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몽유도원'

[Review] 꿈 속 따뜻한 곳을 향해서

by 김지연
몽유도원 메인포스터.jpg

*공연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추웠던 1월 말 목요일 저녁.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을 보기 위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향했다. 일이 많아 피곤한 상태로 보러 간 공연이라 혹시 중간에 졸까 봐 걱정을 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집중해서 보고 왔다. 이 공연이 어땠을까 곱씹어 봤을 때 나는 인간의 감정인 희, 노, 애, 락을 전부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희]


왕은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그렇게 만난 아랑이 다른 남자와 이미 혼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이라는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데려온다. 왕은 기뻐한다. 누가 봐도 비겁한 행동을 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가 자기 옆에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왕의 기쁨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의 절대 권력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허락할 수는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분별력 없는 행동을 하며 느끼는 기쁨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나왔던 아랑과 도미의 결혼식은 공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장면이었다. 모두가 이 둘을 축복하고 행복해한다. 이 장면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느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미 시놉시스를 보고 공연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면 그 기쁨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노]


왕은 자기 힘으로 아랑의 마음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 자신의 지위나 능력이 아랑에게는 어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분노가 도미의 눈을 찌르게 하고 도망친 아랑을 찾아 달라며 충신 향실에게 명령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볼품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며 설사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참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뜬금없지만 글을 쓰면서 올해 중학생이 되는 조카와 함께 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마음을 조카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아랑과 도미의 분노가 저 세계에서는 억울하고 무력하게 느껴졌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범하는 향실과 왕의 행동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안타까웠고 이 공연이 어떻게 흘러갈까 집중하게 되었다.


[애]


도미는 눈을 잃고 떠돌이처럼 피리를 불며 생활한다. 도망친 아랑은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다. 사실 아랑이 스스로의 얼굴에 해치는 장면은 나에게 정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물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참 슬프게 다가왔다.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고였다. 드디어 만났다는 벅참도 있었지만 서로의 모습이 초반과 너무 달라서 슬펐다.


[락]


슬픔 다음에 기쁨이 있는 것처럼 다시 만난 아랑과 도미의 즐거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들의 모습은 슬픈 것이 아닌 기쁜 것이구나를 느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느끼고 나도 거기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몽유도원'은 배우들의 연기, 공간의 변화, 그에 맞는 동양풍의 악기 연주와 음악. 정말 모든 것이 종합 세트처럼 어우러졌다. 진지한 줄거리 중간중간 재미있는 노래와 춤도 보는 재미가 있었고 다채로운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뮤지컬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이 더 기대가 된다.


2026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사진 (김주택, 김성식 외)_제공 (주)에이콤.jpg
2026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사진 (하윤주, 이충주, 홍륜희 외)_제공 (주)에이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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