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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버트 김 Apr 08. 2023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분기점

창발의 시대(패트릭 와이먼 저)를 읽어야 하는 이유


◆ 들어가는 말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서양 학계의 담론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그 담론이 종래는 과학 및 산업혁명의 시기인 18~19세기였으나, 최근에는 중세말~근대초기 역사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중세~근대초 유럽의 방향전환에 관한 괄목할만한 역사 서적으로 이 책은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the Swerve: How the world became Modern"(by Stephen Greenblatt)이라고 한다. The Swerve는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그린블라트는 하버드대 교수로서 셰익스피어연구자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이 책은 15세기 유럽의 책사냥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그들이 수도원의 도서관을 뒤져서 발굴해 낸 고대 저작물들을 필사본으로 만들어 재탄생시킨 것들이 서양 르네상스의 동인중 하나가 되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전개한다.


이 책은 한국에 "1417년, 근대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되었으며,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중세의 책사냥꾼 이야기란 제목으로 그 리뷰가 게재되어 있다.


◆ 창발의 시대 북리뷰 요약

▶ 근대초기 유럽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읽을거리로 추천한다. 그러나 근대초기 유럽역사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 아래에서는 북리뷰를 이 책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소개한다.

▶ 맨 마지막에, 이 책을 읽을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한다.


◆ 창발의 시대 원서 소개


창발의 시대 원서는 The Verge: Reformation, Renaissance and Forty years that shook the World, 1490~1530이다. 제목의 Verge는 "분기"를 의미하는데, 서양과 동양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1490~1530년 시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 북 리뷰


저자는 1490~1530년 사이에 살았던 9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하나하나의 테마와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종교개혁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배경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흥미도 유발하고, 새로운 역사적 해석도 시도하고 있다. 두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 예 1: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에 대해서는 지원한 세력이 많았는데, 그중 마지막 지원그룹으로 저자는 금융업자와 귀족의 컨소시엄을 지목한다.

바르셀로나의 항구 모습(필자의 스페인여행 시 촬영)

카스티야왕국의 고위재무관리가 제노바의 상인(겸 투자업자), 피렌체의 상인(겸 투자업자) 그리고 카스티야왕국의 안달루시아공작을 포함한 신디케이트를 조직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총 소요자금의 3/4을 조달했고, 나머지 1/4은 콜럼버스가 책임질 몫이었는데 콜럼버스는 세비야의 신디케이트를 통해 조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흥미로운 사실을 통해 저자는 콜럼버스의 탐험사업이 단지 정치적 결정 사항만이 아니었으며 금융투자업자들의 모험비즈니스 측면이 있었음을 주장한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러한 신용, 부채, 대출 그리고 투자의 비즈니스가 발달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신대륙탐험이라는 대결정에 화룡점정을 찍은 동인중 하나임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윤의 동기가 모험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주장(또는 가설)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 예 2: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1517년 마르틴루터의 종교개혁은 당시 가톨릭교회의 면죄부 판매라는 무리수, 그리고 종교적 자유를 열망하는 시민정신이 주된 요인이었지만, 저자는 두 가지 추가적 요인을 이야기체로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당(바르셀로나 여행 시 촬영)

(1) 루터의 글쓰기 재능


첫째, 마르틴 루터의 라틴어는 물론 독일어로 글쓰기 재능..


마르틴 수사는 당시 비텐베르크의 어느 신생대학에서 일하는 무명의 신학자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517년 종교개혁을 촉발한 95개 논제를 발표하면서 그의 재능이 화약에 불을 지폈다. 즉, 그는 훌륭한 라틴어실력을 보유하고 있어 출중한 라틴어 글로 95개 논제를 썼을 뿐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을 훌륭한 라틴어로 썼다고 한다.


나아가서, 이러한 논제에 관심을 보이는 일반대중들을 위해 독일어로 된 글을 썼고 인쇄물로 발간하였다. 독일어 글도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였다고 한다. 나중에는 일러스테레이션을 넣어 인쇄물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마르틴수사의 이러한 재능이 그의 주장을 널리 알리게 하고 일반대중의 지지를 얻어낸 촉매제가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2) 인쇄술 및 인쇄비지니스


둘째, 인쇄의 측면.. 저자는 인쇄술이 없었다면 종교개혁이 있을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당시 인쇄는 수많은 인쇄업자들이 존재하는 등 인쇄산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들 인쇄업자들은 마르틴루터의 종교적 인쇄물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려는 수많은 일반대중이 있음을 감지하였고 그들은 마르틴루터가 새로운 글을 써낼 때마다 인쇄물로 출판하여 판매하였다.


1517~1519년 3년간 총 45권의 저작물(그중 라틴어 20권, 독일어 25권)이 출판되었고, 발간 부수는 최소 50만 부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각 인쇄물은 8페이지 이하의 소책자 형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마르틴루터의 인기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많은 인쇄업자들의 비즈니스가 있었기에 루터의 종교개혁은 열풍이 되어 번져 나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 외에 마르틴루터와 친분이 있던 프리드리히선제후의 궁정화가 루카스 크라나흐 이야기도 양념처럼 소개하고 있다. 마르틴루터는 그 화가와 평소 친분이 있었는데, 둘은 사업상 제휴를 하였다고 한다. 즉, 크라나흐는 화가이면서 일종의 수직기업으로 인쇄기업을 설립했는데, 그의 인쇄소에서 만드는 루터 인쇄물에는 자신이 그린 삽화를 넣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각적 매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고, 당연히 일반대중의 구매를 더욱 자극했다.


◆ 유의사항: 외국인들의 이 책에 대한 부정적 리뷰들


이 책을 읽음에 있어 어떤 유의사항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구글링을 통해 외국인들의 북리뷰를 찾아보았다. 구글 영문에서 검색해 보면, 부정적 리뷰들이 꽤 많다. 그중 두 개만 소개한다.


▶ goodreads의 맨 처음에 나오는 리뷰어는 이런 리뷰를 하고 있다.


"바닷가 휴양지에서 읽을거리로 역사를 폄하하였다. 이러한 엉성한 문체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지는 모르나 정확한 역사적 디테일을 전달하는 데는 실패하였다. 이 저작은 엉성한 생각(sloppy thinking), 엉성한 학문성(sloppy scholarship)으로 평가한다."


아마도 역사학도 또는 역사전공자들은 역사적으로 정설이 아닌 역사이야기가 난무하고, 이를 읽다 보면 자신의 역사지식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이런 혹평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 또, National Review라는 북리뷰 전문 사이트에 게재된 Razib Khan이라는 리뷰어는 그의 글 "Europe on the verge of a Revolutionary Breakthrough"에서 다음과 같은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책은 위대하거나 이름 없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19세기 서구의 과학적, 정치적 혁명이 세계지배에 가져다준 효과가 지대함에도 , 이 책은 단지 1490~1530년 기간에만 의존하고 있다"


참고로 National Review의 글에서 과학적 혁명이란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과학기술의 혁신적 발달을 말하며, 정치적 혁명은 프랑스 시민혁명 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체제 발전을 말한다.


맺음말


흥미로운 역사의 뒷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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