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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Oct 03. 2016

이토록 자그마한 존재였다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캐년랜드 & 캐피탈 리프 국립공원


프롤로그


도심 속 높은 빌딩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우와~ 참 높다"


하지만

아무리 높고 큰 빌딩 앞에서

난 단 한 번도 내 존재가 작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


빌딩은 사람이 만든 거니까...

건물의 가치는 단 한 사람의 가치보다 못하니까...

사람이 힘쓰는 만큼 더 크고 높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아무리 크고 높더라도

내 존재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캐년 랜드 국립공원과 케피탈리프 국립공원에 닿았을 때..

 거대한 협곡 사이를 지날 때..


이토록

나의 존재가 작은 존재였단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였는지..


그 순간..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

땅 아래에 땅


미국 유타주,

서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소..

그 황량하고 거대한 땅에서 두 번째로 찾은 자연

캐년 랜드 국립공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날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오늘 오후 아치스를 나와 캐년 랜드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2-3시 즘이었다.


캐년 랜드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안내소 앞에 차를 잠시 멈췄고

안내소 앞으로 보이는 자연풍경을 만난수 있었다.


이 장소의 이름은 "쉐퍼 협곡"


절벽 아래로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었고

내가 서있는 발아래 4륜 구동 자동차들을 위한

오프로드가 보였다.

절벽 끝에서 홀로 사진을 담고 있던 중

두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여자의 이름은 브리짓

남자의 이름은 브로디


처음 만난 우리는 캐년 랜드 자연 앞에 같이 감탄하며

짧은 대화를 이어 나갔고 두 사람 중 브리짓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에 큰 관심을 가져주었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브리짓은 나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버지니아에 여행 오라며

나에게 나중에 같이 여행하자고 말해주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같이 여행하자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해어졌다.



쉐퍼 협곡을 떠나 캐년 랜드 자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캐년 랜드 자연은 더 멋진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한

그린 리버 오버룩(Green River Overlook)이라는 장소에서

보이는 풍경은 거대한 유화 그림처럼 느껴졌다.


내가 서있는 땅 아래로 거대한 땅이 보였고

그 거대한 땅 아래로 또 다른 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장 아래에 위치한 땅 위로

강이 흐르는 모습이

두 눈으로 직접 보는데도

현실 같지 않은 CG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말로 내가 보고 받은 느낌을 설명할 수 있을까?


거대함?

아름다움?

놀라움?

존귀함?

우아함?


여행을 계속해 나아 갈수록 자연에서 전해받은 느낌을

감히 함부로 표현할 자신이 없어진다.


캐년 랜드 국립공원 과의 만남은 날이 저물 때까지 계속되었다.

스케줄상 다음 자연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캐년 랜드의 자연을 통해 유타의 자연에 다시 한번 감격하는 순간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늦은 저녁 나는 다시 다음 자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야기

협곡 속으로


다음날 아침,

내가 향한 자연은 유타주 안에 위치한

"캐피탈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P)"이란 곳이다.



강열한 태양 빛이 내리쬐는 날씨,

최근 며칠 사이 유타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진 나는

캐피탈리프에 들어가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야생 염소 무리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곱게 구부러진 뿔을 가진 우두머리 염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염소들이 사람의 경계심 없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한참을 염소를 바라보며 입구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치 우리는 서루 암묵적 동맹 계약을 한 것처럼 나는 염소를

염소는 나를 존중하며 서로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공원 안에 들어오고 왠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

내 두발로 캐피달리프의 자연을 걷고 싶었다.


나는 그랜드 워시(Grand Wash)라는 트레일에 도착하게 되었고

차에서 내려 그랜드 워시 트레일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길은 꽤 넓었다.


처음 시작은 작은 바위와 언덕 사이로 평평한 땅으로 길이 이어저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길은 좁혀졌고 어느 순간 길 양 옆으로 높은 암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번째 이야기

이토록 거대한..


그랜드 워시 트레일은 거대했다.

