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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Jan 06. 2020

[Review]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나는 '마음에 든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마음에 든다, 그 장소가 마음에 든다, 그 옷이 마음에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해본 말이 아닌가? 내 마음에 든다는 것은 나의 마음에 들어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든다는 문장 하나로 사람, 장소, 옷 등 다양한 것들이 내게 더욱더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엘리오의 마음에 올리버가 들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마음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책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고 그가 느끼는 설렘, 긴장, 힘듦을 살펴볼 수 있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기 시작하는 순간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기도 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상상을 한다. 때로는 질투를 하고 고통을 받기도 한다. 나도 누군가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있기 때문에 엘리오가 느끼는 감정들이 낯설지 않았다. 




내가 푹 빠지면 상대방도 푹 빠진다는 법칙이 어딘가에 있다. Amor ch’a null’amato amar perdona,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다. 〈지옥〉 편에서 프란체스카는 사랑받는 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보자. 나는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내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은 영원히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44p



사랑에 관한 섬세한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오는 사랑에 빠질 때 느낄 수 있는 떨림, 시선, 표현하는 감정에 굉장히 솔직했다. 그리고 육체적인 끌림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표현한다. 소설 초반에서부터 육체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생각하는 엘리오의 모습이 그의 솔직하고 당돌한 감정을 잘 드러냈다고 본다.


반면에 올리버는 알쏭달쏭한 사람이다.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엘리오의 솔직함이 결국 숨기고 있는 것이 많은 올리버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나는 두 사람 모두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썸'이라는 단어로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엘리오가 드러내는 사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 올리버도 엘리오가 끌리지만 주저하고 고민하지만, 마침내 사랑이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대단하다게 느껴졌다.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소설을 읽었으니 계절학기가 끝나면 영화도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소설에서 보인 그들의 감정선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하다.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내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생각하지 않는 순간들도 많은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감정, 행동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나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고 익숙해지면서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향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그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2020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 정지현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영미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316쪽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 979-11-90234-01-6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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