 게 의식을 규정하듯 반평생 교통과 도시계획 언저리에 있다 보니 여행지로 향하는 교통수단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엔 이제까진 이용하지 않았던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다. 하긴 단출하게 몸 하나 움직이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고 가성비 높은 수단이 무엇인지 찾을 필요도 있다. EU 출범 이후 유럽 대륙 안에서는 국경의 의미가 느슨해지고, 육상 이동의 경우 거의 모든 제약이 사라졌다. 국경을 넘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버스 노선들이 생겨 났고, 웹과 모바일에서 노선검색, 예약, 결제, 발권까지 이루어져 상당한 비용절감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은 중간중간 들리는 도시가 서넛 있어 구간마다 옆자리 동행자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옆자리에 홀쭉 또는 풍만이 바뀌어 찾아오는 복불복 여행이다.
파리에서 트레킹 출발지인 이탈리아 북부 도시 코르티나담페초까지는 승용차 최단거리로 1113km, 비행기를 타더라도 공항에서 버스를 두어 번 갈아타야 들어갈 수 있고, 기차를 이용해도 두세 번 환승은 기본이고 기차역이 없는 동네라 마지막엔 꼭 버스로 접근해야 한다. 환승시간까지 고려하면 16-18시간 걸리는 대장정이다.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서 국경을 넘기로 하고 빠리-바젤-베니스를 거쳐 돌로미테 트레킹을 시작하는 산악도시 코르티나담페초까지 가는 길이 최적 노선이다. 버스 탑승 시간만 24시간 걸리는 긴 여정이다.
이왕 가는 길에 경유하는 도시를 둘러보기로 하고 오버나이트 표를 구매하고 이틀 전에 출발했다.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나이에 야간 버스는 애당초 해당사항 없는 옵션인데 만용을 부렸다. 사단은 여기서부터다. 이십 대에나 해야 할 야간 버스를 그것도 일주일 산행을 앞두고, 하루도 아니고 이틀 밤이나 연속으로 타고 가는 무모함을 시도하다니!
오늘의 사족 1. Life is uncertain, so have your Party NOW! (어디선가 본 문구가 이번 여름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2. 새벽에 옆자리 누가 타서 자리 옮기려다 손목을 삣긋.. 고난이 예상된다 ㅠㅠ
3. 우리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내 자리 앞뒤로 다양한 인종의 스펙트럼과 조우하여 이제 열 시간 동안 버스 안은 냄새 공동체다. 그들도 나에게 향기를 기대하지 않겠지만 나 또한 견디기 위해 애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체취는 페로몬에 가깝다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4. 앞으로 포스팅하는 돌로미테 트레킹은 2018년 8월 9일부터 18일까지 다녀온 것을 정리한 것이다. 트레킹 중에 써 두었던 글을 더 늦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