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omiti 트레킹_Day +1

Now, the curtain is open (2018년 8월 12일)

by 무위

돌로미티, 돌로미테, 돌로마이트 등 각자 취향대로 부르는 이름도 각각이다. 여기를 탐사했던 프랑스 지질학자 이름에서 산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다. 1차 대전의 격전지였고 전쟁을 전후하여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귀속되었다. 어쩔 수 없이 트레킹 기록하면서 전쟁과 관련한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머무른 산장을 중심으로 대략의 코스는 아래 사진과 같다. 동행한 사진작가 친구가 구글맵으로 표시한 루트를 보내주었다. 지난번 몽블랑 때와 달리 팀이 단출하다. 트레커는 60대 부부와 사진작가와 나 그리고 산행을 이끌 리더와 노새 잡이가 전부다. 노새 잡이 엘로디(두 번 트레킹에 노새 잡이가 전부 마드모아젤이다) 설명에 따르면 신청자가 최소 6명이 되어야 본전이란다. 따라서 지난번 몽블랑 트레킹 때는 꽤 짧잘하게 장사를 한 셈이고 이번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인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장점이 있다.

코르티나담페초 버스터미널에서 아침에 일행과 만나서 버스를 타고 트레킹 출발지로 이동하였다. 시작하는 지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위산 능선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팀 리더인 막심에게 물었더니 여기는 트레킹도 많지만 바위 하러 오는 클라이머들이 많다고 한다. 트레킹 중간중간에 헬멧에 자일 둘러멘 팀을 자주 만났다. 진짜들은 저기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여름휴가를 맞아 이렇게 두 번이나 트레킹 올 수 있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지난 몽블랑 트레킹을 무사히 그리고 가슴 벅차게 마친 이후라 자신감이 과하게 충전되었고 누군가 전한 돌로미티가 몽블랑보다 쉬운 코스라는 오정보로 인해 살짝 마음이 해이해진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그리고 자주 갔던 산이라도 산은 언제나 경외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알프스 산맥에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몽블랑과 돌로미티는 바위를 이루는 암석도 다르고 산세도 다르고 당연히 풍광과 느낌도 다르다. 거대한 산맥에 수천 년 사람들의 발이 거쳐간 곳에 트레킹 루트가 생겼으며 코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쉽고 어려움의 수만 가지 조합이 있으니 한 사람의 경험으로 그 모두를 평가하기는 애초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첨언 하자면… 몽블랑과 돌로미테 둘 중에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면 동전을 던져 나오는 대로 가면 될 것이다. 용호상쟁 막상막하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둘 다면 금상첨화이고..


오늘 한 일 중 가장 멋진 건 2600 고지 위치한 산장의 앞마당에서 구름이 왔다 가는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 구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움직여 달 표면 같은 앞 봉우리를 감쌌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기온이 20도였다 금세 10도로 오르내리니 옷을 입었다 벗었다도 반복한다.
치기 어린 시절엔 강가에서 달빛을 옷 삼아 바위 위에서 잔을 비운적도 있었는데 한여름인 지금 2600 고지에선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 웃통을 벗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스카와 재회?
오스카와 재회하는 줄 알았다. 아침에 출발하는데 가이드가 오스카가 산 밑에서 기다린다 했다. 반가운 마음에 어찌 몽블랑에서 예까지 왔냐 했더니 자기네 회사에 오스카가 둘인데 한 녀석은 몽블랑에서 다른 녀석은 돌로미테에서 일한다 한다. 몽블랑 오스카는 언젠가 재회할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로미테에선 노새와 동행하는 구간은 많지 않다. 오스카와 노새 잡이 엘로디는 주로 능선을 타고 우리 일행은 능선과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느라 겹치는 구간이 많지 않다. 너무 당연하게 돌로미테 오스카와는 정 쌓을 새가 없다. 모든 건 시간에 비례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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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Refugio Guissani 2600 높이 산장에서 저녁을 먹는데 금세 구름이 몰려와 어두워졌다가 또 금세 저 멀리 물러간다. 일행 중 누군가 식사하다가 갑자기 환해지니 ‘커튼이 걷혔네’ 그런다.

2. 접경지역은 어디나 힘들다. 여기도 1차 대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예전에 산악전 투신이 나오는 영화를 여기서 찍었다고 한다. 실제로 1차 대전의 격전지가 이 고개이기도 하고..


3. 빠리로 출장 오는 사람들이 고국이 그립지 않냐며 팩소주를 가져다주었는데 주님을 멀리하고 산지가 오래되다 보니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다가 이번에 몇 개 들고 와서 저녁 만찬 전에 식전 주로 한 모금씩 마셨다.

4. 산장 테라스에서 한참을 앉아 있는데 노새 잡이 엘로디가 한마디 한다. ‘It is the only introduction of Dolomiti’ 두고 보자고.. 이게 단지 시작일지 아니면 이걸로 끝날지 곧 알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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