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 영화를 어떻게 정의 내리면 좋을까? 3시간 가까이 러닝타임이 긴 영화를 오랜만에 보면서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각각 개인의 삶'에 대해 집중한 영화였다고 본다. 어린아이도, 학생도,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각자 개인의 삶이 있구나를 생각했을 때 어색한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봤는데 나는 꽤 오랜 시간 지금보다 더 큰 어른이 된다면 내 삶에 걱정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목표를 이뤄도 새로운 목표가 생겨나고 계속 게임 속 퀘스트처럼 삶에서 하나하나 해야 할 일들이 생겨나면서 삶은 불안정한 것이구나를 깨닫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가 곱씹을수록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가족 안에서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 더 기억에 남는다.
우선 영화는 NJ의 처남 아디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난 NJ. 할머니가 쓰러지면서 심적으로 지친 민민. 그들의 조용하고 순한 딸 팅팅.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느낌의 양양.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보면서 아빠, 엄마, 딸, 아들이라는 호칭보다는 개개인의 이름으로 그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었다.
NJ
NJ의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선택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감정이 어떨지를 생각해 보면 좋은 이야기였다. 성실히 일하는 회사원, 가정을 이루고 있지만 첫사랑을 만나면서 과거의 NJ에 대해 스스로 곱씹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출장지에서 과거의 연인과 그 당시를 회상하고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이 된다. 구구절절한 변명이 아닌 그때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라 나는 지금까지의 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기도 했다.
나 역시 후회가 거의 없는 편이고 이미 벌어진 일은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때의 선택들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미숙해서 했던 선택도 그때의 최선이었고 정말 고민해서 했던 선택도 최선이었다는 것을 안다. NJ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후회 없이 그때의 선택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민
어머니가 쓰러지고 일과 삶에서 균형을 잃어 펑펑 울던 민민. 과한 압박감에 이기지 못하고 잠깐 요양을 하러 절로 가는 민민을 보면서 나는 '애들은 어떡하지..?'란 생각을 했다. 나는 민민을 철저하게 팅팅과 양양의 엄마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개인의 감정보다는 개인에게 주어진 역할, 특히 엄마라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않는 것 같은 민민의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돌아봤을 때 나에게는 누군가의 엄마라는 역할은 아예 없었고 누군가의 딸이라는 역할만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자식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내가 나중에 누군가의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졌을 때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정말 궁금해졌다. 같은 영화도 내 삶이 달라지면 또 다르게 보일 텐데 추후에 이 영화를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팅팅
팅팅은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요동치는 삶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의 남자친구라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와 영화를 보고, 손을 잡으면서 신호등을 건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삶을 배우고 있는 과정을 보여줬다. 어리숙하고 서툴지만 새로운 경험들이 팅팅을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생각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모습은 데이트를 위해 옷을 고르고는 장면이었다. 국가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울로 살펴보는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켰다.
양양
양양은 귀여웠다. 물속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도, 사진을 찍는 모습도, 뛰어다니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으면서 우리가 일부만 보고 산다는 것을 알려주고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영화를 전체적으로 정리해 준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영화 스포일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었다. 나 역시 요즘 짧은 쇼츠,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3시간 가까이하는 영화 관람이 쉽지는 않았지만 긴 호흡으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가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의 소설처럼 진행되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