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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18.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육아 품앗이        

       

       

우리가 함께라면 우리는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어 

    

서유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원장이 손뼉을 치며 공감을 표시했다. 원장 김은경은 회의 끝 무렵에 발언권을 얻었다.  

   

“원래 아이들의 학령기 전 교육은 가정에서 하는 겁니다. 그때는 엄마가 가장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정이 공동체의 최소 단위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산업화 시대로 오면서 사회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고 이제 엄마들이 일하기 위해 사회로 나오면서 아이를 돌봐줄 기관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탁아소,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초등학교 전에 아이들을 맡기는 위탁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사설 위탁기관은 전부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운영이라는 걸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 시간과 선생님이 부족한 것입니다. 예전에 사랑으로 가족이 하던 돌봄과 육아 시기의 교육이 이제 직업으로 진행이 되고, 그 매개는 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이유가 교육의 질과 효과를 떨어트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이나, 개인의 조건에 맞는 교육을 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서로 도와 품앗이 육아를 하면 그런 부분이 많이 해결될 겁니다.”  


        

원장은 독일 유학 시절에 유럽의 육아 공동모임에 관한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일종의 품앗이 육아공동체의 형태였다.  

         

“제가 독일에서 알던 마을에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그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를 갖추기보다는 그냥 자유로이 뜻이 맞는 부모들이 모여 서로 함께 하는 겁니다. 매주 모여 숲 놀이, 책 놀이, 흙 놀이, 공동체 놀이 등 아이도 엄마도 자연에서 즐거운 놀이를 합니다. 소풍 하듯이 말입니다. 자주 모여 아이에 대해, 육아에 대해, 부모의 역할에 관해 공부하기도 합니다. 저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때 저는 어린이집을 하게 되면 반드시 저런 형태를 살려 보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오늘 그런 기회가 온 것 같네요.”   

   

하며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절대적으로 될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어린이집은 운영비 때문에 교육 시간과 교사들의 수를 늘리지 못해 아이들 교육에 부실한 점이 많지만, 그동안의 시스템으론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사랑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공동으로 육아를 하게 되면 그런 부분이 많이 보완될 것이라 믿는다.'라며 적극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맘들의 술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 ‘함께 육아하는 문제’에 대한 기대에 찬 이야기와 어려운 점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잠깐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다. 그사이 선우 맘과 승환 맘은 많은 질문을 받았고 다들 쉽지는 않겠지만 한번 육아 공동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옥자와 김은경은 이 작은 시도가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공동체를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부모회의 이옥자 회장을 주축으로 서유재와 김지우가 참여한 공동육아 지원팀이 결성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우리 현실에 맞게 먼저 구상해서 다음 모임에 발표하고 진행계획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원장은 스스로 자문역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육아 품앗이에 관한 토론을 마치며 이옥자는 흥분된 표정으로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라면 우리는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성녀 마더 테레사의 말입니다.    

오늘 우리의 모임이 이 말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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