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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Oct 14. 2016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의 시선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자이온 국립공원 편


프롤로그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장소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장소

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장소

새계적으로 유명한 장소


내가 그 장소를 찾았을 때 알게 되었다.

그 장소에 찾아가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는 것을..


관광객 그리고 여행가


처음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나 또한 관광객의 시선을 가지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곳을 나올 때

나는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로 달라져 있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

자연을 느낄 수가 없었다.


미국 유타주 남쪽

많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국립공원이 있다.

그 장소의 이름은


"자이온 국립공원"


혼자만의 자연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늘 그랬듯 설래이는 마음을 가지고 자이온 국립공원을 향하고 있었다.


공원에 도착하기 2시간 전

조금씩 도로에 차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구 30분 전부터는 수많은 차들이 

공원 안으로 입장하려고 긴 줄을 만들어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이 시기에 자이온은

사람들이 몰리는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날씨는 선선했고 햇빛 또한 따스했다.

자이온 지역 산과 들판에는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듯

꽃과 풀들이 파릇파릇 올라오고 있었고

운전을 하고 지나갈 때 보였던 계곡에서는 힘차게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자이온에 입장하고 나서 보이는 풍경은 날 머리 아프게 만들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쉴 틈 없이 지나갔고 공원을 방문한 관관객들이 넘쳐났다. 


차를 주차하고  멀리 자이온 공원의 산맥들을 바라볼 때서야 자이온에 온 것을 실감할 정도였다.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시선이 산맥이 아닌 앞쪽으로 향하는 순간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과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동안 자연 속에서 듣던 고요한 자연 소리는 사라지고

자동차 엔진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자동차의 모습으로 인해

나는 자연을 느끼는고 사진으로 담는 것도 하기 싫게 만들며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




두 번째 이야기

작은 생각의 변화



자이온 국립공원에서는 수십대의 공원 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너무나 많은 인파 때문에 나 스스로 차를 끌로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 생각했다.

결국 공원 입구에 위치한 거대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공원 버스를 타고 자이온 자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면서도 

난 자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느껴지는 위기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을 느끼고 싶은데 느낄 수가 없다니...

내가 가지고 있던 자이온 국립공원에서의 여행은 이런 게 아니었다.


내가 꿈꿔오던 여행은 흐릿해지고

수많은 관광객들 중 한 사람이 되는 느낌은 선명해졌다.


마지막 정거장에 5분 뒤에 도착한다는

버스 기사의 말이 버스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고민에 빠졌고 도착 직전 내 머릿속에서 작은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많은 관광객들이 바라보는 자이온 공원에 멋진 산과 계곡 풍경에 집중하기보다

공원 안에 작은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자연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방문한 자연들 안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없었다.

늘 넓은 시선으로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에만 나의 시선이 맞추어져 있었다.


자이온에 와서도 나의 시선은 변함없이 넓은 자연을 보려고 했기에 넓게 보는 시야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날 불편하게 만드는 다양한 것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불안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버스가 마지막 정거장에 도착하고 버스 밖으로 나오면서

한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고 나서 나는

내 시선과 감각들을 자이온의 넓은 공원의 모습이 아닌

작은 자연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계곡의 흐르는 물 앞에 다가가 손을 내밀어 느껴지는 강물의 차가움을 전달받으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느낌을 시각과 청각이 아닌 촉감으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흔하고 흔한 다람쥐 들의 모습이 사방에 보였지만

작은 다람쥐 한 마리를 유심히 지켜보니

그 녀석의 작은 제스처에 미소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생동감이 있었다.

 


높은 암벽을 위로 바라 보기보다 암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가 보니

그 끝에 물줄기의 물을 맞으며 자라나는 풀들의 생명력이 보였다.


집중하지 않으면 거대한 풍경에 가려져 보지 못할 장면에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었다.



이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키는 건 어쩌면

이 작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고 느낄 수 없을 거 같던 자연은

더 큰 감명을 주는 자연의 모습으로 전해지면서 다시 나를 설래이게 했다.




세 번째 이야기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



처음 자이온에 도착하기 전 가지고 있던 기대는

자이온에 도착하면서 실망으로 다가왔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놀라운 자연을 만나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삶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로 

내가 보고 싶던 자연을 볼 수가 없었고 찾고 싶던 자유는 찾을 수 없다 느꼈다.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해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작은 생각의 변화를 주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자이온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이온 국립공원 안에 수많은 자동차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내 좁은 시선과 헛된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관광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서 풍경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자유를 느끼고 싶다면서 나 스스로 강요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오늘 여행가가 아닌 관관객의 신분으로 자이온에 입장하였다.


하지만 내가 자연에 집중하는 순간..

거대한 풍경이 아닌 작은 숨결에 집중하는 순간..


나는 다시 남들이 쉽게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놀라운 모습을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가 되어 있었다. 



늘 그래 왔던 거 같아…

거대하고 큰 것에 가치를 두고

더 많이 가질 수 있길 바라고

더 멀리 바라보고 나아가기에 급급했지..


그게 날 더 행복하게 만들 줄 알았어.

그게 날 더 자유롭게 만들 줄 알았어.


그러다 점점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거야..

숨이 차오르는 데도 멈추면 멀어질 거 같아서 멈추지 못한 거지..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힘에 겨워 시선을 땅 아래로 향했는데..


어라?


이쁜 꽃들이 내발 바로 앞 옆 뒤에 가득한 거 있지..

꼭 더 멀리, 더 많이, 더 빨리 가지 않아도 돼..

주변을 둘러보고 집중하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꽃밭이라는 사실을 할게 될 거야.



[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자이온 국립공원 편

-끝-

다음 편에서 계속..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은

백색의 사막의 아름다움이 숨 쉬는

데스밸리 국립공원 이야기입니다.


50일의 자연 속으로의 여행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공식 50데이즈.미.얼론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www.50D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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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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