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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Jun 12. 2018

인사팀은 무슨 일을 하나요?

프롤로그 : 스타트업과 취준생을 위한 인사업무 안내서

"인사팀은 무슨 일을 하나요?"


인사 업무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도, 반대로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이것이다. 인사팀은 무슨 일을 하는 조직인가?


다양한 장소에서 이 질문과 마주했다. 후배들을 위해 취업특강 강의에서부터 채용설명회 자리까지. 심지어는 회사 내 동료 직원에게 이 질문을 받기도 했다. "대체 너희 팀이 하는 일이 뭐야?"


인사팀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도 이것이다. 지원자가 업무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원자는 '채용'과 '평가'까지는 쉽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기껏해야 용감한 몇몇 지원자가 '인력 효율화' (즉, 저성과자 해고!!!) 까지 갈 뿐, 대부분은 채용과 평가 정도에서 머문다. 하지만 과연 인사가 하는 일이 그것뿐일까? 더 없냐는 질문에 멋쩍은 웃음을 짓는 지원자들. 안타깝지만 인사팀 직원으로서는 탈락이다.


인사팀은 무슨 일을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옮긴 후 만나게 된 동료들은 일반 기업에 다녀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들 또한 인사팀을 지원하는 신입 지원자 수준 정도로 인사업무를 이해하고 있었고, 당연히 '인사가 왜 있어야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일부 동료들은 내게 직접 물어오기도 했다. 인사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고. 지금 정말로 우리 회사에 인사가 필요한 것이 맞냐고. 나는 답변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에는 답변이 무척 쉬웠다. 인사는 채용에서부터 퇴직까지 직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부서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채용, 급여, 평가, 보상, 교육, 인사기획, 노무 등등 실제로 우리 팀이 하는 업무를 나열하면 그걸로 족하다.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게 마련이다. 어차피 서로 하는 일을 자세히 파악할 시간도 여유도 없으니, 그냥 서로 적당한 수준에서 이해하며 넘어가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달랐다. 업무의 영역이 대기업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서로의 일이 맞닿는 지점이 넓고 깊다. 상대가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 동료들에게, 나는 인사 업무의 종류뿐만 아니라 존재 의의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그 일이 쉽지 않았다. 규모가 극단적으로 작은 스타트업 같은 회사에서는 인사가 할 일을 다른 부서에서도 충분히 나눠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인원이 적은 회사에서 인사팀은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다.


인사팀의 존재 의의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분명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인사라고 한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채용과 평가, 인력 효율화가 아니던가. 인사 업무가 진행된다고 하는 것은 분명 인력에 대한 새로운 평가 기준이 생기고, 그 틀 속에서 제약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새로운 제도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인사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호의를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스타트업이 인사부서를 만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사업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에도 바쁜데,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을 먼저 준비한다는 것이 무척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 대기업형 인사가 자리 잡으면 당연히 독이 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해질 때가 되면 이미 늦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스타트업에서 인사 담당자로서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동료들이 나의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 인사가 필요해질 것이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인사는 제도를 통해 회사의 가치관과 조직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막상 사업이 확장되고 직원을 뽑기 시작하면서, 인사 담당자가 필요해졌을 때부터 준비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우리 회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동료를 뽑아야 하는지, 그 동료들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생활하기를 바라는지... 이 모든 것이 인사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인사는 회사라는 작은 사회의 가치관을 세워주는 깃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인사에 대한 고민은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미리부터 고민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 업무 로스뿐만 아니라 기업문화를 지탱해온 소중한 인적 자원을 잃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글은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것이다. 어쩌면 막 인사업무를 시작한 직장 새내기 인사 팀원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인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하는 취업준비생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 글을 통해,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게 되면 맞닥뜨리게 될 각종 문제들과 인사팀이 이를 실무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내가 직접 경험했던 사례, 주변에서 접한 사례, 그리고 가상의 이야기를 동원하여 풀어보려 한다. 


부디 당신의 커리어에 대한 꿈을 이루는데, 그리고 당신의 회사가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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