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계선에서:: 영화 '이사'

[Review]

by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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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생각 중 기억에 남는 것은 30대에 내가 완벽한 어른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고민도 별로 없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20대 때보단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30대 초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런 믿음은 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어리숙한 것도 많고 불안하고 흔들린다. 그렇게 어른 같지 않은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왜 30대는 온전한 어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를 돌아보았다.


그건 아마 내 부모님이 30대에 가정을 이루고 고군분투하며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이에 우리 엄마는 애 둘을 키우고 아빠는 그 집의 가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보다는 훨씬 더 이르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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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후로 일본 영화에 흥미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영화 '이사'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나는 부모와 자식의 경계선에 현재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렌'과 부모님의 마음을 둘 다 이해할 수 있는 나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영화를 본다면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우선 나는 자식의 입장으로 봤을 때 렌의 혼란스러움이 이해가 됐다. 우리는 어릴 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에 혼란스럽고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시선을 봤을 때 렌은 우왕좌왕한다.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부모님의 결정에 갑작스럽게 화가 나기도 한다. 과거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그립기도 한다. 그리고 렌의 엄마, 아빠는 렌이 부모님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혼란스럽고 스스로도 모르게 감정들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느꼈다.


하지만 나름의 어른 입장에서도 엄마, 아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부가 같이 살기 힘든 이유가 있었을 테고 헤어진 후에 일을 하며 렌을 돌보려는 엄마, 집을 떠나서도 렌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그들은 부부로서는 이별하지만 부모로서는 애쓰는 모습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힘들고 울고 싶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 여행을 가서 혼자 돌아다니는 렌을 보며 나는 불안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하지만 렌이 만났던 노부부, 축제를 보는 모습, 물속에 들어가서 축하한다고 말하는 렌을 보면서 렌은 렌 나름대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구나를 느꼈다. 그렇게 엄마와 렌은 기차에서 같이 간식을 먹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 온 렌은 학교에서 '나의 가족'에 대한 발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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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은 성장했다. 그 성장에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크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과연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여전히 어른과 애 경계선에 있는 것 같은 내가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성장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미래에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살아간 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의 나이에 이 영화를 본다면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땀이 맺힌 여름에 부모님과 자식 중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화의 여운은 길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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