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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19.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작은 공동체          

  

     

촛불이 타오르는 세상  

   

TV의 뉴스 진행자가 새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는 제발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는 우려 섞인 멘트를 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든 국민의 울분을 대변하고 있다. 명문대학의 부정 입학 사건으로 촉발되었던 국정농단 사건. 분노한 국민은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서울의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다. 외신에는 러시아의 라스푸틴을 연상케 하는 국정농단이라고 연일 떠들었다.   


        

명문대 부정 입학의 주인공의 딸인 J양은 부정 입학을 비난하는 청년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를 오히려 비꼬았다. 자신의 SNS 계정에 ‘돈도 능력이야, 능력이 부족한 너의 부모를 원망해’라며 자신의 부정을 능력으로 정당화하려 했다. 그녀의 발언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고 분노한 국민은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내 아이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몰려나왔다. 서울의 광화문 거리는 밤만 되면 촛불이 밝혀졌고 그 수는 수백만이 되었다. 결국, 국정농단의 허수아비로 전락한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되고 말았다.  


             

국민이 그렇게까지 분노했던 사회적 배경에는 극심한 신분 격차가 주는 상실감이 있었다. 해방과 전쟁이라는 극한 환경을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군부 독재정치의 정부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경제정책에 온 힘을 쏟았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집중으로 키웠고 국민에게는 ‘잘살아 보세’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새마을 운동’을 벌였다. 나라는 기적처럼 급성장해 지금에 와서는 경제 대국에 진입까지 했다. 세계는 그런 우리나라를 ‘한강의 기적’으로 불렀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부와 권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급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유일한 신분 상승의 기회인 입시마저 부정과 비리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데 국민의 감정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나라는 경제 대국이라는데 청년들은 취업 전쟁으로 번 아웃에 빠져있었다. 청년들의 삶에 대한 포기는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 3포 세대에서 이제 어느새 N포 세대라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 거기다가 내 집 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 꿈과 희망도 없다는 7포 세대에서 이제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이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세태의 암울함을 반영하고 있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서유재의 주변에도 취직을 못 해서 부모에 얹혀사는 청년들이 이제 공공연하게 많다. 대학교 다닐 때는 취직을 위해 하나라도 스펙을 더 쌓아야 한다며 휴학을 하면서까지 온갖 자격증을 딴다. 유치원 때부터 20년을 영어를 배우고도 부족해 원어민처럼 영어를 해야 한다며 어학연수를 갔다 오기도 한다. 모두가 취직만 하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생각으로 취업 전쟁에 돌입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겨우 눈을 낮추고 임시직이라도 일단 어디든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취직해 보지만 이제는 그곳에서도 살아남기 경쟁이다. 그래서 20대 청년 중에서 번 아웃 스트레스로 서유재의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었다. ‘번 아웃(burnout)’, 말 그대로 끝없는 경쟁에 몸과 영혼이 다 타버려 재만 남은 듯한 청년들이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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