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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11.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육아 품앗이            

       

    

우리 아이를 함께 키워볼래?    

 


“언니, 우리 서로 아이를 조금씩 돌봐주면 되지 않을까? 우린 서로 잘 알잖아. 아이에 관해서도……. 그럼 서로 시간을 좀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심스럽게 말하는 김지우의 눈빛 한구석에 기대가 숨어있다.   

   

“언니 사실은 오래전부터 생각해 봤는데 우리 중 마음이 맞는 몇 명이 모여서 아이를 함께 돌보는 거야. 그러면 좋을 거 같아……. 서로 도움도 될 거 같고. 숨을 좀 쉴 수 있을 거 같아. 그런데 우리 어린이집 맘들에게는 말을 못 꺼내겠어. 괜히 나서는 거 같고 또 잘못되면…….”     


예전 동아리 때도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히 앉아 웃기만 하던 김지우였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김지우에게서 그때의 그 모습이 보인다.    

  

“그래, 지우야 좋을 것 같은 생각은 든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연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서유재의 눈치를 보던 김지우는 긍정적인 반응에 금방 들뜬 표정이 되어 말이 빨라진다.    

  

“언니는 정신과 의사잖아. 나는 교사 출신이고 우리 서로 시간을 내서 아이를 함께 돌보는 거야. 그리고 서로 아이에 대해 관찰하고 이야기해 주는 거야. 그럼 아이에 대한 시각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될 수 있을 거 같아.”   


            

둘의 육아에 대한 품앗이 협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처음에는 함께 돌보며 아이들을 서로 익숙해지게 했다. 그리고 서로의 집에 아이를 몇 시간씩 맡겨 보았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두 가족은 한 달에 몇 번씩 함께하면서 아이를 번갈아 맡기곤 했다. 아이를 맡기고 찾아가는 날은 함께 식사도 했다. 아이들도 서로 너무 좋아하고 함께 있는데 친밀해져 갔다. 만나면 아이들의 정보도 함께 공유한다. 아이들은 가끔 싸우기도 하면서 관계를 익혀간다. 두 맘은 그럴 때마다 가슴을 졸였지만, 아이들은 서서히 익숙해가며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해 간다. 이제는 싸우는 것조차 귀엽게 보인다.    


           

“저기 언니, 선우랑 승환이랑 잘 지내요? 그렇게 오래 함께 있으면 힘들지 않아요?”      


서유재와 김지우가 욕심을 좀 내보았다. 김지우가 승환 아빠의 친목 모임에 부부 동반 2박 3일을 가게 된 것이다. 고민하던 지우에게 서유재는 승환을 데리고 있겠다고 한 것이다. 승환이가 장애 판정을 받은 후 한 번도 가지 못했던 모임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둘은 한번 시도해보자고 용기를 냈다.   

  

“힘이야 들지, 밥도 두 그릇 차려야 하고, 또 승환이 입맛에 맞는 반찬도 해야 하고 하하”      


사실 서유재도 조금은 부담스러웠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만큼 낯설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미리 조심하고 걱정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이 잘 지내. 신경이 많이 쓰이긴 해도 생각보다 좋은 것 같아. 선우는 승환이를 너무 좋아해. 마치 함께 살아온 형제 같아. 그러니 지우야, 승환이는 나한테 맡겨 놓고 잊어. 그리고 모임이나 즐겨! 내가 알아서 잘 돌보고 있잖아. 다음에 너라는 거 잊지 말고. 하하”    


  

사실이 그랬다. 아이들은 티격태격해도 계속 서로 찾았고 그걸 보면서 서유재는 그동안 선우가 혼자 외로웠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녀가 어릴 때도 그랬다. 형제가 없었던 그녀는 그냥 또래 친구들이 함께 있으면 좋았다. 말이 통하고 안 통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또래가 같이 있으면 좋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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