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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Oct 22. 2024

31. 2년 만에 이루어진 모녀상봉 (2)

2년 만에 만난 엄마는 하나도 바뀐 것이 없어 보였다. 매일 통화를 하고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이야기를 나눠서 인지 마치 어제 만난 사람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조금 놀라신 것 같았다. 엄마가 오시기 바로 전 날, 허리까지 길었던 머리를 귀 밑까지 짧게 잘랐기 때문이다. 십 대 때 이후로 이런 똑단발은 처음이었다. 머리가 짧아지니 엄마는 고등학교 때 내가 생각난다고 하셨다.


“그때 너 학교 안 다닌다고 자퇴한다고 그랬었잖아! 그때는 나중에 어떻게 먹고 사려나 걱정했었는데! “

“아이, 부끄럽게 왜 그때 얘기를 해!”


어렸을 적 사춘기를 씨게 앓았던 나는 언제나 궤도를 빗나간 소행성 같았다. 하지만 엄마 특유의 ‘쿨함‘ 과 ‘네 맘대로 살아봐’ 식 교육이 나에게 통했는지, 벗어난 궤도에서 나만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무 살, 누구보다 빨리 어린 나이에 세계 여행도 다니고 스쿠버 다이빙 강사도 됬다가 일반 회사도 다니고 또 방황도 하다 결국 살고 싶은 삶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건데 엄마가 내 마음대로 살도록 내버려 둔 건 엄마가 쿨해서도, 무관심이었던 것도 아닌 그저 나에 대한 무한한 믿음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엄마의 마음을 원동력으로 나는 내 세상의 중심을 찾았고 지금은 그 궤도를 단단히 돌고 있다.

공정률 65%가 지나면서 인테리어 자재들이 시공되기 시작했다.

엄마가 발리에 오시고, 엄마를 모시고 가장 먼저 간 곳은 당연히 건축 현장이었다. 사실 이 집의 주인은 지분으로 따지면 내가 아니라 엄마인 셈이었다. "엄마, 엄마의 발리 별장이야. 이 것 봐바!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어! “ (사실 일은 조로님이 다 하셨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기는 어디고 이곳은 무슨 공간인지 설명을 해 드렸다. 이미 내가 보내 준 사진을 하도 많이 보셔서 모두가 너무나도 낯익다고 하셨다. 엄마는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곰팡이 집을 실제로 보니 너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새 집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이셨다고 했다.

이 집의 완공은 내년 초, 엄마는 내년을 마지막으로 그다음 연도에 은퇴를 하신다. 엄마는 이제, 일은 할 수 있는 만큼 미련 없이 다 하신 것 같다고 했다. 엄마가 은퇴를 하실 쯔음엔  집도, 나의 생활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즈음엔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우리 엄마는 어떤 은퇴 생활을 보내고 계실까? 집이 만들어지는 내내 새 집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했다. 마치 로또를 사고 당첨이 되면 무엇을 할지 상상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조금 더 신이 나는 건, 이미 당첨을 예약해 놓은 로또였기에 마음이 더 들떴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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