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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Jul 14. 2016

채용담당자가 전하는 취업준비 Tip 1

준비된 지원자는 "이력서"가 다르다

자기소개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지원자는 "이력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공채 시즌이 되면 채용담당자는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더미에 파묻혀 활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특히 신입 공채는 웬만큼 사람들에게 알려진 회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100:1 정도의 경쟁률은 나올 정도로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게 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신입 채용에 있어서 많은 T/O를 할당하지 않는다. 국내 30대 정도 규모나 되어야 100명 이상의 인원을 채용할 뿐, 우리나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견, 중소기업에서는 많아봐야 두 자릿수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지원자는 100명 안에서 눈에 띄는 12명 안에 들어야 하는 극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보통 1명의 합격자를 뽑기 위해 1차 면접에서 12 배수, 2차 면접에서 4 배수 정도의 인원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곤 한다)


이력서는 자기소개서와 다르게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걱정하고 몰두하는 "스펙 쌓기"는 그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경쟁자보다 어학성적이 좀 더 높아야, 경쟁자보다 학점이 좀 더 높아야, 경쟁자보다 대외경험이 한 줄이라도 더 있어야 눈에 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준비된 지원자의 이력서는 다른 방식으로 채용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점, 어학점수 같은 숫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지원자의 저력은 "직무분석"과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드러난다.


준비된 지원자의 저력은 "직무분석"과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드러난다.


여기 두 가지 실무사례가 있다.


1.

한 회사에서 영업직무를 맡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서류접수가 끝나고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훑어보던 채용담당자는 한 지원자의 특기란이"축구 강슛"이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다.


보통의 경우 취미, 특기란은 축구, 운동, 여행, 독서와 같은 단어들이 차지한다. 축구면 축구지, 축구 강슛은 뭔가. 채용담당자는 흥미가 생겼다. 면접에 온 지원자는 면접관의 질문을 받는다.


"특기란이 특이하네요. 그냥 축구도 아니고 축구 강슛은 무슨 뜻인가요?"


지원자가 답했다.

"공을 백발백중으로 넣는 것은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강하게 슛을 때릴 자신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강하게 슛을 때릴 자신이 있습니다."


영업에 "콜드 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찾아가 홍보를 하고 상품을 파는 것으로, 보통의 경우 그 성공률은 10%도 넘기 힘들다. 하지만 영업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매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뛰어나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영업의 가장 기본자세이다.


이 지원자는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나와 연결 지어, 자신의 무엇이 이 직무와 맞는지를 알맞게 짚어내고 있다. 이 지원자라면 도중에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출근을 하지 않는다던지, 영업 성공률이 낮아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당연하다.

이런 이력서는 붙는다.


2.

총무 직무 신입 채용 공고가 나왔다. 총무 직무는 "회사의 엄마"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 따라 그 영역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집을 구하고(임대차계약), 집을 유지하고(동산종합보험, 화재보험, 시설관리), 가족의 건강을 살피고(단체상해보험, 복리후생), 필요한 살림살이를 구입하고 손질하며(자산관리), 가족의 기념일을 챙긴다(행사기획/진행, 기업문화혁신).


총무 업무는 보통 체격 건장한 남자들도 썩 선호하지 않는 고된 직무다. 예를 들어, 한 금융사의 서버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동시에 여러 대가 고장 났다고 치자. 수리기사가 올 때까지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 2시간 동안 서버실의 온도는 계속 올라 서버가 하나 둘 죽기 시작하면, 금융사의 서버는 마비되고 고객의 불편과 실시간으로 처리되지 못한 금융업무는 회사에 초 단위로 막대한 손실을 입힐 것이다.


이런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이 총무부서다. 에어컨의 "ㅇ"자도 모를지라도, 시설 설비를 담당하는 총무는 서버실의 전 문을 개방하든, 냉동팩을 수백 개 공수해오든, 회사 전체의 냉풍기와 선풍기를 죄다 끌어모아오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체력과 인내력으로 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경우 총무부서는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의 불편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하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과 순간 문제해결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총무 직무에 키 160도 안 되는 조그맣고 왜소한 한 여성이 지원을 했다. 그리고 그 지원자의 특기란에는 "김장독 들기"라는 다섯 글자가 박혀있었다.


면접관의 질문에 지원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4명의 형제 중 첫째로 태어나,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키웠습니다. 겨울이면 꼭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담갔는데, 그래서 김장독도 번쩍번쩍 들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김장독도 번쩍번쩍 들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지원자 역시 자신의 직무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면접관들이 생각할 수 있는 리스크를 특기란에 "김장독 들기"를 적음으로서 해소할 수 있었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고민하는 것과 다르게, 신입 채용에서 수치적인 부분은 당락을 결정하는 중대 요소가 아니다. 숫자는 보조자료로서의 역할을 할 뿐, A지원자가 B지원자보다 토익이 10점 높다고 붙고 떨어지는, 그런 영화 같은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준비된 지원자는 "직무"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과 연결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그 지원자의 이력서는 달라진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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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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