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욱애비 Oct 26.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5 괜찮아우리가 잘 키워보자        

 

4번째 선우 생일이었다. 자폐 판정을 받은 후라 크게 하기도 싫었지만, 그냥 지나가기도 싫었다. 남편은 조촐하게 가족끼리 모여 저녁을 먹자고 했다. 선우가 좋아하던 집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했다. 엄마가 선우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예전에는 먹성이 좋다고 좋아하더니 지금은 표정이 안 좋다.    

  

“엄마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다.”  

    

“선우 먹는 걸 보고 전에는 먹성이 좋다고 좋아하더니 지금은 표정이 왜 그래?”  

    

“얘가 남의 표정 가지고 시비야? 그래, 마음이 아파서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달라졌어? 사람이 간사하게…. 그때와 지금이 뭐가 어떻게 다른데?”      

     

아빠와 남편이 말린다.    

  

“여기서 그러지들 마,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선우도 있고…….”     


엄마는 몸에 힘이 풀린 듯 자세가 무너지며 중얼거린다.     

 

“태몽을 듣고 너희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또 태몽 이야기가 나온다.   

   

"그 개꿈 이야기 다시 하지 마!"        

  

개업하고 남편 국영과 지리산에 다시 갔었다. 그때의 민박집을 찾아간 것이다. 여름이었지만 지리산의 서늘한 바람에 저녁을 먹고 평상에 팔베개하고 누웠다. 국영이 자기 팔을 베어준다. 국영의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에 밤하늘 별이 쏟아져 내렸다. 그 별 중 유난히 파랗게 빛나던 큰 별이 서유재의 품으로 떨어졌다. 서유재는 그 별을 소중히 안았고 별은 서유재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꿈인지 생신지 구별이 안 되는 잠깐의 시간이었다. 그걸 엄마는 태몽이라고 좋아했었다.    


      

남편과 아빠의 중재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결국,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우리 딸이 불쌍하다고 울었다. 그렇게 믿어왔던 하나님을 원망했다. 아빠는 모른 척 내색하지 않으시다가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셨다. 깊은 한숨 소리가 아빠의 마음을 알려준다.    


  

그날 밤 남편은 유재의 눈치를 보며 ‘괜찮아, 우리가 잘 키워보자.’ 한다.  

    

“괜찮아? 선우가 자폐인 게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아냐, 그런 말이 아니야. 왜 그렇게 말을 꼬아서 들어?"    

 

“그런데 왜 괜찮다고 해?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당신이 용서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난 그냥 당신이 너무 힘들어 보여 위로하려고 한 소리야."    

 

그녀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었다. 위로한다는 그 소리도 너무 듣기 싫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남편과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게 후회됐고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다 무르고 싶었다. 그냥 공부만 하고 살걸, 너무 욕심을 부린 결과인가? 행복해지려는 게 욕심인가? 날아 가버린 꿈, 행복. 그때부터 그녀는 일을 핑계로 병원에만 집중했고 자신은 앞으로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확인했을 뿐인데 그녀의 모든 관계가 어색해졌다. 친정 부모도, 친구도 동료도 그녀만 보면 이상해졌다. 점차 그녀도 그들을 보는 게 불편했다. 그녀의 선입견인지 세상이 변한 것 같았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정말 많았다. 모두가 뒤에서 수군대는 것 같았고 그동안 친하다는 친구들의 위로마저 피하고 싶었다. 모두 위로하고 있는데 정작 위로받는 본인은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위로는 모두 천편일률적이었고 그녀는 대꾸할 말이 없어 가식적인 말을 반복하는 게 싫었다. 그녀는 갑자기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모두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게 그냥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학회를 제외한 친목 모임은 모두 빠져버렸다. 그 뒤로 그녀는 집과 병원에만 매달렸다. 남편도 연구소가 있는 대전으로 발령을 받아 주말부부가 되었다. 친정어머니가 집으로 와서 선우를 맡아 주었다. 엄마는 선우를 특수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 캠프아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