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같이 보러 간 동생과 눈이 마주쳤을 때 동시에 "충격적이다."라고 말을 했던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이게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염려가 될 정도로 나에게는 조심스러운 영화이다. 탄탄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라는 것도 알겠고 왜 사람들이 극찬하는 영화인지도 충분히 알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영화 속 한 여자의 인생, 이 연기를 했을 때 배우의 심정이 어땠을지를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영화는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의 유언을 듣고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형제를 찾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엄마의 삶을 차근차근 추적하면서 진실에 닿으려고 한다. 엄마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될 때마다 내가 느낀 것은 가족이라고, 나의 엄마라고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조차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느와 시몽 역시 엄마의 젊은 시절을 쫓아가면서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스러움, 외로움, 충격을 서로가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남매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혼자였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꼈다.
영화는 엄마 '나왈'이 젊은 시절 기독교와 이슬람교 분쟁 사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출산과 동시에 고아원으로 보내진 아이를 찾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 상황 속에서 분쟁은 심각해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기독교인이었던 나왈은 무슬림 테러 단체의 일원이 된다. 그렇게 기독교 지도자를 암살하고 감옥에 간다.
연인의 죽음, 아이를 찾으려는 마음, 암살 및 교도수 수감까지 엄마 '나왈'의 삶을 처음 알게 되는 남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인 '나' 역시 집중해서 그녀의 삶을 따라갔다.
그렇게 찾게 된 아버지와 형제. '나왈'이 그리워하던 아들을 본 순간 왜 수영장에서 넋을 놓았는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은 표정을 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진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잔느, 시몽의 모습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평생 엄마를 그리워했던 '니하드'는 편지를 다 읽은 후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침묵과 용서 그리고 사랑을 보여주고 떠난 엄마의 마음은 그 무엇보다 위대하다고 본다.
글을 쓰면서 '그을리다'라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사전을 검색했다. '그을리다'의 뜻은 햇볕이나 불을 오래 쬐어 검게 하다는 뜻인데 사랑이 그을렸다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생각도 해봤다. 오래 쬐어서 검어질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일까, 아님 그만큼 어두워진 것이 결코 좋지 않은 사랑의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고 이중적인 의미가 아닐까 싶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안 적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는 탄탄한 짜임새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스토리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완성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놀랍고 충격적인 이 영화를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 분명히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올해가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나갔지만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