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연주
2017년 처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피아노 연주 공연을 보러 갔다. 그때 처음으로 클래식 악기를 포함해서 여러 공연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내가 감상 후기를 글로 남기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분명 좋은 시간이었는데 ‘좋았다‘는 말 외에 어떻게 이 감상을 글로 전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문화를 향유함에 있어 편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사가 존재하지 않아도, 대사가 있는 것이 아닌 공연이어도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시간의 힘을 믿는 사람이었고 꾸준한 관람을 통해 어느 순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면서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롯데콘서트홀은 원래도 종종 갔는데 7월에 가수 '소수빈'과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을 보러 다녀오면서 더 좋아진 곳이었다. 악기의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앨런 길버트' 지휘자와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대해 잘 몰랐지만 분명 엄청난 공연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플루트를 취미로 해서 악기에 관심이 많은 엄마와 이번 공연을 다녀왔다.
공연 시작 전에 한국어 인사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지휘자 '앨런 길버트' 의 유쾌한 인사 덕분에 분위기가 말랑말랑했다. 또한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지휘자의 말을 해석해 줬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이 오케스트라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되는 내 스스로가 웃겼다.
첫 번째 곡 제목은 애나 클라인의 '요동치는 바다'이다. 이 곡은 현대곡으로 여성 권한 강화를 담은 곡이라고 했다. 그리고 듣자마자 제목과 음악이 기억에 남았다. 이 곡은 악기 연주 외에 발자국 소리, 목소리를 사용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조합이었고 첫 시작을 굉장히 집중시켜 주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할 거라고 생각했던 시작과 달리 임팩트가 강한 첫 곡 덕분에 이 공연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공연을 보고 난 후에 지휘자의 인터뷰도 찾아봤는데 이 곡은 클래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 곡이라고 강조 하는 만큼 지휘자에게 큰 의미를 주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곡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77'이었다. 오케스트라에는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정말 많았는데 거기에 추가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온다는 것이 생소했지만 연주를 듣고 왜 따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는 진짜 엄청났다. 악기는 거들 뿐, 그의 연주는 강한 에너지, 날선 섬세함이 있었다. 힘을 강하게 줘야 하는 부분, 조금만 삐끗하면 안 될 것 같은 높은 음에서도 섬세하게 연주를 했다. ‘저것이 강약 조절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 들었다. '악기를 가지고 논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조슈아 벨의 연주와 함께 풍성해지는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좋았다. 이렇게 한 팀이 완벽한 공연을 선보이려면 어떻게 연습을 할까? 어떤 연습을 할까? 궁금해졌다. 음악과 가까운 사람은 아닌데 합주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나는 악기와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늘 공연을 보면 악기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인터미션 이후에 마지막 공연까지도 잔잔함보다는 웅장함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세 번째 곡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이었다. 차분함보다는 들뜨고 0긴박한 느낌이 들어서 내 몸에 긴장을 느낄 정도였다. 막판에는 집중도가 엄청났다. 지휘자의 경쾌하고 활발한 움직임, 악기 연주자들 덕분에 100분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마지막 앙코르 곡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연주했는데 엄마와 나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 곡을 천천히 표현도 하고 극적으로 빠르게도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보면서 같은 곡이라도 어떤 연주자가 하는지에 따라 표현이 많이 다르겠구나를 생각한 순간이었다. 내가 아는 곡이 나오는 동시에 다시 집중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클래식 공연 전에 꼭 미리 노래를 많이 듣고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앨런 길버트와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2001년부터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합이 잘 맞는 팀이라서 내가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10년 만에 내한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공연은 가족들과 다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이것을 듣는 것에만 집중하고 뭘 써야 할지에 몰두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한다고 생각했다. 악기 연주자들을 보는 여유도 생겼고 그 악기의 소리를 집중해서 들으려고 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 음악 공연은 늘 보고 난 이후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그런 부담이 덜했다. 내가 보고 느낀 감정들을 더 세세하게 쓸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공연도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