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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Nov 01. 2020

[Review] 책, 시간 블렌딩


 20대 초중반에는 카페에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디저트를 먹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색다른 디저트가 내 눈을 끌었고 음료는 그저 디저트를 먹다가 잠깐잠깐 마시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와 오빠의 영향으로 음료에도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 타이밍에 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다.

 카페에서 일하고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된 나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음료를 마시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작가님은 음료 외 디저트를 먹을 때도 느끼는 이야기를 쓰기도 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음료에 더 눈길이 갔다. 그리고 요즈음 바쁘고 정신이 없어 하루하루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이 많은 나를 돌이켜보는 책이 되었다. 매일 쓰던 다이어리도 못 쓰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내 일상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본 '나'의 생각 중 일부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혼커] 

 난 어린 시절에 혼자 있는 것을 싫어했다. 친구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 꺼렸고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굉장히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쇼핑, 영화, 여행, 식사, 카페 등 혼자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커피를 마신다는 건 카페에 혼자 가는 그 과정부터 음료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까지 나만 바라보는 시간이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혼자 온 손님들은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있는데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눈길이 간다.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내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카푸치노] 

 올해 5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정신없이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기분전환을 하자고 엄마와 밖에 나와 한 카페에 들어갔다. 5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날씨라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시켜 마셨다. 외할머니를 보내드린 지 얼마안된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평소에 시나몬 향이 나는 카푸치노를 즐겨 마셨던 나지만 그날 마셨던 카푸치노는 굉장히 외롭고 씁쓸한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담담한 카푸치노라는 제목을 봤기 때문일까? 슬픔을 달래고 마셨던 카푸치노가 떠오르면서 엄마와 애써 담담한 척을 했던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메리카노]


 단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건강을 챙긴다는 목적으로 단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음료도 시럽이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선택하게 된다. 특히 일 할 때는 가장 깔끔하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그리고 같은 원두라고 해도 모카포트, 핸드드립, 커피메이커, 커피 머신으로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마다 맛이 다 다르다는 것이 아메리카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메리카노의 맛을 잘 몰랐을 때는 그저 쓴맛만 나는 맛 없는 음료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향과 맛을 느끼게 되었다. 쌉싸름한 초콜릿, 시큰한 과일, 향긋한 꽃향기. 무궁무진한 다양함을 지닌 아메리카노를 한입 마셨을 때 오는 그 행복감은 아는 사람만 알지 않을까? 


[시간라떼]


 최근에 즐겨보는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주인공 서달미는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다고. 나는 왠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컥했다. 나는 문득문득 과거의 선택들이 후회되는 나날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온 문장처럼 후회가 아닌 토닥여주었더라면 난 덜 괴로웠겠지라는 후회를 또 내비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새롭게 다짐하고 싶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앞으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선택을 미래에 떠올렸을 때 후회보단 다독임으로 믿고 나아갈 예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이야기도 있었고 작가님과는 다른 생각으로 음료를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문득 앞으로 내가 카페를 방문하면서 시키는 음료나 디저트들을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면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곡차곡 기록해보면 나중에 큰 시간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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