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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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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Jun 16. 2019

로드맨:뉴스인 줄 알았는데 예능이네

뉴스데스크 예능뉴스 <로드맨>의 두 가지 맛, 드셔 보세요

MBC 뉴스데스크에 예능 자막과 드립 치는 기자라니. 놀랍지만 <로드맨>이 그걸 해냈습니다. 뉴스데스크의 코너, <로드맨>은 작년 10월 예능뉴스라는 콘셉트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보고자 길 위에서 야심 차게 시작했습니다.

사실 유튜브에서는 예능과 뉴스의 만남이 꽤나 익숙합니다. '스브스뉴스'는 인턴 재재를 연반인(연예인+일반인)으로 만든 '문명특급'을 포함해 유튜브식의 짧고 재밌는 뉴스를 만들어내며 구독자 37만 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KBS의 '크랩', 채널A의 '숏토리' 등 많은 방송사에서 예능의 형식을 빌려 뉴스의 문턱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능뉴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로드맨>은 TV, 그것도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영되는 코너입니다. 가장 주요한 뉴스들만 모아 엄정하게 보도해야 할,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의 뉴스데스크에 예능뉴스라니. 그 신박함에 일단 호기심이 갑니다. 뉴스데스크 방영 이후에는 NG컷과 편집분을 이용해 예능 맛을 매콤하게 바른 모습으로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 업로드됩니다. 이렇게 <로드맨>은 뉴스데스크용 순한 맛과 유튜브용 매운맛, 총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집니다. 뉴스에 예능을 섞은 것도 부족해, 두 가지 맛까지 준비한 <로드맨> 한번 맛보시죠.


길 위에 답이 있다.

'길 위에 답이 있다!'라는 자막으로 뉴스데스크 <로드맨>은 시작합니다. 이 문구를 보고 기자는 원래 길 위, 현장에서 답을 찾는 사람이 아닌가, 이걸 <로드맨>의 특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보다 보니 <로드맨>이 길 위에서 만난 건 바로 '예능'이었습니다. 술에 취한 시민들과 가감 없는 인터뷰를 하고, 올빼미인지 뻐꾸기인지 부엉이 버스의 이름을 헷갈려하시는 아주머니도 만났고, 직접 새벽 택배 배송도 오토바이 배달도 체험했습니다. 모두 길 위에서 이루어진 일들입니다. 


길 위에는 사람이 있고,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보 전달에만 목적을 둔 뉴스와는 달리, <로드맨>은 길 위에서 염규현 기자와 시민들의 예능적 순간들을 잡아냅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미 넘치는 순간들은 뉴스를 보는 우리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신속 정확한 정보전달만 생각한다면 예능적 장면들은 모조리 편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장면들은 '재미'라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뉴스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뉴스데스크의 빠르고 무거운 정보들 사이, <로드맨>의 인간적인 재미는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까지 뉴스 속 정보를 접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드맨>, 순한 맛과 매운맛

로드맨은 MBC 뉴스데스크용인 순한맛과 유튜브용인 매운맛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맛으로 나뉘게 된 건 뉴스데스크와 유튜브, 두 플랫폼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겁니다. TV의 경우, 방송규정 안에서 만들어져야 하기에 온라인보다 딱딱한 영상이 방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예능도 아닌 뉴스데스크입니다. 짤방과 드립이 난무하기엔 쉽지 않은 곳입니다. 반대로 뉴스데스크 영상은 유튜브에서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유튜브에 올라가는 로드맨은 비방용 분량과 예능식 편집이 매콤하게 섞였습니다. <로드맨>은 이렇게 예능과 뉴스의 비율을 조절하며 TV와 유튜브, 두 가지 플랫폼 모두를 노렸습니다.


