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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Feb 10. 2024

졸업과 유학, 두 마리 토끼 잡기

2024, 대격변의 해를 맞이하며

학생으로서 수업을 듣고, 근로자로서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상담 수련생으로서 내담자를 틈틈이 맞이하고, 초보 연구자로서 각종 연구를 수행하는 삶이 이어진 지 어느덧 2년.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쳤던 박사과정 인터뷰 폭풍이 살짝 잠잠해진 틈을 타 학위논문 최종본을 제출했고, 마지막 인터뷰가 끝난 지 1주가 채 지나지 않아 한 프로그램으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끝없이 반복되던 역할 전환 속에서 졸업과 유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투했던 나날도 이렇게 끝이 나려는 모양이다.


지난하다, 다사다난하다, 힘들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여러모로 바쁘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고생을 하나’…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쓰고 또 말했던, 아직까지도 내 안에서 이리저리 부유하고 있는 말들. 그 생김새가 심상치 않다는 것쯤은 내 주변의 모두가 느꼈으리라. 상담사 가면을 쓴 채로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어하는 내담자에게 힘을 전하는 일을 줄곧 해왔음에도, 정작 나의 소진을 들여다볼 줄도, 아니 이를 들여다볼 여지조차 가질 수 없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치른 대가는 상당했다. 워라밸과 건강의 일부를 잃었고, 쉴 때마다 찾아오는 무력감과 친구가 되었다. 밝게 빛날수록 그림자 또한 짙어진다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제야 직면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대학원에 들어와 삶에서 처음으로 열정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진 것들을 대가 없이,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각양각색의 선의를 목격했다. 뜻모를 불안에 휩싸일 때마다 나보다도 나를 더 믿어주던 사람들이 전하는 지지를 반쯤 믿어보는 것으로 한 발, 두 발 나갈 힘을 되찾곤 했다. 감사하다, 는 말로 차마 담아낼 수 없는 감사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나의 현존에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존재이자 가장 과분한 성취라는 것을 늦게나마 절감한다.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나 새로운 삶의 장을 열기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학교로 다시 복직하게 된 덕에 얼마간 또 다시 적응기를 거칠 예정이지만, 틈틈이 그간의 삶을 정리하며 다가올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병행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성취와 무관하게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되새기며, 나와 내 삶을 더불어 정비하는 2024년 상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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