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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작쿄 Apr 21. 2017

술의 기술자 : 믹솔로지스트

바텐더가 아닌 "믹솔로지스트 : Mixologist"들과의 만남


알코올 성분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액체.

적당히 마시면 기분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높이는 효력이 있음.


기술자

어떤 분야의 전문적 기술을 가진 사람.


세상에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술이 존재한다.

나라에 따라

문화에 따라

취향에 따라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좋아하고 선호하는 술이 가지각색이다.


그 술을 다루는 사람들

우리는 쉽게 말에 바텐더라 부른다.

하지만 바텐더는 그들의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술의 다루는 기술자들의 진짜 이름은

"믹솔로지스트 : Mixologist"

라고 부른다.


나도 얼마 전까지 바텐더라 알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사진작가로서 술의 기술자들을 만나고 촬영하는 순간이 찾아왔고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담으면서

나는 그들을 바텐더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내가 만난 술의 기술자들

"믹솔로지스트 : Mixologist"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첫 번째 이야기

술과 사랑에 빠진 여자 믹솔로지스트 콜린



믹솔로지스트에 대한 촬영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만나야 할 믹솔로지스트들은 총 6명이었다.

그 전에도 칵테일 음료 촬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칵테일을 만드는 믹솔로지스트를 주제로 촬영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설렘이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만난 믹솔로지스트는 여성이었다.

이름은 콜린

내가 사진 도시에 분위기 좋은 바에서 사람들에게 멋진 칵테일을 만들어 선물하며 살고 있는 아리따운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녀가 이날 나에게 만들어준 칵테일의 이름은

The Old Tom Cat Gimlet

이라는 칵테일이었다.


물론 이 칵테일을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그녀이다.

칵테일은 다양한 맛의 술과 색다른 향 또는 맛을 희석해 독특하고 맛난 마법의 음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짧게 말해 술을 조합해 새로운 술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술을 만드는 기술자가 믹솔로지스트인 것이다.




그녀가 술을 만드는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손길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고

따스함도 느껴졌다.


마치 춤을 추듯 그녀의 손놀림은 부드러웠고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되어가는 칵테일 안에도 그녀의 혼이 담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칵테일의 독특함은 얼음과 오렌지 껍질에서 느껴졌다(개인적인 느낌이랍니다)

동그란 얼음 안에 꽃이 담겨 있었다.

마치 꽃의 시간을 멈춰 절대 시들지 않는 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길게 뽑아낸 오렌지 껍질을 사용해 따스한 느낌을 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술은 그녀와 닮은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따스함이 느껴지고 아름다운도 공존한다.


그리고 한 모금 넘기는 칵테일에서는

상큼하고 달콤 시큼한 오랜지와 레몬 맛이 은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나는 몇 번 그녀의 술을 맛보러 그녀가 일하는 바를 몇 번 찾았다.

항상 밝게 나를 맞이해주던 그녀

그리고 그녀의 술은 언제나 날 기분 좋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두 번째 이야기

클래식한 멋이 있는 믹솔로지스트 론



어느 날 오후 나는 아직 오픈 전인 바를 찾았다.

그곳에서 클래식한 중년의 멋이 느껴지는 믹솔로지스트 론을 만났다.


그는 내가 만난 믹솔로지스트 중 가장 클래식하고 정중한 멋이 있던 아저씨였다.

나중에 나도 저런 중년의 멋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멋진 아우라가 있었다.



그와의 촬영은 이날 처음은 아니었다.

작년에 처음 그의 칵테일을 촬영한 적 있었다.


그때는 론의 칵테일을 촬영하는 게 전부였기에

그가 술을 만드는 모습에 집중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날 그가 술을 만드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담으며 느낀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손놀림은 서두름이 없었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그의 손놀림은 정교했으며 일정한 흐름 속에 흔들림 없이 술을 연주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술을 만들어왔다는 게 그의 입이 아닌 손짓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만들어준 칵테일의 이름은

"The Mole Fashioned"

라는 칵테일이었다.


이 칵테일의 유니크함은 마지막에 입혀진다.

위스키와 설탕 그리고 향 액을 조합한 후

마지막에 불을 사용해 풍미를 더했다.


오렌지 껍질을 잘라 그 껍질에서 나오는 기름을 짜 불을 붙여 술에 특유의 오렌지 향을 추가하고

시네몬 막대를 태워 나오는 연기를 컵에 담아 칵테일 위에 올리는 것이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칵테일은 완성되었다.


그 후 나에게 또 다른 칵테일 한잔을 만들어주었다.

이 칵테일은 갑작스럽게 만들어 준 것이라 이름과 제조 과정을 잘 관찰하지 못했다.




색과 맛 어느 하나 부족할 게 없는 그의 칵테일은 참으로 놀라웠다.

"술의 기술자 : 믹솔로지스트"

라는 타이틀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의 술은 중년의 멋이 느껴졌다.

그 아우라는 그의 모습과 그가 만드는 술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이야기

모두를 위한 믹솔로지스트 켈리와 밥



다음으로 소개할 믹솔로지스트는 밥이라는 사람이다.

