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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Jun 12. 2018

인사팀의 숨은 일, '대기관 업무'

스타트업과 취준생을 위한 인사업무 안내서 1

보통 인사팀에 신입으로 들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받게 되는 업무가 근태와 채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인사팀 배치 3일 만에 사수가 퇴사하는 바람에 떠맡게 된 나의 첫 임무는 그 이름도 웅장한 '대기관 업무'였다.


어느 회사도 협회와 국가기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어느 회사도 각종 협회와 국가기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근로복지공단, 장애인 고용공단, 보훈처, 통계청은 기본이고 기업부설연구소가 있는 회사라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도 업무관계가 발생한다. 이외에도 사업을 위한 각종 국가 공인 인증서나 지정서를 발급받은 회사라면 이와 관련된 국가공인 협회에 대한 서류업무가 생긴다. 이 일을 하고 있노라면 공무원이나 협회 사무직원이 얼마나 따분하고 골머리를 썩고 있을지를 조금은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아마 회사원이라도 대기관 업무를 해보지 않은 이상, 이게 얼마나 '귀찮은' 업무인지 잘 모를 것이다. 1년 365일 계속 일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시즌에 맞춰 신고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업무 지휘자는 대기관 업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가끔 서류 몇 개 만들어서 보내주면 되는 건데, 그것도 일이라고 할 수 있어?"


반쯤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모든 회사가 공통으로 대응하게 되는 장애인 고용공단, 보훈처, 통계청과 같은 국가기관에 대한 업무를 이야기해보자.


장애인 고용공단, 보훈처, 통계청은 매년 1, 2회 정도 우리나라 법인들을 상대로 각종 신고자료와 증빙자료를 요청한다. 장애인 고용공단의 경우 상시 근로자수 50인 이상의 법인을 대상으로 매년 12월에 장애인 고용현황 보고와 함께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를 요구한다. 장애인 고용현황과 고용부담금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월별 상시근로자 장애인 고용 인원과 이에 따른 월별 계산된 고용부담금 합계를 산출해서 제출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인사자료와 월별 급여내역을 토대로 어렵지 않게 서류를 작성할 수 있다. 고용부담금도 주어진 산식에 맞게 산출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뒤에 1년에 두 차례 정도 따라붙는 신고서류에 있다. 바로 '장애인 고용실태조사 및 고용계획'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상시 근로자수 50인 이상의 기업은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상시근로자수의 2.9%에 해당하는 인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만 한다. 장애등급에 따라 인원수를 줄여주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2.9%에 해당한다(2019년에는 3.1%로 상향될 예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의무고용인원에 미달되는 인원을 고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반쯤은 벌금처럼 미달되는 고용률만큼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달된 T/O를 언제, 어떻게, 무슨 직무로, 얼마를 주고 고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용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전체 인력운영계획과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대충 거짓말로 신고를 할 심산이 아니라면, 많은 고민과 협의가 필요한 업무가 되는 것이다.


보훈처도 마찬가지다. 의무 고용인원수는 기업(업종) 마다 다르지만, 일단 상시 20인 이상 기업은 모두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고용인원이 발생한다. 보훈처는 거기에 고용계획에 대해 1년에도 몇 번씩 서류를 요청한다. 몇 명을, 언제, 어떤 직무로, 월급 얼마를 주며 채용할 것인지를 상세히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또한 의무고용 미이행 시 횟수 제한 없이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납부하게 되며, 때로는 특정인에 대해 고용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과 마찬가지로 인력운영계획 단계에서 미리 검토되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대목이다. 


