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욱애비 Nov 22.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작은 공동체             

        

       

이상한 농원의 상욱애비 

    

얼마 전 갑자기 김지우가 일기 쓰기를 제안했다. 


"언니 우리 육아 품앗이 일기를 써서 기록으로 남기자. 내가 사실 발달장애 카페에 가입한 지 오래거든, 거기에 글을 올리는 상욱애비라는 분이 우리 아이들의 육아나 교육일기를 자세히 기록하는 게 중요하대. 그리고 그걸 공유하면 미래가 바뀐다는 거야. 쿠바가 그랬대. 그 나라는 미국의 봉쇄로 원유도 수입을 못 하고 특히 약품 수입을 못 해서 전 국민이 병에 시달렸대. 그런데 그때 오랫동안 축적되었던 전통의 민간요법과 현대 의술이 접목되고 예방의학이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야. 아프면 약이 없으니 민간요법을 연구해 치료했고, 아예 아프지 않게 예방하는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는 거야. 여기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게 기록이라는 거지."

     

김지우답지 않게 열정적으로 말한다. 발달장애 관련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며 쿠바의 독립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의 기억에 김지우는 누구를 저렇게 인용해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서유재는 김지우가 추천하는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고 상욱애비의 글을 찾아보았다. 그의 이야기는 묘하게 매력적이었고 서유재를 빨아들였다. 


          

농원을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카페를 통해 들어간 그의 블로그는 발달장애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그의 철학이 있었다. 그는 자폐인 아들을 위해 10여 년 전 귀농했고 강원도 오지의 산골에서 유기농 농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서 반장 상욱이와 현봉이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는 마을은 참 이상한 마을이었다.    

      

그의 주장은 독특했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에 살면서 개인주의와 개인 경쟁이라는 잘못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공동체가 병에 걸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사람이 능력이 부족하면 격리되거나 버림받는 게 당연시되고 있단다. 옛날의 고려장은 먹을 게 없어서 그랬지만 지금은 생산의 수단으로 사람을 구분해 처리한단다. 발달장애라는 말도 사람을 구분시켜 격리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단다. 이 공동체를 좀먹어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한 마을 공동체를 새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인 포함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 조금 황당하지만 그런 마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는 그런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단다. 농원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틀을 만들었고, 마을과 교류하면서 그의 가족과 발달장애 청년들은 그 마을의 일원이 되어있었다. 그는 그가 꿈꾸는 마을을 ‘캠프아라리’라고 했고 자신은 그 마을의 촌장이란다. 그의 꿈은 그 마을을 모델로 해서 전국에 그런 마을을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란다. 그의 글을 읽으면 우리가 뭔가 잘못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만나보고 싶었다. 서유재는 그의 글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이 돈키호테였다. 혼자 세상의 편견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의 글은 남의 사정은 별 배려 없이 자신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쓴 글 같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편견이 우리 아이들에게 집중된 것 같았다. 자꾸 읽으니 중독성이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겠구나. 내가 아는 의학지식이 사람을 평가하는 전부는 아닐 텐데…. 지능의 높고 낮음이 사람의 존재 평가는 아닌데. 너무 내가 전문가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진짜 봐야 하는 것을 못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아이들의 삶의 전 구간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눈앞의 단편적인 문제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가 생각하는 정체성의 기본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들풀 어린이집 부모회 회원 중에도 상욱애비의 팬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농원의 회원으로 유기농 먹거리를 공급을 받고 있었다. 알고 보니 원장도 부모회 회장도 농원을 잘 알고 있었고 상욱애비라는 분의 주장에 많은 공감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 가서 만나 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단다. 어린이집 맘들은 한참을 정선 농원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언제 한번 가보자고 이야기만 하고 돌아선다.    

       

상욱애비라는 사람이 만든 작은 공동체라는 농원은 이상한 나라였다. 그 농원이 있는 마을도 이상한 마을이다. 서유재는 그 마을의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블로그 속 그 행복한 웃음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 캠프아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