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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Jan 03. 2021

[Review] 멈췄던 순간, 지구에서 스테이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농담으로 2020년은 삭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마스크로 시작하고 마스크로 끝난 한해였다. 계획은 틀어졌고 예상치 못한 일은 계속 발생했던 것 같다. 어딜 자유롭게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 2020년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 마지막 책은 [지구에서 스테이]였다. 


 사실 '시'하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고3 때 만났던 친구인데 문학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친구였다. 좋아하는 시를 외우고 있었고 시를 읽으면서 감동을 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친구이다. 소설이나 다른 글을 읽고 눈물이 고였던 적은 있었지만 사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그런 적은 없었고 좋아하는 시도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진정으로 시를 좋아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시를 읽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지구에서 스테이]는 세계 시인 56명의 시가 실려있었고 '이게 시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하기도 했다.  거기서 내 마음에 들었던 시의 일부를 공유하고 싶다.   


p.32

울어서 치유된 생명으로, 생명이기 위하여, 삶과 죽음 뒤엉켜 있는 지금을, 이겨내려 지구는 눈물의 방호복 입고 정지된 시간 속을 어둠과 싸우고 있다. 


나의 삶 속에서 나는 이 시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직접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그저 뉴스를 통해 바라볼 뿐이다.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뿐이지만 이 힘겨운 상황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들의 땀방울과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루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p.101

마스크를 쓰면 모두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 


카페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난감하기도 했고 내가 짜증 나는 순간에는 좋기도 했다. 나의 순간적인 짜증을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마스크 한 겹이 진실함을 감추는 기분도 들었다. 나 역시 숨기는 게 많아지는 느낌이랄까? 어서 빨리 제각각인 사람들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고 싶다. 


p.153

열가지 질문 


이건 왜 시일까? 싶었지만 질문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대답을 생각하게 되었다. 늘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시간도 오래되었고 매주 가던 운동을 쉰 지도 오래되었다. 2020년 1월에 '나는 수영을 배울 거야!'라고 말했던 것은 정말 말뿐인 일만 되었다.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서 특별할 것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일상이 참으로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결코 없는 거구나. 늘 나는 이 삶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왜 우리는 꼭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일까?    


 2020년에 소중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찾아뵀던 것이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가족들이 못가는 상황에 온기가 없던 그 시간이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면회가 금지되어 할머니가 위독한 상황에도 자식들 중 한명만 들어가는 것을 형제들끼리 상의해야하는 그 고통은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시간 속에서 감사함보다는 감염을 걱정해야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떠난 후에 후회는 참 씁쓸했다. 더 찾아뵙고 더 많은 추억을 나누고 더 사랑할 걸 후회했다.  


 내가 느꼈던 힘듦 외에 지금도 너무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고 있다. 금전적으로, 몸의 건강으로, 심리적으로 사람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삶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각자의 삶에서 받는 고통이 무사히 지나가길, 어서 빨리 우리의 일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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