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나리오 - 꿈의 공동체 ‘캠프아라리’

3부 세상을 그리다.

by 상욱애비

세상 그려보기



공동체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공동체를 말해왔지만 이제 현실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구상해 본다. 이렇게 막연한 상상을 구체화할 때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동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공동체는 다양하게 많이 있었다.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장애인들의 삶을 위한 ‘캠프힐’ 공동체, 치매 노인들을 위한 마을 시스템으로 자유로운 생활하는 네덜란드의 호그백 치매 마을, 장애인과 고령자의 낙원이라는 일본 고베시 행복촌, 독일의 베텔(Bethel) 공동체 등을 참고해 한국형 '마리날레다' 자치 마을을 만든다면….



교육에서 취업까지 연계시키는 쿠바의 다운증후군 학교 ‘오가르 가스떼야나(Hogar Castellana)’, 중증장애인도 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의 독일의 '하우스할', 일터가 중심이 된 일본의 '왓파’공동체 등을 마을의 교육시스템과 직업문화로 장착한다면….



치유공동체 프로비던스 팜(Providence Farm), 미국 마르타 빈야드 청각장애인 마을, 스코틀랜드 핀드혼 공동체, 일본의 야마기시 공동체, 인도의 오로빌 공동체, 케어 팜 등 종교와 장애, 생태, 교육, 직업 등 다양한 NEED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들의 훌륭한 문화들을 모아 벤치마킹한다면….



상상만 해도 가슴이 후련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마을을 만들려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마을문화를 ‘우리’로 만들고 구상했던 교육시스템을 장착하고 후원과 지원에 자유로워지려면 수익구조가 마을 자체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그 부분은 세계의 정원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부차트 가든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마을 전체를 청정 정원 마을로 만들고, 청정 마을의 장점을 살려 유기농산물 판매와 관광사업을 한다. 그리고 요양과 힐링을 사업으로 개발해서 마을 자체가 수익의 근원이 되는 기업 마을이 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누가, 어떤 절실한 NEED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모여 시작하나? 였다.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 의사는 나에게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며 다운증후군이 무엇인지 설명했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속에서 공포심은 고조되었고, 의사가 말하는 그 모든 것이 청천벽력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만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상황을 상상하며 공포에 질려있었다.


아이는 병약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사회의 멸시와 조롱만 받고 사는 미래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내 아이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친구와 동료도 없이 경쟁에서 제외되고 격리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저주에 걸려 버린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아이에게 아무 희망에 품을 수 없었다. 그저, 아이가 심각하게 아프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만족했다. 처음 아이가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을 당시, 전문가들의 말이 온통 나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내 상상과 너무 달랐다. 조금 느렸지만, 말을 배웠고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욕심도 많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를 알려주면,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한다. 우리는 분명히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다. 아이는 끊임없이 우리의 문을 두드리는데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자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 아이들을 기준으로 한 마을이 있다면? 그래서 이 아이들도 이 아이들의 성장에 맞는 육아와 교육의 과정을 거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면 그래도 우리의 삶이 이렇게 힘들었을까?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내가 우리 아이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뀐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캠프힐’공동체와 같은 정신으로 스페인의 마리날레다와 같은 자치 마을을 만든다면.


이런 마을이 꿈이기만 할까? 그렇게 구도가 잡힌다.




행복한 시나리오 - 꿈의 공동체 ‘캠프아라리’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프로그램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이 하나둘 만나 모이게 되었다. 그들은 학습장애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들이었고 온라인 카페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왜곡된 사회의 프로그램대로 살아가길 거부하기로 했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이라면, 그 차별이 불이익이 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왜 장애가 격리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가? 다들 사회로 나가는 프로그램인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격리에 순응하는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보호가 명분인데 누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가? 오히려 가해 위험자를 격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 끝에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장애가 있어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받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차별과 억압이, ‘장애’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에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인 잘못된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턱이 높으면 턱을 낮추면 되는 것이지 턱을 넘지 말라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다. 장애인들은 이 사회에 합류하기에 조건이 열악하니 이 사회에서 격리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 그것이 그들을 위한 길이다.라는 전제의 오류는 선입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순수하게 우리 아이들의 NEED를 이해하고 이들의 편에서 대변할 수 있을 방법은 없을까? 정부와 기관에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만이 답일까? 사람들에게 이들을 존중해 달라고 주장하고 항의하는 것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이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매주 만나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의견을 나누며 함께 귀농해서 아이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 계획을 했다. 전체를 함께 하는 공동체, 단순히 물리적으로 모여 함께 사는 것만 아니라, 함께 키우고 교육하며 같이 일하며 사는 공동체. 이와 같은 시스템을 함께 하는 마을을 꿈꾸게 되었다.


