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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욱애비 Nov 23. 2021

소설 캠프아라리

1화 들풀 어린이집

작은 공동체             

      

      

가을 여행    

 

아침에 문득 눈을 뜨니 가을이 와 있었다. 일교차가 커 낮에는 아직도 여름을 살고 있지만,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는 가을임을 알려준다. 아침부터 국영이 TV를 크게 틀어놓고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어제부터 국영은 강원도로 놀러 간다고 신이 났다.   

   

“우리 그냥 농원에서만 있을 거야?”  

   

“우선 그럴 계획이야. 만약 일찍 나오게 되면 강릉에 가서 바다나 보고 오지 뭐.”    

 

“난 그랬으면 좋겠는데……. 바다를 보고 싶어.”  

   

“난 아니야. 난 그곳에서 상욱이란 청년과 현봉이란 청년을 만나보고 싶어.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가는 상욱애비란 분이랑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무 궁금한 게 많아. 사실 그러려고 가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그런데 이번이 처음 가 뵙는 건데 너무 질문만 하면 예의가 없어 보이잖아. 그냥 이번은 상견례 정도로 친분을 터고 다음에 또 가고 하면 되잖아. 그분의 10년 이야기가 하루아침에 다 정리가 되고 이해가 되겠어?”     


국영은 어제부터 상욱 청년과 현봉 청년에게 어울릴 만한 선물을 산다고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는 모자와 티셔츠 몇 개와 바비큐용 고기를 잔뜩 사서 왔다. 그는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가 너무 좋은가 보다.   

   

“요즘 바비큐 시즌이야. 그렇게 춥지도 않고. 그쪽에서 항시 바비큐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으니 우리가 바비큐 재료는 가져가야지.”  

    

국영의 저런 배려심이 서유재는 좋았다. 서유재는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다렸다. 주말 동안 정선 여행을 가는 것이다. 농원의 상욱애비라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   

             

“언니 농원은 우리에게 언제든지 개방이 되어있대. 벌써 많은 사람이 갔다 왔다고들 해. 카페에 보면 정선 자연햇살 농원 방문기가 꽤 많이 올라와 있어.”  

   

“알아, 나도 봤어. 그런데 정선이잖아. 좀 멀지 않을까? 그리고 좀 실례되는 거 같아서.”   

  

“뭐 어때? 언니, 다들 놀러 갔다가 오는데. 가서 느낌이 좀 그러면 숙박비 내면 되겠지 뭐. 나 있잖아, 거기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 언니 우리 애들 데리고 한번 놀러 가보자. 민박하듯이. 휴가처럼. 오랜만에 여행을 가보는 거야. 이제 가을인데.”  

   

“그래 그러자 지우야 우리 언제 한번 날 잡아 가보자. 휴가처럼”   

       

농원을 가보자고 김지우와 언제 말했는가 싶었는데 벌써 김지우가 농원에 연락해 봤단다. 농원에 민박 문의를 해보니 왜 오시냐고 물어보더니 비용은 없다고 그냥 오란다. 몇 박을 할지? 몇 분이 올지? 언제 올지만 알려주고 그냥 오면 된단다. 민박은 하지 않고 손님용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니 시골 외갓집 가듯이 부담 없이 편하게 오면 언제든지 환영이란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이었다. 김지우는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신나 한다. 서유재도 가을 여행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가족끼리 그냥 놀러 가는 여행, 언제 그런 여행을 했었나 싶다. 


     

정선에 가까이 갈수록 가을이 짙게 느껴진다. 어느새 은행잎도 노란 물이 들고 있었다. 차만 타면 자는 아이들도 신이 났는지 잠도 자지 않는다. 


“가을은 하늘빛이 정말 예뻐 공허한 파란색이 너무 깊게 느껴져. 그런 배경에 산들은 온갖 색으로 화려해지잖아. 난 그런 가을 속에 서 있으면 저절로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길옆의 코스모스는 바람에 살랑거리고, 뜨거운 여름 햇살과 달리 가을 햇살은 눈이 부셔도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    

 

“오, 시인 나왔네. 가을은 사람들을 시인이나 철학자로 만드는 것 같아. 난 정선에 가면 정선 오일장 구경도 하고 콧등치기 국수도 먹고 메밀 부치기도 먹을 거야. 콧등치기국수 이름이 정말 재미있지 않아? 국수 면발이 탱글탱글해서 한입 입에 넣고 훅 빨아들이면 면발 가닥이 콧등을 툭 친다고 콧등치기래. 아까 휴게소에서 최연수 그 친구가 그러더라구.”   


       

국영의 마음은 벌써 정선의 장터에 가 있다. 남자들은 아기 같다. 그저 먹고 놀 생각만 한다. 서유재는 피식 웃으며 그래 나도 한번 먹어볼까? 하고 맞장구를 쳐 줬다. 일에 매달려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 가을을 몇 번이나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신이 나 있는 국영에게 괜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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