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취준생을 위한 인사업무 안내서 2
이 글은 스타트업과 인사직무 취준생을 위한 인사직무에 관한 글입니다.
채용에 관한 내용은 총 2부로 진행하며, 본 글에서는 채용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다룹니다.
다음 편에서는 채용 실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응? 우리 회사가 지금 채용을 하고 있나? 내가 모르는 채용 건이 뭐가 있지? 내가 채용담당잔데!'
채용 담당자도 모르는 취업공고를 발견했다
몇 해 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경쟁사의 채용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들어간 취업 커뮤니티에서 우리 회사의 채용공고를 마주했다. 당시 채용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런 채용 건을 올린 적이 없는데. 혹시 채용을 빌미로 한 사기가 아닐까? 우리 회사의 이름을 팔아 일자리를 찾는 취준생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불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시글을 클릭한다.
다행히도 취업 사기는 아니었다. 지원서 접수 메일 주소가 낯이 익다. 개발부서의 한 팀에서 자체적으로 채용 공고를 올린 것이다. 그 길로 해당 팀의 동기에게 메시지를 띄운다. 혹시 너희 부서에서 채용공고 올렸어?
사정은 이러했다. 해당 팀의 팀장인 A 부장은 몇 달 전부터 충원 요청을 해왔고, 인사팀에서는 내부 인력 중에서 해당 팀으로 부서 전배를 희망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팀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뭄에 콩 나듯 지원자가 있으면 A 팀장이 직무 능력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A 팀장은 강력하게 신규인력 채용을 요구했지만 인사팀은 이를 거절했다. 해당 팀의 인력은 이미 정원이 차있는 상태였고, 공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건 하나를 위해 별도의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가 너무 심했고, 신규 채용을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개발본부 센터장의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A 팀장은 결단을 내린다. 아, 몰라. 너네가 안 뽑아주면 내가 뽑을 거야! 내가 직접 검토해보고 괜찮은 애 하나 찾아서 얘 뽑아달라고 하지 뭐! 이런 마음으로 부하직원을 시켜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도록 시킨 것이다.
동기는 나와 전화통화를 한 후 바로 채용공고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미 접수된 이력서는 모두 인사팀으로 이첩했고 공고를 쓴 직원은 경위서를, 팀장은 시말서를 써야 했다. 이 팀장의 잘못은 대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채용 공고를 올리는 데에도 지켜야 할 것이 많다
A 팀장은 채용공고를 올리는 과정에서 몇 가지 법을 위반했다. 채용 공고를 처음 만들어본 부하직원은 기존 채용 공고를 참고해 어설프게나마 그럴싸한 채용공고를 따라 만들었다. 여기 까지라면 그렇게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이 부하직원은 팀장의 요구에 맞춰 성별, 나이와 같은 몇 가지 자격요건을 추가했다. 그 결과 이 채용공고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법인은 사적 자치를 인정받는다. 국가 공공기관이 아닌 이상, 누구를 뽑건 기업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뽑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법은 일반 기업에게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고용정책기본법', '직업안정법', '고령자 고용촉진법' 등을 통해서.
간단한 예를 들면, '고평법'과 '고용정책 기본법'은 합리적 사유 없이 채용에 있어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고평법]
제7조(모집과 채용)
①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ㆍ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①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이하 "성별 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개정 2014.1.21.>
②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하는 자는 훈련대상자의 모집, 훈련의 실시 및 취업지원 등을 하는 경우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훈련생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이 채용공고에는 고용의 형태를 비롯한 몇 가지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어야 할 부분들이 빠져있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회사들의 채용공고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이는 법적으로 명시되어야 할 근로조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내용, 근로시간, 업무 장소, 고용형태 등 반드시 적시해야 할 내용들을 적어놓고 나면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채용공고가 탄생한다. A 팀장은 이런 부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었던 탓에 이런 부분들도 놓치고 말았다.
'개인정보 보호법' 또한 문제가 되었다.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인사팀은 구직자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낼 때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에 확인을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정해진 양식에 따라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도록 만들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A 팀장은 구직자 본인이 자유롭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만듦으로써 구직자의 주민등록번호와 가족사항 등 민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동의서 없이 취득하고 보관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A팀장의 행위가 '월권행위'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취업규칙을 통해 모든 인사권을 대표이사가 쥐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정적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권한이 없는 A 팀장이 채용공고를 낸다는 것은 심각한 월권행위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거짓 채용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었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다면, 그래서 서류 심사나 인터뷰까지 진행되었다면 정말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채용에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채용에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사실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도, 그리고 알면서도 업무의 편의를 위해 대충 넘어가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구직자도 알면서 취업을 위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넘어가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구직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경우, 구인회사는 상당히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런 부분이 이슈가 되어 언론에라도 나오게 되는 날에는 이미지가 중요한 스타트업에게 매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인터넷에 면접관의 면접 질문 족보와 면접 분위기마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지켜야 할 것들을 명확히 알아두는 것이 우선이다. 채용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누구를 뽑을 것인가는 회사의 자유지만, 채용 심사 절차의 공정성은 법의 제약을 받는다. 이전 회사 인사팀에서는 반 농담 식으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인사 임원이 단 한칼에 짐 싸서 집에 가게 되는 경우는 몇 가지 없는데, 그중 하나가 채용 문제라고.
농담이 아니다. 채용은 그만큼 민감하고, 대중의 눈은 그보다 더 매섭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