그들은 귀농 지역을 물색하고 귀농 후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전초부대로 세 가구가 먼저 청정지역인 강원도 정선으로 유기농 농원을 만들어 귀농했고 나머지는 기회를 보며 순차적으로 귀농하기로 했다. 그들은 공동체의 이름을 정선의 상징인 ‘아라리’를 써서 ‘캠프아라리’로 정했다.


그들은 ‘아름다운 공동체 '캠프아라리'를 준비하는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그들의 귀농일기를 기록하며 공동체를 꿈꾸는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귀농할 형편이 안 되니 도시 근처에서 모여 2차 가공과 유통 식당을 해 보면 어떨까요? 그 마을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유기농 농, 축산물로 가공을 하고 판매하는 유기농 전문 식당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느 회원의 제안에 도시형 연계 공동체의 아이디어도 만들어진다. 또 어떤 회원은 ‘저희는 전남 목포인데 거기까지는 가기 힘들고 여기 주변의 몇몇 가구가 모여서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와가며 합시다.’ ‘프랜차이즈’ 형태가 좋을 것 같다, 등등 여기저기서 공동체에 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학 시절 외국의 복지 공동체인 ‘캠프힐’에 코워크로 자원봉사를 하고 그 ‘캠프힐’이 한국에 설립되지 못하는 복지 문화의 현실에 답답해하던 사람들, 장애 관련 복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자립형 복지 모델을 꿈꾸던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이 카페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들은 순수하던 학생 시절부터 이쪽에 들어와 평생을 소외당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다. 현실사회의 차가운 벽과 어쩔 수 없는 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 일을 하면서 답답한 현실에 소주잔을 놓지 못하던 사람들이 이제 힘들이 난다고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부터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거였어. 당연히 복지의 수혜자들이 나서서 방향을 제시해 줘야지만 방향이 바로 서는 거지. 장애 가족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복지의 목적이 달라질 수 있어.’ 그들이 제안한다. ‘이렇게 바람이 일 때 용두사미가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관련 부모들과 교수들 그리고 특수교사 등 전문가 몇이 모여 공동체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정리해서 카페에 올렸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칭 ‘캠프아라리’로 이름한다.


‘캠프아라리’란 장애를 포용한 가족들이 모여 ‘우리는 이렇게 살게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기초로 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현존하는 공동체중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져 시스템이 훌륭한 통합 공동체들을 참고로 하여 자활, 자존,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인들의 인권과 진정한 독립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용 마을 공동체다.


우리의 적은 법과 제도 이전에 사회의 편견과 문화다.


우리는 공동으로 우리가 겪는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해서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서로 힘을 뭉쳐 함께 사회의 편견과 문화를 바꿔 나간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마을 만들기 모임’이 여기저기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카페에 회원 문의와 마을 만들기에 관한 문의가 늘기 시작한다. 정선의 ‘캠프아라리'를 모델로 전남 목포에서도 농촌 형 자립공동체인 ‘캠프유달산’ 마을이 생겼다. 이 마을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빨리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지역경제와 탈 주민들의 문제로 고심하던 지역 군수의 요청으로 ‘캠프아라리 자치 마을 설명회'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양평에 ‘캠프물사랑이’ 마을이 시작되었다.



세 마을은 서로 뭉쳐서 공동체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전국에 있는 카페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들을 내어 재단의 기금을 지원했다. 재단의 이름은 ‘아리랑(두레) 재단’이라고 한다. 그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자립형 복지 공동체 모델을 만드는데 그 기반이 한국의 미풍양속인 ‘두레(힘든 노동을 함께 나누는 공동 노동 풍습)’ 같은 협동 정서를 기반으로 하여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아리랑 재단’은 크게 수익구조를 위한 비즈니스와 공동체 마을 지원을 위한 팀으로 구분된다. 먼저 안정적으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농 생산물 판매 시스템을 구상했다. 그리고 ‘명품 유기농 식당가‘가 만들어졌다. 마을의 생산을 안정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고 직업의 다양성을 위해서다.



