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는 없고 변수는 많고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예선이라 한다면, 임용시험은 본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용시험은 원칙적으로 1년에 단 한 번 치러지며,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1차 시험과 각 지역에서 출제하는 2차 시험으로 구성됩니다. 응시 지역의 선발인원에 따라 점수 커트라인이 달라지는데, 보통 서울 또는 광역시가 가장 높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1차 시험을 출제하므로, 전국의 응시생이 동일한 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시험은 크게 교육학, 전공 A, 전공 B로 나누어지며 모든 문제는 주관식으로 출제됩니다. 교육학과 전공 A/B는 각각 40% 이상(교육학 8점, 전공 32점, 총 40점) 답을 맞히지 못하면 과락으로 처리되어 얻은 점수와 관계없이 탈락하게 됩니다.
교육학은 논술형 문제 1개가 출제되지만, 보통 교육학의 각 영역이 4-5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골고루 출제되는 편입니다. (채점 또한 각 소주제별로 이루어집니다) 워낙 영역이 많고 내용이 방대하기에 전공보다 교육학 공부에서 오히려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전문상담 전공은 교육학의 일부 영역이 전공 내용과 중복되어 상대적으로 양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점입니다. (다르게 보면 교육학의 변별력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이므로, 좋다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교육사와 교육철학. 방대한 양에 비해 출제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보통 중요한 사상가 몇 명 정도만 다루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교육사회학. 양이 많지 않으나 알짜배기에 가까워 거의 다 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각 이론의 특징이 분명하고 내용을 이해할수록 외우기 쉬운 편이라, 암기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교육평가. 어렵습니다.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계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수록 이해하기 쉽습니다. 출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며, 출제될 경우 높은 변별력을 가집니다.
교육행정과 교육경영. 양이 가장 많습니다. 암기 난이도는 중간 정도. 빈출 영역 중 하나로 대부분의 이론과 개념을 필수적으로 암기해야 합니다.
교육과정. 양이 많지 않으나 빈출 영역 중 하나로 거의 대부분을 암기해야 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많으므로, 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변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수이론과 교육공학. 양도 많고 암기 난이도도 최상입니다. 이해를 포기한 채 앞글자만 따서 암기하기 급급한 이론과 모형이 많습니다. 교육행정과 더불어 가장 많이 빈출되는 영역이므로 모조리 외워야 합니다.
생활지도와 상담. 출제 가능성이 낮은 반면 양이 꽤나 많고 다른 영역과 달리 내용이 좀 튀는 편입니다. 전공 내용과 대부분 중복되므로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는 영역입니다.
교육심리학. 빈출될 것 같은 이미지에 비해 그렇게까지 빈출되지는 않았던 영역입니다. 전공 영역 중 심리학개론, 아동·청소년심리학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공부하기 수월한 편입니다.
전공은 기입형 6문항, 서술형 17문항으로 총 23문항이 각 영역별로 고르게 배분되어 출제됩니다. 기입형은 각 2점, 서술형은 각 4점으로 총점이 80점이며, 기입형에는 부분점수가 없습니다. 전공은 이미 출제된 내용(을 살짝 변형한 것)과 한번도 출제되지 않은 내용이 고루 섞여 출제되는데, 보통 출제되지 않은 내용을 묻는 문제에서 변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 말인즉슨, 기출된 내용은 기본적으로 거의 다 맞아야 합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전문상담 전공은 14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공부해야 할 양이 방대해 보이지만, 심리학의 특성상 중복되는 내용이 많으므로 다른 전공에 비해 공부해야 할 양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상담이론과 실제. 상담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 전체를 다룹니다. 전문상담 전공을 통틀어 가장 기초가 되는 영역으로, 양 또한 가장 많습니다. 이 영역을 잘 공부해두면 그만큼 다른 영역을 공부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각 이론의 핵심적 특징을 잘 이해한 다음 암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격심리.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에서 듣도 보도 못한 학자의 이론이 줄줄 나오며, 각 이론별로 외워야 할 개념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암기하면 맞을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가족상담. 양이 많지는 않으나, 이론에 따라 비슷한 현상을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매우 많고, 개념의 정의 또한 다소 모호한 편이라 가장 틀리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집단상담. 무작정 암기해야 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고, 비슷비슷한 개념이 많아 굉장히 헷갈립니다. 양 자체는 많은 편이 아니지만, 정확히 외우지 않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기 쉬운 영역입니다. (그만큼 틀리기도 쉽습니다)
진로상담. ‘암기의 꽃’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이론이 꽤나 특징적이라 잘 이해해두면 서로 헷갈릴 여지가 적다는 점입니다.
