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남자 중학생 다섯 명이 내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중에 4명은 핸폰에 푹 빠져 자동보행 모드로
전방 주시 없이 걷는 중이었다.
핸폰을 세로로 보는 아이들은 카톡 중이었고
핸폰을 가로로 보는 아이들은 게임 중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말했다.
야. 니들 핸폰 좀 그만해!!
그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이 내 가슴을 쳤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저 용기!
친구에게 쓴 소리하는 우정!
개념없이 놀지 않겠단 뚝심!
너같은 아이가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나는 그 다음 장면을 상상했다.
친구의 진심어린 충고에 감명받은 아이들이
핸폰을 끄고 청소년 권장도서를 빌리러 도서관으로 몰려간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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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다음 장면. 큐!!
친구들이 그 아이에게 말했다.
너 밤새 게임하다 엄마한테 폰 뺏겼대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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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늘 이렇듯 잔혹동화다.
.........
걔들을 보며 예전에 내 모습이 오버랩 됐다.
보수동 헌책방에서 골라낸 책 한권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나게 걸어가던 중학생 양미.. 핸폰이 없었기에 누릴수 있던 풍요로움이었다.
문득 그리워지는..
손편지. 우표. 종이학. 모나미 볼펜. 회수권. 헌책방. 동전 공중전화. 필름 사진기. 만화가게. 동네사진관.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숨박꼭질. 라면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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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핸드폰을 가방 깊숙히 집어넣고
길의 가장자리에 서있는 굳은살 배긴
겨울 나무들 사이를 잠시 걸어보았다..
아.. 좋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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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분 뒤.
가방을 뒤적여
그것을 꺼냈다.
핸폰 없는 5분은 생각보다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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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더 아름다운 걸 상상하셨습니꽈?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현실은 잔혹동화라고요..
이놈의 핸폰만 아니었음 장편소설
열다섯 개는 썼을텐데 말이죵 ㅎㅎ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핸드폰 제한시간을 법으로 정해
청소년들에게 핸폰 다 뺏고
sns는 무조건 하루 한 시간!!
기호 44번 김양미.
선거기간 동안 오뎅 따위 안 먹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한번 밀어주세요~~
웃긴 사회 구현에 앞장서겠습니돠!!!
......
ㅎㅎㅎ
일주일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핸폰 내려놓고 푸욱 쉬세요.
영화도 좋고 소주 한 잔도 좋지 말입니다^^
어쨌거나 주말. 모두모두 화이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