- 순한 맛 :)

사실 뉴스데스크에 방영되는 <로드맨> '순한맛'에는 예능이라는 말을 붙이기 살짝 망설여집니다. 기존 뉴스 형식에 예능요소를 조미료로 살짝 뿌린 느낌... 예능과 뉴스가 화끈하게 만나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조금 밍밍하다 느껴질 겁니다. 염규현 기자의 재치 있는 드립이나 시민들의 리얼한 대답이 많이 빠지고 정말 '순한' 장면들만 남았습니다. 택배 산업에 대해 다룬 '왜 이렇게 빨리 배송되나요?' 편을 살펴보면, 순한 맛에서는 새벽배송에 전통시장은 한산하고 대형마트 또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만 보도합니다. 그렇게 전통시장에 외국 손님이 대다수라며 중국어를 선보이는 상인의 모습, 마트 직원에게 "온라인 마켓 쪽으로 이직하는 건 아니죠?"라고 묻는 로드맨의 드립 등 예능적 장면들이 다수 편집됐습니다. 또한 <로드맨>의 두 버전을 비교해봤을 때, 매운맛보다 순한 맛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여러 수치와 정보를 전달해주는 '팩트맨'의 비중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순한 맛에서는 이렇게 재미보다 정보전달을 위한 내용을 더 담아내며 형식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기존 뉴스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팩트맨은 해당 이슈 관련 데이터와 팩트를  분석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자입니다.

<로드맨>은 기존 뉴스와 달리 8분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기자들이 '로드맨'과 '팩트맨'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코너를 진행하며, 종종 유머를 보여주며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 형식이 강하게 자리 잡아 예능 뉴스라는 정체성이 희미해진 것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기왕 뉴스 앞에 예능이라는 글자를 붙이며 뉴스데스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도전했으니, 조금 더 매콤하고 확실하게 <로드맨>의 콘셉트인 예능 뉴스를 더 살린다면 공중파 뉴스의 혁명적인 코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매운맛

로드맨 매운맛의 플랫폼, 유튜브는 자유로운 동시에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짤방도 드립도 팍팍 넣은 자극적인 맛의 로드맨을 만날 수 있습니다. 로드맨 매운맛에서야말로 예능뉴스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해서 편집된 뒷얘기들, 그리고 염규현 기자의 드립 등 TV라서 참고 있던 얘기들이 시원하게 터져 나옵니다. 로드맨 순한 맛에서는 염규현 기자가 어기적 어기적 택배를 옮기는 장면만 보여줬다면, 매운맛에서는 어기적 걷는 숨겨진 이유인 염규현 기자의 터진 바지를 보여주고 수선비 드립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드디어 부족하던 예능의 맛이 채워진 느낌입니다.

<로드맨> 매운맛은 뉴스데스크의 순한 맛에서 디렉터'S 컷으로 소개됩니다. 뉴스데스크를 보고 로드맨을 더 알고 싶은 시청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디렉터스 컷, 즉 매운맛까지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로드맨>을 접한 시청자들도 우연히 TV에서 로드맨을 본다면 안 보던 뉴스데스크를 시청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로드맨> 순한 맛과 매운맛은 TV와 유튜브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로드맨> 염규현 기자는 '이런 인재가 예능국으로 안 가고 보도국으로...'라는 댓글이 달릴 만큼 흔치 않은 재치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썹맨>이 박준형의 캐릭터성으로 진행되듯, 염규현 기자의 캐릭터만 살려도 <로드맨>은 충분히 예능적인 뉴스가 될 듯합니다. 이렇게 예능뉴스에 적합한 진행자도 있겠다, 새로운 시도를 한 코너인 만큼 예능과 뉴스를 결합시킨다는 정체성은 명확히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이거 뭐야 처음엔 뉴슨 줄 알고 봤는데 예능이네'

<로드맨>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게 바로 <로드맨>이 노린 예능뉴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예능과 뉴스의 경계를 허물고, 재밌지만 꽉 찬 뉴스로 계속 다가와주길 <로드맨> 부탁해요!


↓아래 링크를 통해 <로드맨>과 만나보세요

<로드맨> 순한맛 https://youtu.be/nn9a-PUkQMM

<로드맨> 매운맛 https://youtu.be/ATvhK5FV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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