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작쿄 Jun 15. 2016

오래된 장소의 멋진 음식

맛은 입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다.


프롤로그

Prologue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의 사람들은 작은 것보다는 거대하고 큰 것을 보고 접하는 것을 선호하고 지향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을 경험하고 지혜와 깨달음을 받은 사람들은 거대한 것에 가치를 두기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다. 

나 또한 젊기에 아직까지도 작은 것에 집중하기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앞으로 나가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작은 집/건물/레스토랑에 촬영차 다녀오게 되면서 소중한 깨달음과 진정한 가치의 의미를 짧은 시간 동안 배우고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나누어 볼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120여 년을 넘어 지금까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미국의 샬롯이라는 도시이다.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융도시,

마이클 조던이 농구팀 구단주로 있는 도시,

나스카의 본고장,

거대 은행 본사가 있는 도시..


듣기에는 거대해 보이지만 살아보면 소형 도시? 큰 마을? 같은 느낌의 장소이다. 

적지 않은 높은 빌딩들이 서있는 도시 중심부에 얼마 전 촬영차 한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의 이름은


"McNinch House Restaurant"


그동안 도시 중심부에서 고급 레스토랑들을 촬영 나간 적이 몇 번 있었었다.

대부분 멋진 빌딩, 호텔, 건물 안에 한 층이나 장소의 한 부분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특히 도시 중심부에서는)



하지만 이곳은 도시 중심부에 속하는 건물들 사이

 지도상 중심부 코너/끝자락 사이에 숨어있는 2층 집인 장소였다. 


아담한 2층 집에 초록빛 잘 가꾸어진 마당, 

마당 중간에 보이는 작은 분수대 조각상,

분수대에 흐르는 물 위에 춤을 추는 오리 장난감,

핑크빛 페인트로 칠 해진 집 데크 벽,

데크 위에 잘 꾸며진 의자와 인테리어 등등...


마치 레스토랑이 아닌 영화에서 보던 행복한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내가 외형적으로 보고 느낀 분이기 와는 180도 다른 분이기가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촌스럽고 늙어 보이는 모습일 수 있는 알록달록한 벽지,

고전틱한 그림들과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들,

옛날 사람이 썼을만한 장식과 카펫,


이 모든 게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조화를 이루니

너무나 고급스럽고 클래식함이 있는 중후한 분이 기를 내고 있었다.



이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어느 70-80대로 보이는 한 할머님이 셨다.

촬영 중 대부분의 대화는 레스토랑 지배인과 셰프가 대부분이었지만

짧은 시간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면서

이곳에 이 집이 지어진 건 1890년대 초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이 곳은 많은 유명인/정치인 들이 방문했던 장소였다고 한다.

그중 미국 27대 대통령이 셨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계신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



이 집의 1층은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2층은 주인 할머님이 사시는 곳이라고 하셨다.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집 안과 밖을 조명과 장식으로 꾸미고

그때마다 2층도 구경할 수 있게 오픈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와서 사진을 담아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참으로 인자한 분이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집으로 보였던 이 곳

 그 안에는 내가 그동안 방문해왔던

크고 럭셔리한 장식들로 꾸며진 많은 레스토랑보다

위엄 있고 특별한 매력을 지닌 역사적 가치 있는 레스토랑 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맛을 "보다"




이 레스토랑을 방문한 이유는 다음 달 잡지에 실릴 이 레스토랑의 내/외부 모습과 음식 사진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촬영 때에 만들어지는 요리/음식은 레스토랑이 자랑하는 요리/음식들로 구성되며 음식의 가격을 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레스토랑의 오우 너/셰프분들이 이 멋진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날 촬영에서는 4개의 요리와 하나의 디저트를 담고 맛볼 수 있었다.



촬여 준비를 끝내고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2016 Tomato Collection"

이라는 요리였다.



요리에 쓰인 재료는

Heirloom tomatoes, herbed Labne, pickled ginger, pickled red onion, extra virgin olive oil powder, fine herb blossoms


주재료는 토마토인 애피타이저로 안성맞춤인 요리였다.




맛은 토마토의 시큼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살아 있는 맛이었다.


