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08
#309
구름이 걷히고, 지나가는 바람이 물었다.
‘나무야, 언제까지 이곳에서 버티고 있을 거니? 한 곳에서 지내기 지겹지 않니?’
나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흩날리는 바람에 자신의 이파리들을 내어주고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듯 다시 땅을 촉촉히 적셔줄 비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은 나무를 스쳐 지나가며 또 말했다.
‘나는 이렇게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을 구경하는데 너는 한 곳만 바라보니 참 불쌍하구나.’
나무는 이번에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람에 흐트러지는 잎새들은 처량해 보이기도 했지만,
떨어진 잎들은 곧 강물 따라 여행길에 나서는 듯했다.
바람은 ‘또 올게’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며 휙 사라져 버렸다.
나무는 생각했다.
떠나가는 바람에
떨어지는 잎새에
사라지는 구름에
자신마저 움직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무는 내년에 또 바람이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일 년 내내 자라온 자식 같은 잎새들만 내어주고
자신은 끝까지 버티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래야 산다고
나무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