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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21.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작은 공동체            

    

     

블로그로 접한 시골의 농원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처참한 경쟁에 빠진 청년들조차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회의 계급 최하위에도 끼이지 못하는 사람들. 직업만이 사회의 진출이고 사람 사는 세상에 합류하는 게 되어버린 사회에서 기회를 박탈당하고 열외가 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가족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경쟁의 대열에 줄을 설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사는 것을 목표로 삶을 살아간다. ‘발달장애’라는 주홍글씨가 찍혀진 사람들. 그들에게는 교육 자체도 사회진출이 목표가 아니라 재활이나 치료를 병행한 시간 보내기가 전부다. 어릴 때부터 그런 과정을 거쳐오다가 아이가 커서 중 고등학생의 나이가 될 때쯤이면 그 가족들은 두터운 사회의 편견에 굴종하고 말 그대로 번 아웃 상태가 되어버린다. 아니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판정과 동시에 번 아웃이 되어버린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 비록 시골 농원이지만 버젓하게 자기 역할이 있고 벌써 2년째 동네에서 반장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 청년이 둘 있었다. 자폐증인 강상욱 다운증후군 유현봉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동네 주민들에게 소식지를 전해주고 공지를 한다. 동네의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쌀과 라면상자를 전해주는 사진이 블로그에 떡 하니 올라와 있다. 농번기에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고추 모종을 하고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의 표정이 너무 밝고 행복해 보였다. 그 아이들을 마을 전체가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럴 수가 없다. 면사무소에서도 그 청년들이 마을의 마스코트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도대체 그 마을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걸까? 서유재는 그 마을과 농원이, 그 가족이 그리고 그 아이들이 궁금했다.  


             

서유재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워 그들의 일상이 담긴 블로그를 보았다. 그 농원에는 꿈이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그들의 꿈을 향한 길을 가고 있었다. 서유재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희망이다. 아무리 현실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꿈이 있다면 행복할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을 블로그 눈팅을 하면서 서유재는 뜨거운 감동과 살아온 생에 대한 각성이 꿈틀대는 걸 느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이에 관한 희망 같은 것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블로그를 보는 내내 그녀는 묘한 흥분에 빠져들었다.   


        

자신들을 옭아맨 운명에 맞서서 새로운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 그들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가족과 마을 이야기. 그들의 삶 속에서 부당한 세상의 편견과 맞짱 뜨는 그들의 당당한 몸부림이 읽힌다. 그들의 거듭되는 도전에 조금씩 균열이 가는 공고한 편견의 철벽, 마을 사람들 만장일치의 박수 속에서 아이들이 동네 반장이 되었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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