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50일 : 자연 속으로] 세쿼이아 국립공원 편
인생을 살면서 어떤 어려운 상황과 맞닥드렸을 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그 어떤 이득을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을 우리는
Guardian : 가디언 : 수호자
라 부른다.
내가 세쿼이아 숲에 들렸을 때
운연처럼
운명처럼
만나게 된 두 백인 여자들은
작은 나의 선의에 나를
"숲 속의 가디언"
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아주 작은 도움의 손길을 통해
자연을 여행하며 자연이 가르쳐준 배려를 통해
자연 속에서 배운 선의를 통해
단지 행동했을 뿐인 나를
"숲 속의 가디언"
"숲의 수호자"라
불려지게 된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50일의 자연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20일이 지나고 있었다.
지난날의 많은 자연을 지나 지금 내가 도착한 자연은
캘리포니아주 안에 위치한 세쿼이아 국립공원이다.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유네스코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어림잡아 1200여 종의 나무와 3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세쿼이아에
가장 관심받는 것은 이 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이다.
그 나무의 이름은 세쿼이아 나무.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이며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이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가 숲을 이뤄 장소한 국립공원이다.
세쿼이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날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산 위에 자리 잡고 있기에 조금씩 구름과 가까워지고 있었고
구름은 하늘 가득히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일의 여행을 통해 날씨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더 이상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없었다.
단지 약간의 걱정만이 들뿐..
입구를 지나 산길을 오르면서 느껴지는 흐릿한 날씨의 습한 공기는
오히려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뿐이었다.
산길을 오를수록 날씨는 빠르게 흐려지고 있었다.
구름이 산맥 사이로 내려앉기 시작했고
조금씩 안개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만나온 맑은 날 자연의 모습과는 다른
중엄 하고도 묘한 분위기의 자연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나에겐 색다른 설렘으로 다가왔다.
아직 세쿼이아 중심지가 아닌 들어가는 길에
여러 차례 차를 세우게 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서 보이는 산맥의 웅장함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것이었다.
날이 빠르게 흐려지고 있었지만
내려앉는 구름 구멍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고귀해 보이던지..
분명 몽환적인 분위기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고
사실이지만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
산길을 30-40분 정도 올라 도착한 장소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중심지인
"자이언트 포레스트 : Giant Forest"였다.
도착할 때 즘 세쿼이아 숲 안은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상태였다.
두 눈 앞에 보이는 나무들의 거리가 나와 멀수록
나무의 모습은 안개로 인해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이는 게
이리 몽환적일 수 었다는 게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차에서 내려 숲을 걷기 시작했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좁았기에
"거대 나무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하며
약간의 걱정이 들기 시작했지만
몇 발자국 걷다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내 눈 앞에 나타난 나무들은 내 몸의 3-4배 크기의 나무들이었다.
이토록 곧고 높게 자라나고 있는 나무는 처음이었다.
안개는 내 시야를 좁게 만들었지만
안개로 인해 느껴지는 숲은 더욱더 진하게 다가왔다.
또한 안개로 인해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나무로 다가가 손을 나무에 대니
느껴지는 촉촉함이 내 촉감을 자극한다.
마치 내가 닿은 게 아닌 나무나 나에게 닿은 것처럼
나무가 내 손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숲으로 들어가니
이번엔 내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거대한 나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50명이 모여있을 만한 크기.
10명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둥근 원을 만든 크기만 한 나무였다.
말로만 듣던 진짜 세쿼이아 나무였다.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세쿼이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날은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고
안개 때문에 시야는 더 좁아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차를 몰고 가다 옆길에 거대한 나무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의 차는 멈춰 서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 쓰러진 거대한 나무 옆으로 다가가니
나무에 오를 수 있는 길이 눈에 보였다.
조심 그럽게 나무에 올라 자리를 잡고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놀라웠다.
어떤 설명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거대함?
웅장함?
묵직함?
다양한 생각들이 교차할떄즘
나무 위로 어느 한 커플이 올라타
나에게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내가 세쿼이아를 들어왔을 때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에
세쿼이아 안에서 사람과 마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는 두 사람이 가까이 있었다.
두 사람은 브라질에서 여행 온 커플이었다.
우리는 자연 앞에..
아니 자연 속에 감탄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을 통해
자연을 통해
세쿼이아를 통해
나무를 통해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며 우리의 만남은 종료되었다.
이 얼마나 갑진 순간인가?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산 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숲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이 숲에 사람은 나 혼자일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안개 때문이었을까?
혼자라서 였을까?
조금씩 나는 이 장소가 사람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도착한 장소는
"모로 바워 : Moro Rock"
라는 장소였다.
차를 세워두고 좁은 돌길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나의 생각은 이곳은 분명 신의 영역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산 꼭대기였다.
내 발 밑으로 아찔한 절벽이었다.
하지만 안개로 인해 하늘과 절벽 밑은 온통 하얀색으로 은은히 사라지고
바람은 작은 미동 없이 불어오지도 않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내의 숨소리가 전무했다.
한편으로는 안정됐고
한편으로는 신중했다.
자연의 놀라움이
위대함이
내 몸 전체에 흐르고 있단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모로 바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시 세워둔 차로 향했다.
차가 주차돼 있는 장소로 돌아오니
보이는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숲길에
나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은
마치 나를 어드벤처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듯했다.
오랜 시간 세쿼이아 숲에 있으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는 것도 못 느끼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가 넘어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타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분명 해가 곧 질걸 예감하였다.
남쪽에서 시작된 세쿼이아 탐험을 마무리하고
북쪽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향하던 중..
저 멀리 숲길 사이로.. 안개 사이로..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과 가까워지면서 나는 나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숲 속 안에 마치 숲의 요정들이 살고 있는 듯
작은 조명들과 천막, 선반들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차를 세우고 빛이 세어 나오는 숲으로 걸어 다가갔다.
그곳에서 나는 두 명의 백인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아리따운 두 명의 여성들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사진을 담으며 여행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며
그들이 설치해둔 장식들을 사진으로 담아도 되냐고 물었다.
그녀들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나는 사진을 담고 그녀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감사하게도 그녀들은 내가 담은 사진을 보고 기뻐해 주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더 좋은 사진을 담고 싶어 계속해서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날은 빠르게 저물었고
나는 사진을 담는 걸 마무리하고 다시 나의 길을 갈려고 그녀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건넸다.
그녀들은 잘 가라고 나에게 말해주었고
나는 그녀들에게 "너의들은 안가?"
라고 물어보자
그녀들도 이제 갈거라 하였지만 다시 짐을 차에 싫어야 한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나는 순간 그녀들을 도와줘야겠단 생각을 하였다.
뭔가 도와야만 했다.
날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고
그녀들은 제대로 된 플래시 라이트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들에게 내 여분의 플래시 라이트를 건네고
짐을 챙기는 것을 돕고
급속도로 떨어지는 기온에 따뜻한 손 핫팩을 건네며
그녀들의 짐을 차에 실어주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자 그녀들은 나에게 자신들은
LA 쪽으로 가서 새로운 장소에서 오늘처럼 미술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해주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이 있다고 미안하다 말해주었다.
그녀들은 아쉽다며 내게 말을 했고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길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어두운 숲의 길을 달리면서
그녀들의 마지막 말이 내 가슴속에 맴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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