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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위한 소소한 채용 팁

스타트업과 취준생을 위한 인사업무 안내서 3

by Kyle Lee

"형님, 사무실이신가요? 지금 잠깐 시간 되세요?"


대학원 시절 함께 행정실 조교를 했던 친구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스타트업 창업 2년 차인 그는 이번에 직원을 새로 뽑으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력서의 스펙이 너무 좋았어요. 대기업 개발팀 출신에 프로젝트도 굵직한 것들을 많이 했더라고요. 큰 마음먹고 조금 무리해서 조건도 맞춰줬는데, 일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적응을 못하고 헤매고 있어요. 동료들과 마찰이 심한데, 동료들을 좀 깔보고 무시하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일을 딱히 잘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2시간가량 나와 대화를 나눈 그 친구는 얼마 후 이 신입직원과 결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한 사람으로 인해 손상된 조직의 사기와 분위기, 그리고 금전적 손실을 회복하기까지 꽤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과 함께.


사람이 답이다.


아마도 조직을 운영해본 사람은 이 말에 매우 공감할 것이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말. 여러 스타트업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급하게 사람을 채용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경력이 좋은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라고 믿고 뽑은 후 후회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일은 잘 하는데 조직과 맞지 않는 사람을 뽑아 난감한 경험을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작은 회사일수록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그 중요성이 훨씬 커지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정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람들, 특히 젊은 나이에 다른 사회 경험 없이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경우 직접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어떤 부분을 심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면접에서 그 사람의 진짜 실력과 인성을 캐치할 수 있는지와 같은 실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아야 할까?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여 적자생존 식으로 실력자 위주의 회사를 키워야 할까? 아니면 실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잘 화합하고 노력하는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아야 할까? 이 부분은 각 회사마다, 각 팀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도 정답을 내려줄 수 없고, 채용을 해야 하는 기업과 구성원이 깊이 있게 고민하며 답을 내려야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 번 '어떤 사람을 뽑겠다'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선다면, 그다음은 노하우의 문제가 된다.


보편적인 기업의 채용 절차와 그 안에 숨어있는 소소한 팁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 정보가 당신의 소중한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뽑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편적인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9월에서 10월 경에는 다음 해의 인력운영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인력운영계획은 조직구조, 사업계획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통 채용담당자가 아닌 인사기획 담당자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인사기획을 통해 정해진 인력운영계획 속에는 다음 해에 가져갈 인력 규모와 인건비 계획, 그리고 퇴직 예상 인력을 포함한 전체적인 인력 규모의 틀이 잡힌다.


인력운영계획이 완성되면 채용담당자는 1년간 진행할 채용계획을 세운다. 어느 부서에 어떤 업무를 진행할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지, 신입과 경력은 언제 어떻게 몇 명을 뽑을 것인지, 공채를 통해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수시모집이나 헤드헌터를 활용할 것인지, 채용박람회나 캠퍼스 리쿠르팅, 채용설명회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 조직의 관점에서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을 뽑을 것인지, 그리고 그런 사람을 뽑기 위한 면접관 교육은 언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그리고 전체 채용에 필요한 예산과 향후 인건비 규모는 어떻게 되며, 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되는지 등을 파악하고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다. 보통은 10월이 다 가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새롭게 해가 시작되면, 채용담당자는 미리 세워둔 계획에 맞게 채용을 진행한다. 공채를 예로 들어보겠다.


채용 담당자는 공채 시즌이 되면 미리 계획해둔 각 부서의 T/O를 확인하고 해당 부서에 구체적인 자격요건과 우대요건을 수집한다. 그렇게 모인 정보들을 토대로 원서접수기간, 심사기간, 인적성검사기간과 면접기간, 면접에 참여할 면접관 명단과 면접관 교육, 면접을 진행할 시간과 장소, 서류심사 기준, 면접 시 평가할 항목과 배점 기준, 그리고 부가적인 캠퍼스 리쿠르팅이나 채용설명회에 대한 세부적인 준비를 한다.


위와 같은 준비사항이 끝나면, 채용 일정과 예산에 맞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채용이 진행된다(공채 기준).


