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화려하고 자극적이다. 몰아치는 이미지와 사운드는 우리를 시각과 청각을 모두 동원하여 영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재밌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넋 놓고 몰입하게 될 때는 우리 주위 현실은 잊게 되고 잠깐이나마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반면 라디오는 청각만을 사용하는 매체다. DJ의 목소리, 음악, 효과음만이 들려올 뿐 이미지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 우리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영상 매체가 익숙한 20대 동년배들에게 라디오를 듣고만 있으라고 하면, 꽤나 지루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라디오는 청각만을 사용하고 영상은 청각과 시각적 정보를 동시에 주니, TV나 모바일을 라디오보다 발전된 매체로 보며 라디오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적 이미지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시각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라디오의 특성이 오히려 라디오만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라디오는 듣기만 하면 되기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따로 시간을 내 라디오만 듣고 있는 상황은 흔치 않다. 주로 라디오는 달리는 버스, 동네 슈퍼마켓,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등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슬그머니 채운다.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를 들은 적은 거의 없다. 라디오를 듣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누군가가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우연히 귓속을 스칠 때다. 나의 경우, 라디오를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장소는 집이다. 우리 집에는 아직 안테나가 달린 라디오가 있다. 적막을 싫어하는 엄마 덕분에 우리 집은 언제나 라디오 소리로 채워진다. 나는 집에서 들려오는 라디오를 집중해서 들은 적은 없다. 그냥 나는 밥을 먹고 숙제를 했고 그 같은 일상 속에 라디오가 간간히 스며들었다. 종종 재미있는 사연이 나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선곡되기도 했다. 그럴 땐 귀를 쫑긋 세우고 라디오에 잠시 집중했다.
집 다음으로 라디오를 자주 듣게 되는 장소는 차 안이다. 차 안에서는 운전을 해야 해 시각이 통제되고 라디오 소리만 들리다 보니 라디오가 가장 힘을 갖는 곳이지 않나 싶다. 운전자는 오늘의 날씨, 교통상황, 여러 사연들과 선곡된 노래들을 들으며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귀만 기울이면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니 라디오는 차 안에서 가장 적합한 매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가용뿐 아니라 대중교통인 버스에서도 라디오는 애청된다. 가끔은 핸드폰에서 손을 떼고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순간은 일상에 평화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이렇게 라디오는 우리의 일상과 어우러질 때 더 빛을 내는 듯하다.
한편 라디오는 우리 일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매체이기도 하다. 라디오는 대체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에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하며 당시의 날씨, 분위기를 전달하고 그에 맞는 선곡까지 이루어진다. 우리는 라디오를 통해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비가 오는 날 DJ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을 달래주는 노래는 무엇인지를 듣는다. 나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이 나오기에, 라디오를 듣다 보면 누군가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녹화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우리의 생활을 담아내고, 또 생활 속에 녹아드는 라디오. 이런 라디오와 함께, 일상의 즐거움을 더해보길 바라며 생활밀착형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소개해본다.
피곤한 아침에 상쾌한 인사
잘 잤어요? 잘 일어나셨습니까?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 FM4U 매일 아침 7시~9시
나른한 정오를 깨우자!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FM4U 매일 낮 12시~2시
하루의 끝, 위로의 시작
여기는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FM4U 매일 밤 11시~1시
덕후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아이돌라디오> 표준FM 매일 새벽 1시~2시
잠이 안 온다면, 해 뜰 때까지
오늘도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서인의 새벽다방>입니다. 표준FM 매일 새벽 3시~4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