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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09.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원장 김은경       

 

더 나은 공동체를 꿈꾸며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녀는 한국의 생활이 오히려 독일보다 더 힘이 들었다. 아이를 보낼만한 곳이 없었다. 우리나라 장애아동의 육아기 특수교육 문제가 너무 심각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동분서주하며 특수 어린이집을 만들게 되었다.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런데 은혜로 인해 결사적으로 만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우리 은혜는 이 어린이집에 한 번도 다녀보질 못했어요. 그때 초등학교에 다녀야 했거든요.”     


그녀는 먼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야 공동체에 대한 일이 시작될 거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하늘의 뜻인지 우연히 이옥자가 합류하게 되었다. 이옥자의 합류로 힘을 얻은 그녀는 어린이집을 매개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캠프힐 같은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꿈을 확신하게 되었단다.     


 


“저는요 먼저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함께 시작하고 싶어요. 그래야만 제가 꿈꾸는 공동체가 만들어질 거로 생각해요. 아니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죠.”     

 

정말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이야기는 한 편의 장편 서사시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서유재는 마음이 답답하기도 후련하기도 하며 지루한 줄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상처가 공감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기도 했다. 그래 다들 당당하게 자기에게 닥친 일들을 헤쳐나가고 있었어. 그녀에게도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도 내 할 일이 있을 거야. 서유재의 가슴이 뜨끈한 열기에 감염된다.   


 

       

길고 상처 있는 이야기를 쉽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그녀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경쟁사회에 참여할 자격 문제로 장애를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이 사회에 편견에 의한 등급의 문제잖아요.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우리 아이들을 장애로 보기보다 먼저 사람으로 봐야 해요. 그러면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장애는 조건 문제니까 받아들이거나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거든요. 그 노력이라는 건 먼저 교육으로 시작해야 하고. 그런데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고, 국가나 사회는 나 몰라라 하고 면피성 지원금이나 주고 정말 엉망이에요. 제가 공부하고 온 독일과 북유럽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장애에 대해서 국가나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정책 전반에 걸쳐 편견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죠. 저는……. 제가 생각하는 모습은 따로 있어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이건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지금 말씀드리면 너무 앞서간다고 생각할 테니…….”   

  

그녀는 목이 마른 듯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도 조기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특히 우리 아이들은 조기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육아 때부터 발달의 기틀을 어떻게 잡아주느냐가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학령기 교육에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나라 특수교육법은 만 3세부터 만 17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는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수교육 기관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로 제한하고 있어요. 어린이집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이 탁아소라는 과거의 개념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에요. 거기다 현실은 유치원의 특수학급수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로 인해 유치원에서의 장애아이에 대한 입학 기피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결국, 장애 영유아는 교육지원 대상에서 열외가 되어버린 게 현실이죠. 그래서 내가 우리 아이들 교육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어린이집을 시도하게 된 겁니다.”   

  

숨도 돌리지 않고 그녀는 이번 화살은 우리 부모에게로 향한다.     

 

“제가 정말 답답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부모예요. 사실 교육의 기초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법부터 배웁니다. 그걸 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가르치나요? 처음에 뒤집고, 기고, 옹알이하고 등등을 하잖아요. 그런 것부터 발달이 늦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것입니다. 그럼 그런 것을 잘할 수 있는 기초는 당연히 집에서 엄마 아빠가 해야죠.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이잖아요.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보통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과외도 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냥 포기해 버리고 장애 탓으로 돌려 버립니다. 그런 정도는 부모가, 집에서 하는 거예요. 사회를 배우고 사람처럼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은, 가정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돈 벌러 나간다고 아이를 다른 데 맡겨 버립니다. 이제 교육도 육아도 산업이 되어버렸어요.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고만 해요. 그래서 제가 부모회를 지원하는 겁니다. 교육은 교사와 부모 아이가 함께 해야 가장 효과가 있는 겁니다. 아이들의 가장 기초교육은 가정에서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원장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맥주보다는 열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 어린이집도 부모회도 그리고 부모회에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원장도 선우 맘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독일에서 돌아오셨어요? 거기가 그래도 훨씬 나을 텐데?”     


그녀는 묘하게 웃는다. 표정이 서커스의 피에로 같다. 슬프게 웃는다는 게 이런 표정이구나 그녀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동자가 허공에 머물렀다.    

  

그냥 독일에 눌러살았으면 행복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질문의 대상자는 자신인듯했다.     


“글쎄요? 어디든 행복했을까요? 그때는 그냥 현실을 피하고 싶을 뿐이었죠. 우리가 공포영화를 보면 거기의 주인공들이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면 무조건 도망가잖아요. 그런 심정이었죠. 전부가 무서웠으니까. 우리의 삶은 정말 고단한 인생입니다. 피하거나 후회하기 시작하면 그 끝이 없거든요. 지금도 가끔 아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왜 이민하지 않고 돌아왔을까?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거부할 수 있는 운명이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생각했죠. 어차피 피하지 못할 거라면 부딪쳐 싸워봐야지.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에게도 대드는 법이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한번 부딪쳐는 봐야지. 운명에 순종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순종하기엔 너무 억울하잖아요.   

  

우리 마음은 외로운 떠돌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정착이 어렵고 외롭고, 서럽고, 아픕니다. 지금의 내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도 밀려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후회는 답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젠 그 시간도 즐기려고 합니다. 나의 삶, 나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행복이고 운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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