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omiti 트레킹_Day+2

Too much (2018년 8월 13일)

by 무위

트레킹 둘째 날 숙소는 2060 미터에 위치한 Fanes Rifugio Hutte는 Rifugio 즉, 대피소라는 말이 무색하다. 예약이 꼬이는 바람에 도미토리가 아니라 2인 1실을 쓰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는데.. 예약이 잘못되면 보통 고생하는 게 다반사인데 오늘은 예외다. 이 곳은 깊은 산중에 위치한 산장임에도 불구하고 침대 시트를 갈아주는 호텔서비스다! 이 높이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오게 되면 여기를 베이스캠프 삼아 며칠 트레킹해도 되겠다 싶어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좋은 생각이란다. 몽블랑과 돌로미테 통틀어 이보다 좋은 레퓨지는 없단다!
머물렀던 방과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래 사진으로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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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빚어낸 상상하기 어려운 풍광 중 하나가 집채만 한 바위들이 넓은 계곡에 띄엄띄엄 서있는 것이다. 마침 쉬려고 멈춘 자리에 잘 생긴 바위가 버티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가이드가 쓱 뒤로 돌아가 금세 올라가서 씩 웃고 있다. 나도 참지 못하고 몇 번 시도했는데 번번이 중간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프렌치 아저씨는 두어 번 시도하더니 기필코 올라간다. 이럴 땐 오기가 생기면 안 되는데 어쩌겠나! 발을 다시 바위에 붙인다. 어찌해볼까 버둥대고 있는데 위에서 가이드 막심이 손잡을 자리를 알려주어 드디어 오르다. 인생 삼세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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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테이블
몽블랑이나 돌로미테 트레킹 점심은 주로 초원에 앉아서 먹는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인가 보다. 숲 속에 자리한 테이블에 식탁이 차려졌다.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 룸메이트 시몬한테 부탁했다. 내가 밀리언 달러 밸류 런치 테이블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oui, si, yes 이런 말들이 들려온다.
사람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고 후식으로 가져온 자두와 파인애플을 먹기 좋게 잘라 레이디 퍼스트 하면서 접시를 마담으로 앞으로 밀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훈훈하던 점심 자리 대화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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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족 1. Travenanzes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다들 너무 좋다며 No vehicle, No pollution 그런다. 어제저녁 머문 산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화물 곤돌라와 디젤 발전기 아니었으면 따뜻한 음식과 차가운 맥주를 어찌 2600 고지에서 맛볼 수 있었을까? 나도 그 간사함에는 예외가 아니다.

2. 전쟁의 기억은 산장 장식물에도 남아 있다. 카스텔로 봉우리에 떨어진 1차 대전 때 포탄을 장식물로 재활용한다. 돌로미테 트레킹 도중 곳곳에서 세계대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포탄, 녹슨 탄피와 철조망.. 전쟁은 끝났지만 그 상처는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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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긴 주인장도 블랙 유머가 있는 친군가 보다. 산양이 벽을 뚫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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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제 어쩐 일인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오늘 33000보 걸었는데 컨디션은 괜찮다.
5. Fanes 레퓨지까지는 버스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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