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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Sep 12. 2020

만화가 재난을 이야기 하는 방법: 지금, 만화 6호


 어린 시절 나는 유난히 만화책을 좋아했다. 글을 읽는 것보다 다양한 그림체를 구경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따라간다는 것은 나에게는 글을 읽는 것보다 흥미로웠다. 만화책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큰 취미 생활이었다. 그 취미 생활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때는 만화책을 직접 사거나 빌려 읽었지만, 지금은 간편하게 스마트폰을 통해 본다는 차이점이 있다. 특히 매주 연재되는 웹툰은 7일 동안 합쳐서 30개 이상은 보는 것 같다. 다양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만화를 찾아다니는 것은 나에게 여전히 소소한 재미인 거 같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 비평한 책이 있다고 하길래 주저 없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읽어보니 지금 코로나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딱 알맞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만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고 새로운 장르, 시대의 상황, 인간에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였다.   



 초반에 재난 만화에서 캐릭터는 어떻게 영웅화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존재 자체가 영웅인 캐릭터, 가족을 위해 영웅이 되는 캐릭터, 평범하고 열등하지만, 자기실현을 이뤄내는 캐릭터 등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범한 캐릭터가 자기실현을 하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애초에 능력치가 높은 캐릭터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p.51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많은 이들이 경험했다.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워 한다.



 올해 여름비가 그렇게 많이 내릴 수가 없었다. 농사를 지으시는 친척이 있기에 더 염려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큰 피해를 보셨다고 했다. 그때 훌훌 털어버리는 친척의 모습을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대하는 법은 의연한 마음도 포함된 것 같았다. 자연재해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인지 그 의연한 마음이 그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p.67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고충으로 인한 재난 상황과 그에 직면한 인간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020년에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세상엔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이 보고 이 순간에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잘 살펴보고 느끼고 있다.  



p.87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대, 살아내야 할 의지가 필요한 시대라면, 더 당차고 적극적으로 살아내자, 흐림 없는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 중 하나이다. '코로나 블루'로 사람들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듯 나도 역시 쳐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운 시대에 내가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기. 


p.135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 더 소중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고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일상을 어떻게 하면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즐겨보는 만화와 함께 재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또한 그저 재난+만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삶을 살아가면서 고민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만화에서 보던 상황이 현실에서도 일어난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럴 때 우울해하고 무기력해지지 말고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나아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이번 달에 일 - 집 반복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에게 좋은 문장을 읽어드리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어쩌면 나에게 온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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