밥은 내가 사는 도시의 한 고층 호텔 바에서 믹솔로지스트로 일하고 있는 남자였다.


밥은 꽤 유명한 스타 믹솔로지스트였다.

그의 소셜 네트워크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만 명이 넘었고

여러 미디어 매체에서도 그의 기사가 실렸었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익숙한 듯 빠르게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그의 칵테일은 완성되었다.


마치 티비에 나오는 유명한 주방장이 쉽고 빠르게 요리를 해내는 것처럼


예전에 그림을 그리는 밥 아저씨처럼

나에게 칵테일 한잔을 만들어 주는 그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그가 만든 칵테일의 이름은

"Spanish Harlem"

이였다.


이 칵테일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있었다.

바로 붉은 와인으로 칵테일에 레이어를 주는 것이었다.


이런 멋진 칵테일을 순식간에 짜잔 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밥의 이름을 생각하는 미술가 밥 아저씨가 떠오는다.

밥 아저씨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어때요? 참 쉽죠?"


칵테일 만들기 참 쉽죠?




모두를 위한 믹솔로지스트의 또 다른 한 명은 켈리라는 친구였다.

꽤나 젊어 보이는 옷차림의 켈리의 얼굴은 수염이 수드륵한 스타일리시한 친구였다.



켈리의 술 제조 모습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성건성 하는 모습 속에 그만의 독특한 신념이 들어있는 듯했다.



그가 내게 만들어준 칵테일은

"James Ryan"

이라는 칵테일이었다.


이 칵테일의 하이라이트는 타바코(담배)를 태워 나오는 연기를 술에 담는 것이었다.

진한 남자 향이 느껴지는 타바코의 향이 스카치 술에 담겨 씁쓸하면서 강열한 느낌의 칵테일로 탄생하게 되었다.

사나이 다운 남자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맛의 칵테일이었다.


켈리의 제조 과정은 과학 실험을 하는 소년과 같았다.

하지만 완성된 그의 칵테일은 마치 과학으로 완성된 터미네이터 느낌이랄까?




네 번째 이야기

붉은 꽃과 같던 믹솔로지스트 아만다



내가 아만다를 만났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처럼 강열하면서 깊고 묘한 마력이 느껴졌다.


아만다와 인사를 하고 아만다는 바로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드는 칵테일의 이름은

"La Reina"

라는 칵테일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칵테일을 만들면서도 나와 카메라를 주시해주었다.

마치 "이 칵테일은 오직 너를 위한 칵테일이야"라고 내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 칵테일의 하이라이트는

잔 한 붉음에 있었다.


마치 강열하게 피어난 장미처럼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불처럼


칵테일의 색은 놀랍도록 붉었고

강열한 끌림이 있었다.



그 강열함을 한 모금 넘겼을 때 놀라웠다.

보이는 것처럼 강열함이 있었지만 신선함과 감미로움도 공존했다.


한잔의 에너지 드링크 같으면서도

한잔의 힐링의 맛이었다.



아만다의 칵테일은 단지 칵테일 한잔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과 모습으로 시작되어 그녀의 칵테일의 맛으로 조합되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맛과 칵테일의 맛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유쾌한 믹솔로지스트 스테판



스테판이라는 믹솔로지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마치 동내를 주름잡고 있는 아저씨처럼 반갑고도 살갑게 나를 맞이해주었다.


그는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가족과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하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스테판이 이날 내게 만들어준 칵테일은

"Truffle Sour"

이라는 칵테일이었다.


이 칵테일의 특별함은 그가 준비한 소소한 것들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술을 제조하는 도구들을 직접 들고 다니며 자신의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작은 재료들을 조물조물 다듬으며 소소한 디테일에 자신의 혼을 담는 믹솔로지스트였다.



이날 나에게 만들어준 칵테일을 담아준 컵에도 그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이 컵은 스테판과 그의 아들이 엔틱 한 물건들을 파는 곳에 같이 구경 갔는데 어린 아들이 자신에게 골라준 컵이라고 했다.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만들어진 한잔의 칵테일에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스테판과의 촬영은 유쾌함과 즐거움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것으로 보기에는 조금 무섭게 생긴 미국 아저씨였지만

이렇게 친절하고 부드러운 미국 아저씨는 오랜만이었다.




마지막 이야기

바텐더가 아닌 믹솔로지스트



위에 많은 믹솔로지스트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나는 더 이상 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바텐더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분명 "술의 기술자 : 믹솔로지스트"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단순히 술을 조합하는 게 아닌

이야기와 기술, 문화와 사상, 그리고 의미와 뜻이 담아 사람들에게 좋은 술을 선물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분명 그들 또한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술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술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술을 진탕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의 사랑은 새로운 술을 탄생시켜 누군가의 마음에 기쁨과 안식과 여유와 힐링을 전해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멋지고 독특한 술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사람들

그 술 한잔을 통해 미소를 전해 받는 사람들


그게 진짜 술의 기술자

"믹솔로지스트"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DailyKyo

<청춘 일탈> 저자 Kyo H Na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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