심리검사. 다른 영역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암기보다는 각 검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시된 자료를 해석할 줄 아는 역량을 요구합니다. 쉽게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어렵게 나오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려울 수 있는 영역입니다.
특수아상담. 이상심리학 일부와 특수교육학개론을 융합한 느낌입니다. 학부 과정에서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학원에서도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면 접할 일이 없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학교상담. 실무와 가장 맞닿아 있는 영역입니다. 특히 상담과 관련된 법령을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아동심리학과 청소년심리학. 둘을 통틀어 발달심리학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교육학의 교육심리학과 내용이 중복됩니다. 그간 출제 비중이 높지 않았으나, 작년에 많이 나오는 바람에 더더욱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심리학개론. 인지심리학, 지각심리학, 생물심리학 등의 기초적인 내용이 들어갑니다. ‘어디까지 알아둬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킬러 문제가 주로 출제되는 영역입니다.
이상심리학. 대부분의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기준과 특성, 치료법을 외워야 합니다. 병명과 진단기준이 법령처럼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습심리학. 심리학개론에서 다루는 것 이상의 내용이 출제되지는 않습니다.
심리치료. ‘상담이론과 실제’ 영역에서 다루는 내용과 중복됩니다.
2차 시험은 교직적성 심층면접의 형태로 진행되며,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합니다. 대개 1차 시험에서 선발인원의 1.5배수를 선발한 다음 2차 시험에서 나머지 0.5배수를 떨어트리게 됩니다. (강원도는 2배수 선발 후 1배수 탈락) 응시 지역에 따라 면접의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경기도에서는 심층면접과 더불어 ‘집단토의’ 형태의 면접이 추가적으로 진행됩니다.
비교과 교사에 해당하는 전문상담 전공은 2차 시험의 변별력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일례로 서울에서는 면접 점수를 (100점 만점에) 60점대(!)까지 주는 바람에, 1차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고도 2차 시험에서 점수를 얻지 못해 떨어지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2차 시험은 보통 1차 시험이 끝난 직후 스터디를 꾸려 준비하게 됩니다. 1차 시험 발표 전 스터디에서는 각 교육청에서 매년 초에 배포하는 ‘주요업무계획’과 교육 관련 뉴스, 교육감 연설문 등을 꼼꼼히 살피며 서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1차 시험 발표 후에는 합격자끼리 다시 스터디를 꾸려 매일같이 만나 모의면접을 진행하고,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나눕니다. (스터디 운영 방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최근 각 시도에서 전공의 특성을 살린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상담 전공은 면접 문제로 학교상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교직관, 교육 이슈, 각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시책)에 대한 문제가 나오므로 이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면접관은 면접자가 말하는 답안의 내용과 면접 태도를 점수화합니다. 각 시도별로 채점 경향이 다를 수 있으나, 답안의 태도와 내용이 점수를 좌우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각 문제에는 채점의 기준이 되는 모범답안이 얼추 정해져 있으므로, 이에 가깝게 답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험생에 허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은 그만큼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어 수험생 가운데 허수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임용시험은 응시자격으로 해당 전공의 교원자격증을 요구하므로, 교직에 어느 정도 뜻을 두고 있던 사람이 응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상담 전공의 경우 수험생의 대다수가 교육대학원에서 2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므로, 더더욱 허수가 없습니다.
답안에 키워드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키워드가 담기지 않은 답안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문장력은 점수와 별 상관이 없으며, ‘그럴듯하게’ 적는 것 또한 의미가 없습니다. 정확한 개념어를 쓰지 않고 에둘러 쓰거나, 얼추 비슷해 보이는 개념을 잘못 가져다 쓸 경우 오답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단서 없이 회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임용시험은 선다형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단서 없이 관련된 내용을 떠올리는 능력인 회상(recall)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단서 없이 키워드만 보고 관련 내용을 떠올리는 인출 연습을 하게 됩니다.
임용시험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허수는 없고 변수는 많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잘 모르는 문제가 출제될 확률, 외운 내용인데도 시험 당일에 기억이 나지 않을 확률, 아는 문제인데도 문제를 잘못 읽어 답을 잘못 쓸 확률, 긴장한 탓에 시간이 모자랄 확률... 2차 시험의 변수는 더 많습니다. 당일의 컨디션, 면접 대기시간, 면접 장소, 어이없는 실수를 할 확률, 구상한 답안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확률, 면접관의 태도, 면접 중 돌발상황이 생길 확률, 면접실에서 느낄 불안과 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