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18
#328
그는 대체로 그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편이었다.
때로는 스스로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부당한 일을 당해 마땅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곧잘 웃어버리곤 했다.
분명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불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착하다, 성인군자다. 부처 혹은 예수다.’라고
마음이 너그럽고 온화한 사람이라고 칭찬하기 일쑤였다.
그는 그런 사람들의 칭찬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자신을 감정을
때로는 깊은 우물 안 어둠 속으로,
또 때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무가 빽빽한 숲 속에
감추고 또 감추어 두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50이 넘은 나이였지만, 그는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자아가 사라져 버린
사랑을 할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는
로봇과도 같은
인격이 소멸된 그런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남자는 어느 날 알고 싶어졌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되고 말았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을 찾을 수 있는지.
그래서 그는 여행을 떠났다.
모든 것을 내려두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났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 / 카일 킴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