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omiti 트레킹_Day+1 번외

전쟁 그리고 노새 (2018년 8월 12일)

by 무위

하루 트레킹에 한 편의 글로만 끝낼 수 없다. 지난번 몽블랑 때 사건별로, 감동이 있는 사연별로 기록하려다 보니 휴대폰 자판에 코 박고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예까지 와서 ‘뭣이 중한디’ 소리가 절로 나왔던 터였다. 산에 와서 내가 뭣하는 짓이냐 하는 생각이 다시 들지 않도록 이번엔 하루에 한편만 쓰기로 했다. 여름 가을 지나고 지난 글을 보며 다시 정리하자니 그때 든 생각의 자락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번외를 쓰기로 하다. 어찌 처음 마음먹은 바 대로 살아지더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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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리고 노새

노새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다. 동명이인이 아니라 이름만 같은 노새 오스카를 출발하는 날 아침에 만나 돌로미테 트레킹의 동반자 삼아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수려한 바위산 자락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레킹 루트의 돌산을 뚫어 만든 동굴을 만났다. 정확하게 하자면 돌산을 뚫어 굴을 만들고 길이 생겼으리라.. 이 산중에 굳이 여기를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답은 어이없게도 전쟁 때문이다. 오늘 묵는 산장이 Rifugio Guissani인데 여기 고갯마루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여서 1차 대전 당시 군대가 주둔하였고 보급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한다. 동굴벽에 편자를 손잡이 마냥 박아 놓은 게 있어 무엇이냐 물었더니 짐 지고 산길 오르는 노새가 쉴 때 묶어 두는 용도란다. 전쟁통에는 무기며 탄약에 군인들 먹일 식량을 지고 나르던 노새가 요즘은 나 같은 트레커 짐을 옮기고 있다. 노새에게 무슨 유익이겠냐 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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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이탈리아 산장 주인들 유머가 남다르다. 이탈리아 말을 알아들을 일이 없으니 말로 하는 유머는 아니고.. 오밀조밀 꾸며놓은 바의 의자며 산장 외벽을 기어오르는 클라이머 들을 보며 혼자 킥킥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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