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형제

by 김지연
메인포스터.jpg

작년에 부산 국제 영화제를 다녀오고 나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지, 그걸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얼마나 좋았는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올해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기대작이었다고 해서 주저할 이유가 없이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파더, 마더, 시스터&브라더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01.jpg
02.jpg

'파더'

시작은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던 남매가 운전하는 모습으로 진행된다. 남매는 오랜만에 아버지 집에 방문해서 근황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렇게 어색할 수 있나 싶은 남매와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혼자 쓸쓸하게 그리고 불편하게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시계는 값비싼 롤렉스이다. '어라? 이상하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묘한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자식들이 저녁을 먹고 가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는 느낌의 아버지가 남매가 떠나고 난 후에 집을 다시 치운다. 그리고 멀끔한 옷을 입고 숨겨둔 것 같은 차를 타고 떠난다.


남매는 아버지를 기억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딸은 아버지가 돈을 요구하는 행동이 불편하고 아들은 불편하지만 아버지를 최대한 신경 쓰려고 한다. 미심쩍은 것을 딸이 먼저 알아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대화가 묘하게 웃기기도 하고 아버지와의 관계가 굉장히 어색해서 ‘이게 뭐야?‘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버지의 생각을 전혀 알 수도 없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더'

1년에 한 번 만나는 엄마와 자매의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고 성별이 같지만 성향과 느낌이 정말 다른 자매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낳아준 엄마 역시 딸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나마 첫째 딸이 엄마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엄마 앞에서 조심스럽고 경직된 느낌이 왜 계속 드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둘째 딸은 자유분방해 보이고 둘과 많이 다르지만 그들에게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반가운 것 같은 느낌은 드는데 서로가 서로를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된 것일까? 아님 원래 그런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영화는 그들의 서사를 전체적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지는 않아서 내가 혼자 상상해 보고 추측해 보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파더 파트와 더불어 색다른 가족의 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다.


03.jpg

'시스터, 브라더'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어머니와 아버지의 흔적을 보고 회상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에서 대화하는 장면보다 빈집에서 서로가 부모님의 추억을 그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웃 아주머니의 딱딱한 말도 생각난다. 정말 냉정하게도 타인은 감정보단 상황에 더 집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사람은 결국 남매 서로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엄마, 아빠 그리고 형제, 자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서로가 다르더라도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맞추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나에게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서로가 너무 다르면 이해하기보다는 어색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상대가 불편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마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성향, 가치관, 취향이 다 다를 수 있고 각자의 인격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도 많이 달라졌다. 더 넓은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한의원에서 엄마와 싸운 나에게 엄마를 학교 교수님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떤 반응이었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영화를 보고 생각해 보니 가족도 가족이란 이유로 너무 편하게 대하기보다는 하나의 사람으로, 마치 남처럼 존중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니 갑자기 그때 일화가 생각이 난다.


잔잔했지만 묘한 기류를 잘 표현한 영화. 가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봐서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영화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도 이해하는 폭넓은 사고를 가지고 싶다.


김지연.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따뜻한 공연 'The Love Symph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