식당가는 양평의 '캠프물사랑이' 마을 인근에 만들어졌다. 여기는 유기농 재료만 공급을 받으며 주로 양평의 '캠프물사랑이'마을과 정선의 ‘캠프아라리’마을 목포의 '캠프유달산'마을에서 유기농산물을 공급받는다. 수익구조가 안정되고 생산품의 소비가 활성화되었다.



‘명품 유기농 식당가'는 청국장 전문점, 강원도 막 된장 전문점, 유기농으로 담근 묵은지 찌개 전문점, 산나물밥 전문점(곤드레밥), 산나물 쌈밥집, 직접 만드는 유기농 수제 햄버거집, 유기농 토마토 전문 요리 집, 산나물 비빔밥집, 무항생제 토종 한우 전문점 등의 식당들과 각종 유기농 재료로 만든 여러 가지 가공품 등을 파는 명품 유기농 가게들이 속속 생긴다.


그중 회원들의 열성적인 지지로 토종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착한 토종닭 전문 식당’과 ‘착한 수제 햄버거집'은 프랜차이즈로 개발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그런데 복지와 비즈니스는 목적이 상반된 개념이다. 그래서 ‘캠프아라리 비즈니스’라는 유통 전문회사를 만들어 전문 경영인을 두고 별도로 분리해 낸다. 그 회사는 ‘아리랑 재단’ 소속의 모든 비즈니스를 맡아해 나가는 회사다. 그래서 그 회사의 지분은 ‘아리랑 재단’에서 51%를 가지고 그 지분율은 변하지 않게 법적으로 묶어 버렸다. 그다음 나머지 지분은 나중에 국민 1인 1주 운동을 통해 국민기업으로 만들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 회사는 최초의 공동체였던 ‘캠프아라리’를 써서 ‘캠프아라리 비즈니스’라는 이름한다. 회사는 복지서비스 시장을 고객의 관점에서 만들어나가는 선두 주자로서 시장의 방향을 제시해 나간다. 이제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제 복지 문화의 변화를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바꿔 나가는 그림이다.


‘아리랑 재단’의 공동체를 위한 지원으로는 연구소를 만들어 각 지역의 요청에 따라 강연을 하고 초기 공동체의 콘셉트와 방향을 만들어 준다. 공동육아와 눈높이 교육 그리고 부모교육을 하며 공동체의 중요성과 실효성을 강연한다.



전체적인 구도가 잡히고 나니 이제 여러 곳에서 우리를 향해 눈들을 돌리기 시작하고 ‘귀농인 모임’ ‘대안학교 모임’과 같은 단체들이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어떻게 해주면 되냐고 지원방안을 의뢰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복지예산은 있는 게 한정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는데 이런 민간 주도형이고 자립 복지 시스템 같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부지와 시설을 지원할 테니 마을을 세워 자기 지역의 열악한 농촌을 활성화해 달라고 한다. 일반인 귀농자들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 특수교사들의 모임에서, 발도르프 교육연구자들의 모임에서, 대안학교 모임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보겠다고 제안한다. 그 외 전국 의료협회, 태권도 연맹 등등, 그뿐만 아니라 큰 기업들의 사회 환원 부서들도 줄을 선다. 자립형 복지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로 부모들의 참여가 주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계에서도 사례연구를 하기 시작하고 복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유럽의 각 나라에서도 견학 문의가 쇄도한다. 외국인들의 자원봉사자 신청자도 이제 줄을 선다.



이런 상상이 시작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내 아이가 태어났다면….


이런 준비된 환경에서 내 아이의 후배들이 살아가는 상상을 해 본다.




참고

캠프힐 https://blog.naver.com/wkdusguard/154780200

호그백 치매마을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1819314546

고베시 행복촌 https://blog.naver.com/wkdusguard/174043034

베델 공동체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1550125539

‘Hogar Castellana(오가르 가스떼야나)’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2083294779

’하우스할‘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0339981172

왓파 공동체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1032242344

프로비던스 팜(Providence Farm) https://blog.naver.com/wkdusguard/153542341

'마르타 빈야드' 청각장애인 마을 https://blog.naver.com/wkdusguard/173367133

핀드혼 공동체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0669136641

야마기시 공동체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0665595967

오로빌 공동체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0904024936

케어 팜 https://blog.naver.com/wkdusguard/221795458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