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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Oct 27.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1 선우맘 서유재



6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게 문제인가요?            

   

그날은 왠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맑은 탓인지, 지난밤 잠을 깊이 잔 탓인지 서유재는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가끔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깊은 잠과 맑은 날씨가 잊게도 한다. 첫 환자는 가벼운 조울증 환자로 약을 언제 끊을지가 관건인 환자였다. 서유재는 몇 가지 형식적인 질문을 던지고 한 20여 분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환자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고 약을 처방했다. 늘 하는 일과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 환자는 초진이었다. 초진인 경우는 환자가 어색해해서 접근법에 신경을 써야 했다. 모든 병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정신과의 경우 환자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아는 게 병을 진단하는 데 유리하다. 사실 서유재의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지 못해서 오는 병을 가진 환자들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병이 충분히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담실 문이 열리고 얼핏 보아도 발달장애인 다운증후군으로 보이는 청소년과 엄마로 보이는 환자가 들어왔다.   

   


환자는 요즘 들어 짜증이 많이 나고, 이유 없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피곤하며 자꾸 눕고 싶어 지고 누워도 그다지 편하지 않는다고 말을 꺼냈다. 그녀는 ‘최근에 주변과 가정에서 감정 충돌로 문제가 자주 생기게 된다.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난다. 사소한 것도 반복해 생각하며 집착하게 된다. 남의 말이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고 모든 일에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소리에 민감하며 늘 짜증을 내는 자신을 발견한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다.’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였다.     

 


“초기 우울증 같아 보입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일명 행복 호르몬)이라 부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병입니다. 이 물질이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분에 전달되지 않으면 사람은 우울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또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뇌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인데요, 이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은 농도로 유지되면 세로토닌이 줄어 우울증이 생기게 됩니다. 이외에도 뇌에서 나오는 여러 신경 물질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부정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물질이 많아질 때 우울증이 발생합니다.”   


   

서유재는 의사들이 보통 환자가 자신을 신임하게 하는 방법으로 쓰는 전문용어를 섞어 환자의 병증에 대하여 설명했다. 내용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간단한 이야기였다.   

 

 

환자는 우울증의 원인을 아이의 장애로 인한 시어머니와의 갈등이라고 단정 짓듯이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잘 못 들어와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아 당신의 아들을 고생시킨다며 그녀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쉰다는 것이었다. 원래 시어머니가 시골에 계실 때는 매년 농사지은 먹거리와 김치 참기름 등을 보내주시고 해서 그지없이 좋은 시어머니였다. 연세가 많이 드셔서 함께 살자고 모시고 와서부터 생긴 문제였다. 남편이 출근만 하면 은근히 눈치를 주고, 손자를 마치 더러운 것 피하듯 한다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손자 보기 싫어서 여기 안 오려고 했지만, 아들이 하도 졸라서 왔다고 한다. 아무리 남편이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남편이 이야기라도 한 날이면 더 괴롭힌다는 것이다. 외아들인 남편이라 따로 살 수도 없단다. 또 요양원은 남편이 결사반대한단다. 서유재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우선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알약을 처방했다. 다음 상담 때는 남편도 같이 오면 좋겠다고 말하고 상담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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