이토록 거대한 자연을 코 앞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도심 속에 높고 큰 빌딩과 마주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함이었다.


위에 암벽 사진 아래쪽 땅을 자세히 보면

내가 서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찾았는가?

보이는가?

느껴지는가?

그랜드 워시의 거대함이...


2시간 가까이 그랜드 워시 트레일을 걸으니

트레일의 끝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다시 걸음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허기가 졌다.


다행히 전날 저녁 주먹밥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그랜드 워시 안 어느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가방에서 주먹밥을 꺼내 나른한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다 먹고 나서도 그 언덕 위에 30분 정도 누워 휴식을 취했다.

두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내 쉬며 느껴지는 그랜드 워시의 선선한 공기는

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나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고

그랜드 워시 트레일 안에 멋진 자연과 마주하며

처음 걷기 시작했던 장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내가 처음 걸어왔던 길과 같은 길인데

내 눈앞에 보이는 자연과 느껴지는 감정은 달랐다.


처음 앞으로 걸어 나아갈 때는 앞만 보고 걸었지만

되돌아가는 길에 나의 시선은 암벽 위와 하늘을 감상하며 걷고 있었다.


거대한 암벽에는 누군가 벽에 페인트 필을 해 놓은 것처럼 거대한 줄무늬 문양이 빼곡히 칠해져 있었다.

오랜 시간 비, 바람, 충위, 더움을 견디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양이었다.



마치 벽화처럼...

거대한 미술 작품처럼...

보는 나의 두 눈을 호강시켜주는 기분이었다.



유명 작가의 그림처럼 작가의 사상과 생각, 그리고 뜻하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작품은 절대 아니었다.

일정한 패턴이 있던 것도 아니고

분명한 메시지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 절대 만들 수 없는 작품

보는 사람의 감정의 폭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그 폭을 넘치도록 채워줄 수 있는 작품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


그렌드 위시의 거대한 자연을 통해

진정한 거대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네 번째 이야기

이토록 작은..


그렌드 워시의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면서

나란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나는 나 스스로 작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렌드 위시를 걸으며 마주한 이 거대한 암벽에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이었고

그동안 참 작은 세상에 살고 있었단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내 발 밑으로 지나가는 개미가

전에는 한 없이 나약한 피조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내 발 밑으로 지나가는 개미는

어쩌면 나보다 더 위대한 자연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나약하고 작은 존제..

어쩌면 사람이란 존재가 아닐까?


아무리 도시가 거대하다 해도

자연과 마주하면  도시는 너무나 작은 세상이었다.


도시 안, 세상 사람들의 문화라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발버둥 치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했던 지난날에

왠지 모를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이토록 작은 존재란 사실에

허탈한 감정도 실망도 느끼지도 하지도 않는다.


자연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작은 존재로

겸손을 배운다.


그리고

이토록 작은 존재를 알게 됨으로

내 안에 마음의 폭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마지막 이야기

넌 가치 있고 난 살아 있다


그렌드 워시를 나와 케피탈 리프 자연 안에서 드라이브하며

해 질 녘까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차에 올라타 창문을 열고 느릿느릿 케피탈 리프 안에 바람을 맞으며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노을이 질 때까지 길을 달리다 마주한 자연 풍경에 반하여

몇 번 차를 세우고 케피탈 리프의 자연을 바라본다.


케피탈 리프를 통해,

아니 내가 만나는 자연을 통해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이 놀라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는다.



내가 마주한 자연은 인간을 뛰어넘는 강인함과 묵직함이 있었고

모든 생명체들의 질서와 군형을 잡아주고 있었다.


자연을 마주하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은 자연을 통해

그 틀 밖의 세상을 경험시켜 주었다.




그렇기에 자연은 있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것만으로

내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두근거리게 만들며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을 통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또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살아 있고 자연은 가치 있다.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캐년 랜드 & 캐피탈리프 국립공원 편

-끝-

다음 편에서 계속..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은

자연의 생명이 흐르고 있는

자이온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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