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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04. 2023

새해에는 일기를 쓰기로 했다.

새해다짐

#1


새해에는 일기를 쓰리로 했다. 그것도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평소에 쓰지 않던 일기를 적으려고 하니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무엇을 써야 할까?”


그런데 이 질문은 곧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아니 바뀌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왜 일기를 써야 할까?”


지난달 ‘밀리의 서재’에서 ‘일기 쓰기’에 관한 오디오북을 들은 적이 있다. 일기 쓰기의 베네핏에 관한 짧은 책이었다.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글을 잘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글쓰기를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극작가, 그리고 사진작가 되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을 스스로 쓸 수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꿈은 변하지 않았다.


‘작가 (作家)’라는 말은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영상 만드는 사람이 된 나는 어쨌거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내 마음속엔 여전히 이루고 싶은 하나의 원대한 꿈이 있다. 그것은 내 이름을 건 ‘책을 쓰는 일.’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든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든지 그런 목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순수히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  이 좋아서였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각도의 여러 가지 말들이 있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말이 있다면 ‘창작욕구로 충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해 냈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 안의 무언가가 표출될 때, 기쁨을 느끼고 희열을 느낀다.

나의 작품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공감을 일으킬 때, 그 경험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나를 그렇게 만드셨다고 믿는다.


나는 그래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36년의 인생을 돌아보고 최근에 내린 스스로에 대한 결론이다.


나의 감정과 생각의 표현방식에 있어서 가장 편리하고 기본적이었던 도구가 바로 ‘글쓰기’였다.

그중에서도 ‘시 (詩)’ 는 나라는 사람 전체를, 빨아들일 만큼 매력적인 표현 방식이었다.


세월이 지나 나의 시는 사진, 혹은 짧은 시를 곁들인 사진으로 바뀌었다.


사진과 시는 공통점이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겹치는 부분이 있고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심상 (心象)’ 그러니까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단어나 문구로 표현하는 일인데,

사진은 그 자체가 ‘이미지’ 이니 시와 사진 (혹은 그림)은 한 어머니의 두 자녀라고 할 수 있겠다.

시를 이미지화하면 사진이고 사진을 풀어쓰면 시가 된다.


그리고 사진들을 겹겹이 이은 다음 빠른 속도로 넘겨보면 그것은 ‘영상’ 이 된다.


내가 영상에 매력을 느끼고 다른 많은 일들을 하며 바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영상을 만드는 이유는

영상을 통해 표현되고 발현되는 나의 자아가, 나라는 사람의 조각조각이, 나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는 미생(未生)적 파편들이

나를 살게 하고 나를 살아가게 하고 나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영상의 본체는 사실 겹겹의 사진이고, 사진의 본체는 겹겹의 말들, 즉 ‘시’이고

나의 ‘시’의 본체는 감정의 심연 속 떠오르는 한마디 단어, ‘말’이다.


새해에는 이 ‘마음의 알’ 들, 즉 ‘말들’을 모으는 일을 매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의 결론이 바로 오늘 일기이고, 내일에도 이어질 글들이다.


특별한 주제는 없다. 그저 생각과 의식의 흐름대로 좋은 글이든 엉망인 글이든 꾸준히 적어보고 공유하려고 한다.

공유하지 않으면 도중에 포기할 것만 같아서이다. 스스로에게 올무를 채운 셈이다.


사실 말이 ‘일기’ 이지, 형태와 방식은 다양할 것 같다. 언제는 오늘과 같은 독백으로, 또 언제는 대화의 형식,

드라마나 연극 대본이 될 수 있고, 동화나 시, 혹은 사진 한 장에 제목만 달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다 이 말할 들이 모여 뼈대를 이루고 살이 붙여지면 영상으로 거듭나게 되거나 한 권의 책으로 엮일 날이 오겠지.


우선 3일만이라도 꾸준히 써 보는 걸로.


#일기 #사진 #시 #영상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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