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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Jun 30. 2022

마음으로 찍는 사진: 앙리 카리트에 브레송 사진전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가면 엄마가 늘 카메라를 주셨고 그걸로 친구들을 많이 찍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사진을 인화해서 나눠주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커서는 아빠가 쓰던 필름 카메라를 내가 가지면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내가 남을 찍는 것도 좋고 찍히는 것도 좋고 사진이란 건 그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전시회도 내가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의 사진을 보며 어떤 것을 느낄까. 그렇게 나는 친구와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앙리 카리트에 브레송의 사진은 인간적이고 솔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억지로 표현하려고 하고 꾸며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삶을 담아내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글에 올리는 사진은 자연스러움을 가득 담았다고 느꼈던 사진들이다. 아무 생각 없이 찍는 사진이 아닌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찍은 사진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바로 보지 않았고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이 뭘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고 설명을 봤다. 내 마음대로 느껴지는 자유로운 해석이 궁금해서 그렇게 했는데 신기하게도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이 많았다. 그 사진 중 하나는 바로 이 사진이다.  사진을 보자마자 '아주 잘 졸고 있구나!'라고 생각만 했는데 좁은 거리에 시끄러운 곳에서도 졸고 있는 과일장수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림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자는 척이 아닌 자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포착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1931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예쁘다고 느껴졌던 카메라이다. 나중에 꼭 써보고 싶은 브랜드 중 하나인 '라이카' 카메라. 이 작은 카메라로 드넓은 세상과 수많은 사람들이 담겼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사진들을 보면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세상을 많이 누볐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저 카메라 덕분이니 참으로 고마운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전시장에서 틀어주는 영상을 끝까지 본 적이 드문데 이번에는 끝까지 보고 나왔다. 문장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와닿았다.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나아간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발전하지 않을까? 예술뿐만이 아니라 내 삶에서도 내가 살아가고 싶은 방향성이 담긴 문장이 가득해서 좋았다.  



대학교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사진 수업에서 기억나는 사진 중 하나이다. 그때는 여러 작가, 사진들을 보고 과제에 치여 작품들을 곱씹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전시회에 와서 기억에 남는 사진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되어서 참 좋았다.  



 이번 사진전은 작가가 다녀온 다양한 국가, 그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꾸밈없이 표현했기 때문에 더욱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사진과 설명이 직관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다양한 세상을 보면서 '한국 사진은 없어서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나라의 상황이 잘 드러났기에 현실적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찍는 사진들이 좋은 사진인지는 잘 모르겠다. 때로는 꾸미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순간에 집중하며 그 시간을 담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은 나의 업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정답을 가지고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 사진을 좋아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솔직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졌다.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요즘. 차분하고 솔직한 사진을 구경하러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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