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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10.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육아 품앗이            

   

  

1 사라지는 관계들   

   

원장과의 그날 이후 서유재는 부모회에 자주 가기 시작했다. 부모회 사무실은 어린이집의 원장실 옆에 있었다. 아이의 엄마들은 수시로 어린이집에 와서 아이들을 보기도 하며 수다를 떤다. 평소와 같이 서유재가 사무실에 들렀을 때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우울해 보였다.    

  

“안녕들 하셨어요?”   

  

인사를 하며 들어서는 서유재에게 모여 있던 엄마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다. 평소 활달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던 은수 맘이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내 쉰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어둡다.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서유재에게 김지우가 눈으로 신호를 준다. 그녀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은수 맘이 집에서 한바탕 했대요. 자주 있는 일인데 오늘은 조금 심각한가 봐요.”     

 

길 건너 카페에서 김지우는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우리는 웬만한 모임들은 끊고 살잖아요. 아이 때문에 시간 내기도 그렇고 또 시간을 내서 가더라도 사람들과 말 섞기도 싫고 해서……. 은수 맘이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겨 놓고 여고 동창들과 하는 모임에 자주 갔었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는 1박 2일이라 시어머니께서 은수 아빠께 싫은 말을 했대요. 은수 아빠가 화를 냈고 그러면서 뭐……. 뻔하잖아요.”     


갑자기 잊고 살았던 여러 가지 모임들이 생각났다. 과거의 관계들을 이어주는 모임. 가려고야 한다면 못 갈 것도 아니지마는 그냥 가서 그들을 만나는 게 싫어 가지 않았던…….    

 

“사실 가려고 마음먹으면 가면 되지만 그래도 아이를 딱히 맡겨 놓을 데가 없어요. 불안하기도 하고 또 남들에게 맡기는 것도 눈치 보여 부담스럽고, 그래서 저도 그런 모임 생각은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우울하네요.”     

“뭐 나도 그렇지 뭐……. 이제는 그 친구들 만나는 게 더 어색해. 자꾸 과거가 사라지는 느낌이야.”     

정말 우울해지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우야, 우리가 사실 그럴 이유는 없는데 뭐 죄지었냐? 아이가 좀 병약하고 부족하다는 게 터부시 될 문제는 아니야. 이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 진짜 문제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겨 놓을 곳이 없다는 거야.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기기도 미안하고 또 내 아이를 잘 이해 못 하는 사람에게 맡기기가 불안하고……. 그리고 사실은 이게 우리의 문제라는 거야. 다른 사람은 우리처럼 생각 안 할 수 있어. 우리가 미리 그럴 거라고 예단하는 거지.”    

 

“물론 그렇지만, 그래도 불안해 언니. 우리 아이들은 남다른 보호가 필요하잖아.”   

  

“사실 나도 자신은 없지만 뭐 아이들은 다 똑같지. 남다른 보호 그건 아닌 거 같아. 우리가 그런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해. 사실 소통이 잘 되고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은 없잖아. 그래서 아이고. 우리가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는 거 아닐까?”   

  

서유재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는 선뜻 실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그들은 안다. 그들이 생각하는 막연한 불안이 사고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냥 불안했다.



          

둘은 한참을 아이로 인해 생기는 주변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유와 변명을 대며 서로를 위로했고, 서로의 처지와 상황이 이해된다. 시간이 갈수록 답답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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