1. 서류접수

1.5. 캠퍼스 리쿠르팅 & 채용설명회 & 면접관 교육

2. 서류심사

3. 인적성검사

4. 1차 실무면접

5. 2차 임원면접

6. 채용 건강검진

7. 합격자 발표


채용공고를 살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순서가 매우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순서로 진행하느냐가 아니다. 기업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블라인드 심사, 필드 실무면접, 호프 면접, PT면접 같은 심사의 형식이 아닌 심사의 본질에 있다. 심사의 목적을 잊지 말자. 결국 함께 일할 동료를 뽑는 일이다. 누구와 일할 것인가? 이 질문을 머릿속에 새겨두어야 한다. 여기에 짚고 넘어갈 세 가지 중요한 팁을 남기고자 한다.


심사의 형식이 아닌 심사의 본질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면접관 교육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심사를 하기보다 심사를 받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채용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심사자가 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채용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면접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심사할 때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도 달라진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면접관 교육'을 실시한다. 외부 전문 교육기관에 의뢰하기도 하고, 교육부서가 따로 회사 내에 있는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이 교육에서는 회사의 비전, 가치관, 인재상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구체적인 인재상을 그려낸다. 실무적인 부분이야 실무현장을 뛰고 있는 면접관이 판별할 것이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인성적인 부분은 쉽게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이다. 면접관 교육을 토대로 어떤 인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해 공통적인 합의를 보지 않으면, 면접관에 따라 같은 지원자가 다른 평가를 받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어떤 면접관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면접관의 개인적인 호불호로 지원자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면접관은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객관적으로 판별하고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채용공고의 기술이다. 채용 공고에 실무적인 자격요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실무 자격요건이 구체적일수록 조건에 맞는 지원자가 많이 지원하게 되며, 그만큼 지원자의 허수가 줄어들어 진짜 필요한 인재를 대상으로 깊이 있게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반면에 인재상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주어야겠지만, 너무 구체적인 인재상을 제시할 경우 지원자가 이를 '준비'하고 오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자신이 아닌 모습을 연기하여 붙는 지원자가 발생할 경우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억지로 맞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 맞지 않는 상대와 연애를 하는 기분으로 일을 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지원자도 자신에게 맞는 회사에서 일할 때 훨씬 만족도가 높을 것이며, 회사도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조직의 방향성을 해치지 않고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용 진행자의 노련함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긴장상태로 면접장에 온다. 긴장을 이겨내고 자신의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 지원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해 진짜 뛰어난 인재가 뽑히지 않는다면 그건 회사로서도 뼈아픈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지원자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은 면접관에게도 필요한 기술이지만, 채용 진행자가 더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면접 대기실에서 면접자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좋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면접관의 성향이나 회사에 대한 소개, 이번 면접에서 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같은 것을 미리 이야기해주면 면접자는 대기시간 동안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비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런 작은 부분 만으로도 면접자는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면접관 또한 지원자의 심적 상황을 분명하게 판단하고, 때로는 차가운 평가자가 아닌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지원자가 긴장해서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친근한 멘트 한 마디와 함께 다시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아니면 다른 추가적인 질문이나 우회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지원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더 끌어낼 수도 있다. 결국 면접관 또한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보아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


이건 여담이지만, 채용 담당자는 채용의 각 단계에서 지원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 또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서류접수기간 동안 밀려오는 수많은 질문 중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수준 이하인 질문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매 채용 단계마다 일일이 연락을 하고 통보를 하는 것이 보통 일도 아니고, 특히 불합격자에게는 뭐라고 통보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지원자들이 모두 당신의 고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용은 이제 단순히 채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마케팅이고 홍보가 된 지 오래다. 그 많던 압박면접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멸종에 가깝게 사라진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지원자는 당신의 고객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이후에는 당신의 내부고객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인사는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당신은 사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만들고 싶은 조직에 대한 로망 또한 있었을 것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답. 어떤 사람들과, 어떤 분위기 속에서, 삶을 어떤 모습으로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모습이 이 질문 안에 들어있다. 채용은 그 답을 실행해줄 당신의 조력자를 얻는 일이다.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 앞서 말했듯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내려졌을 때, 비로소 당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채용에는 현실적인 여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중요함을 꼭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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