난 음식 촬영을 할 때 처음 시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 사진을 담을 때 내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그건 빛, 구도, 그리고 요리를 빛나게 해 주는 소품들이다.


요리의 플레이팅은 이미 셰프의 열정과 노력으로 완성되어 나온다.

그렇기에 요리되어 나온 접시를 있는 그대로 보기 좋고 먹음직스럽게 담는 일이 나의 임무인 것이다.


처음 나온 접시에 어울릴만한 구도를 잡고

조명을 세팅하고

가장 중요하게 요리 주변에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소소한 소품들을 

이리저리 세팅을 하고 나서야 진짜 촬영이 시작된다.


  

두 번째로 나온 요리는 

"Jumbo Lump Crab Cake"

이라는 요리였다.



주 재료는 

Avocado purée, mango cucumber salad, ruby red grapefruit, shaved radish


잘 튀겨진 게살과 아보카도의 맛이 어우러지는 요리였다.



첫 번째 요리에서 모든 세팅이 끝나면 두 번째, 세 번째에 나올 요리의 촬영은 빠르게 진행된다.

한 셰프 손에서, 한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지는 요리이기 때문에 

처음 잡힌 세팅으로 나오는 각각의 다른 요리에 같은 분이 기와 느낌을 담아야 하기에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된다.




세 번째 요리는

"Pan Roasted Duck Breast"


주 재료는 

Tri-colored quinoa, red cabbage purée, seared baby Bok Choy, red radish, wood ear mushrooms, fresh red cherries, port reduction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가 일품이었다.


보통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음식을 입으로만 맛본다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 촬영을 몇 년 동안 해오면서 알게 된 건

음식은 입으로만 맛보는 게 아니었다.


처음 우리가 음식의 맛을 느끼는 부분은 코와 귀이다.

구수한, 상큼한, 스모키 한, 등등 다양한 냄새에 우리는 음식을 맛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또 한 번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눈으로도 맛을 보게 된다.

육즙이 흐르는 모습, 먹 음식스러운 색감, 음식에서 올라오는 연기 등등으로

"이 음식은 정말 맛나겠구나"라며 생각하며

맛은 상상해 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을 보는 게 입이다.




내번째 음식은

"Seared Foie Gras"




  주 재료는

Duck Demi Glacé, bitter greens salad, toasted brioche and black truffle butter, hibiscus and raspberry fluid gel


오리의 간을 요리한 음식

푸아그라는 언제 먹어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그리고 셰프의 손으로 완성된 소스와 스모키 한 구이의 조합이 너무 좋았다.




난 음식 촬영을 할 때 각각의 접시 촬영 마지막에 

사람이 직접 음식의 일부분을 들고 있는 사진을 담는다.

내가 추구하는 사진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을 잘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는 네모난 사진 안에 사람의 모습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에는 꼭 사람이 요리의 한 부분을 직접 먹는다는 느낌으로 사진을 담는다.


 

마지막 접시는 디저트

"Strawberry Shortcake"


주 재료는

Olive oil cake, strawberry mousse, basil ice cream, strawberry leather, balsamic reduction



한 조각의 케이크 그리고 올려진 딸리와 한 스쿱의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너무 좋다



많은 레스토랑에 촬영을 다니면서

각각의 레스토랑마다 셰프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담아준 요리들을 봐오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요리/음식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것


오직 입으로 맛을 전하는 게 아닌 

청각, 후각, 시각으로 전달되는 맛이 있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

진정한 "멋"


이날 음식 촬영을 마무리하고 몇 컷의 레스토랑 분이 기를 조금 더 담고 작업실에 와 사진 편집을 하면서

이 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진정한 "멋"



이 작은 집안에는 120년이 넘는 시간의 향기가 있었고

작은 소소한 소품들 하나하나에 먼지 하나 없이 소중히 다루어지고 있었다.




10 발자국도 안돼 달라지는 공간 분이기

각각의 공간마다 따스한 빛을 내뿜는 샹들리에들



모든 공간과 물건에 정성이 가득한 장소였다.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하면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찾아본 이곳의 1인 한 끼 식사 비용은 

최소 8-10만 원 최고 20만 원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나의 배우자와 특별한 기념일 날 

이곳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Kyohnam

@DailyKy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