통계청의 경우에는 고용실태조사라는 이름으로 매년 기업의 인력 인원, 직무, 소속 부서, 그리고 인원별 급여 실태를 조사한다. 그것도 매우 정확한 수치를 요구하고 이를 검증하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국가를 상대로 기업이 숫자를 속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간혹 기업부설연구소를 갖고 있는 회사는 산업체 전문 연구요원을 뽑는 경우도 있다. 군생활 대신 회사에서 연구요원으로 근무하게 되는 병역 특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병무청은 이 인원들에 대한 철저한 근태 기록과 업무기록을 작성하도록 요구하며, 불시 감사를 통해 이러한 서류들이 잘 작성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뿐 아니라 혹시 기업체에서 전문 연구요원을 부당하게 대우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부분도 점검한다. 회사 내부에 국가 공공기관 공무원이 들어와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는 감사는 어떤 경우에도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국가기관과 국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협회들이 존재한다. 정보통신공사협회의 경우 신고자료가 잘못될 경우 영업정지를 명령할 권력을 갖고 있으며, 근로복지 공단의 경우에는 근로자 교육비 환급자료가 잘못 신고된 경우, 기존에 정상적으로 신고하고 환급된 3년 치의 환급비까지도 한꺼번에 환수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교육을 어느 정도 활발하게 진행하는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은 몇억에서 몇십억 까지도 불시에 뱉어내게 되는 수준이다.


국가는 기업을 상대로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국가는 기업을 상대로 많은 서류 자료와 신고를 요구한다. 모두 국가 운영을 위해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담당자로서 국가기관을 상대로 업무를 보는 것이 그다지 순탄치는 않다. 수시로 바뀌는 규정, 담당자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 등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인사팀 내에서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등한시하고 우습게 보기 쉬운 업무가 바로 이 대기관 업무이다. 담당자가 잘 처리했다고 해서 눈에 띄지도 않기 때문에 대기관 업무는 늘 찬밥신세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정말 곤란해진다. 그냥 골치 아픈 수준이 아니라, 정말 정말 곤란해지는 것이다. 


기업에 따라 대응해야 하는 기관의 수는 다양해진다. 전 회사에서 담당했던 대기관 숫자는 총 열 곳이 넘었다(정확한 숫자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다양했다). 기관마다 연관된 업무의 종류가 다르다 보니 신고해야 하는 자료도 다양했고, 잘못될 경우 겪게 될 리스크의 종류도 그만큼 버라이어티 했다. 대표이사가 바뀌었을 때, 사업장이 이사를 했을 때, 심지어는 대표이사가 이사를 했을 때에도 신고해야 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이를 혹시라도 놓치게 되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다가오게 될 여파가 어떠할지는 당신의 상상에 맡기겠다(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소통력과 꼼꼼함이 중요하다


기관과 협회를 상대로 하는 일에서 기업은 언제나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일을 잘 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담당자와의 원활한 소통. 기관 담당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기 때문에, 현업에서 뛰고 있는 담당자가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기에 담당자를 대할 때는 반듯한 비즈니스 매너가 항시 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물론 무리한 요구를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으니 절대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담당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을 때 업무가 얼마나 수월해지는지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두 번째는 꼼꼼함이다. 수많은 기관이 모두 다른 신고자료를 요구하고, 그 내용과 시기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신고자료에 실수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신고 항목이나 시기를 놓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물 한 방울, 먼지 한 톨도 흘려보내지 않는 꼼꼼함이 중요하다. 애초에 실수가 없다면 기관 담당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대기관 업무는 결코 잡무가 아니며
법에서는 모르는 것도 죄가 된다


많은 경영진과 고위직급자들이 대기관 업무를 단순한 서류 잡무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기관 업무는 결코 잡무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거나 수익을 증대시키는 플러스적 업무는 아니지만, 대기관 업무에서 누수가 생길 경우 기업이 맞이하게 될 마이너스는 때로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진다면 반드시 대기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둘 이상 둘 것을 권한다(전담이 아닌, 담당의 의미로). 대기관 업무의 히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함이며, 신고에서 누수가 되는 것을 크로스 체크하여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기관 업무는 '법'을 통해 발생한다. 어느 기업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라도 반드시 대기관 업무는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은 결코 몰랐다고 그냥 넘어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 있어서는 모르는 것도 죄가 된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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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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